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가 공식 사과해야 한다

  • 입력 2017.09.15 14:06
  • 수정 2017.09.15 14:07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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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은 고(故)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지 1주기가 되는 날이다. 돌이켜보면 촛불혁명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바로 고인이었다. 고인이 사망하자 박근혜정권은 경찰력을 투입해 강제로 시신을 부검하려 했으나 분노한 농민과 시민이 장례식장을 에워싸고 고인의 시신을 지키면서 결국 부검을 막아냈다.

그리고 이어진 고인의 장례식 날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국민들은 “우리가 백남기다”를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거대한 촛불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촛불혁명을 이루었다.

이렇듯 고인의 죽음은 이명박-박근혜정권하에서 고사되기 직전에 놓여 있던 이 땅의 민주주의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새 정부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이 사회의 뿌리 깊은 적폐를 청산하고 그 자리에 다시는 흔들리지 않을 민주주의의 뿌리가 튼튼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비록 적폐청산과 실질적 민주주의의 진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있지만 그 방향으로 한 걸음씩 전진해 나가고 있다. 고인이 생전에 바라마지 않았던 민주주의는 이제 고인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다시금 새살이 돋아나고 있다.

그런데 고인의 1주기를 앞둔 지금까지도 정작 고인의 사망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위한 철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진상규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언제 이뤄질지 알 수조차 없다. 무엇보다 공권력의 남용으로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정부는 여태껏 공식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5.18 광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지난 9년 동안 정권의 입맛에 따라 이리 저리 휘둘렸던 기념식이 제 자리를 잡도록 함으로써 광주시민과 유가족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지도록 했고, 유가족을 직접 만나 위로와 사과의 얘기도 전했다.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 차원에서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진상규명이 지지부진하게 된 이유를 파악하고 보다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진상규명 결과에 따라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1주기가 지나가기 전에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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