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은 심장이다
여성농민은 심장이다
  • 한승호 기자
  • 승인 2017.08.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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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입추의 여지가 없이 빽빽하다. 분홍색 스카프를 곱게 두른 여성농민 700여명이 450석 정원의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좌석 옆 통로와 회의실 문 앞 복도까지 꽉 메운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 와아~”, “밥쌀수입 중단 쌀값보장 와아~” 30대의 젊은 ‘언니’부터 70~80대의 늙은 ‘언니’까지 카랑카랑하고 질서정연한 여성농민들의 목소리가 사자후가 되어 대회의실에서 울려 퍼졌다.

땅의 주인으로 묵묵히 살아온 세월, 밭 매는 일의 고통도 잠시 잊고 소밥 주고, 집밥 챙기는 일의 고단함도 날려버린 채 분홍색 스카프를 머리 위로 흔드는 여성농민들의 얼굴엔 예의 그 선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여성농민 권리보장을 위한 국회 대토론회’에 참석차 전국서 올라온 여성농민들은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을 발의한 의원들의 인사말이 이어질 때마다 박수와 환호성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여성농민의 숙원인 전담부서 설치 및 육성법 개정을 꼭 이뤄내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머리 희끗희끗한 농민들이 계단으로 된 통로에 털썩 주저앉아 주제발표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는 모습에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간절함마저 묻어난다.

목에 핏대 세우며 힘 줘 말한 개선사항들, 여기 다시 새기듯 적는다. △여성농어업인 육성법 개정하라 △여성농민 정책은 어디서, 누구와 전담부서 꼭 △여성농민용 농기계 개발과 보급 절실해요 △여성농민도 농협의 주인, 조합원 자격 완화하라 △공동경영주 등록, 남편 동의 삭제하라 △농부병은 직업병, 무상의료 실시하라 △여성농민이 가꾸는 지역사회, 공동체 지원 육성하라 △여성농민도 교육받고 싶어요, 교육도우미 지원 △여성농민의 가치, 권리, 식량주권을 헌법에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하라.

촛불혁명 뒤 치러진 대선 그리고 100일, 세상은 바뀌었다 하나 소외되고 팍팍한 농업 농촌의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다. 집안살림과 바깥살림을 동시에 도맡아 온 여성농민의 현실 또한 농업 농촌의 현실과 궤를 같이 한다. 주제발표 내용 하나하나가 갖는 묵직한 무게감은 곧 녹록지 않은 현실에 대한 반증이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영이 사무총장은 행사를 시작하며 여성농민들과 함께 이렇게 외쳤다. “여성농민은 심장이다.” 심장이 뛰어야 사람이 산다. 여성농민이 살아야 농업 농촌이 산다. 자명한 사실이다. 진실로, 여성농민은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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