[기자수첩] 언론, 농민을 바라보자

  • 입력 2017.09.15 13:28
  • 수정 2017.09.20 14:1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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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가까워 오니 ‘채솟값 폭등’, ‘장바구니 물가 비상’처럼 익숙한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정상가격 혹은 심지어 폭락가격마저 폭등이라 호도하던 예년의 기사들에 비하면, 올해는 그래도 농민들의 억울함이 덜한 편이긴 하다.

배추·무 가격이 하락세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양파·대파 가격은 꾸준히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고, 최근에 건고추 가격이 근당 1만2,000원선을 넘기 시작했다. 현재 주요 채소류 중 가격이 ‘높다’고 할 수 있는 품목은 딱 이 정도인 것 같다.

경제지나 일간지의 독자층은 절대다수가 도시소비자들이다. 농산물에 관해선 단편적 소비가격 변동이 가장 큰 관심사일 수 있다. 하지만 농업에 대한 진지한 이해가 없이 평면적인 기사들만이 반복되는 모습엔 깊은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소한 농가의 생산비가 얼마쯤 되는지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폭락 가격을 폭등으로 포장하는 기사는 나올 수가 없다.

도시민의 안정적인 먹거리 공급은 농업·농촌과 연계해서 풀어야 할 문제며,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국민적인 화두가 돼야 한다. 이것은 세계적 추세나 선진화의 관점에서 설명하기 이전에 ‘먹고 사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고려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지금처럼 먹거리에 대한 1차원적 보도만이 범람해선 결코 국민들의 의식 전환을 기대하기 힘들다. 농업에 대한 관심과 고민은 더 이상 농업전문지만의 영역이 돼선 안 된다. 모든 매체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고랭지배추 가격호조의 이면에 봄배추 농가의 눈물과 다가오는 가을·겨울배추 농가의 근심이 있음을, 건고추 가격상승의 이면에 4년을 거듭해 온 말도 안 되는 폭락과 이 가격에도 웃을 수 없는 농가의 기막힌 현실이 있음을 읽어낼 수 있게 된다면, 농민들이 왜 식량주권과 최저가격보장을 외치는지, 백남기가 그날 왜 차벽 앞에 설 수밖에 없었는지를 모두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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