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영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 시급하다

  • 입력 2017.09.10 01:28
  • 수정 2017.09.10 01:31
  • 기자명 이태성 (사)농산물중도매인직거래정산조합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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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사)농산물중도매인직거래정산조합 상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수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유통구조 개선을 추진해 왔지만 6~7단계에 이르는 도매시장의 복잡한 유통단계는 축소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유통구조가 마치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정부가 법으로 정해 강제한 것이다. 정부는 1976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을 통해 현재의 농산물 유통구조를 직접 만들었다.

법이 정한 공영도매시장의 거래원칙은 도매시장법인의 수탁판매를 강제하는 의무상장제도다. 그동안 상장경매를 통해 거래의 공정성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으나 유통비용이 과다하고 가격변동성에 따른 산지 중간상인의 투기적 행위가 근절되지 않을 뿐더러 물류효율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지나친 규제로 인해 유통주체 간 경쟁부재와 도매시장법인의 과도한 사익추구, 경매사를 도매시장법인 소속으로 운영함으로써 생기는 비효율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법적으로 강제한 의무상장제도로 말미암아 산지 공판장에서 한 차례 경매된 농수산물과 타 도매시장에서 경매를 거치고 반입된 농수산물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통관하면서 가격이 결정된 수입 농수산물까지도 공영도매시장에 입하되면 의무 상장돼야 한다. 이로 말미암아 이중, 삼중 재경매과정을 거치게 되어 하역비, 상장수수료, 배송비 등 불필요한 유통비용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시장도매인제도는 지난 2000년 50년만의 정권교체로 개혁입법을 통해 그 길을 열어 놓았으나 2004년 강서도매시장에 도입된 후 타 공영도매시장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도매인제도의 도입취지는 소수 도매법인에 의한 독점 수탁구조에서 수탁 경쟁체제 도입으로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또한 정가매매와 수의매매를 활성화시켜 농수산물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소비자 물가인하·농어가 소득제고를 도모코자 한 것이다.

실제로 2004년 개장한 강서시장에서 경매제시장과 시장도매인제시장을 비교 분석해 보면, 최근 10년간 거래량이 시장도매인제시장은 연평균 3.7%, 경매제시장은 2.7% 증가했고, 개장 당시 설계물량을 시장도매인제시장은 107.3% 달성한 반면 경매제시장은 61.6% 달성했다. 시장도매인제시장의 효율성은 이로 증명된다 하겠다. 또한 지난 10년간 출하자 수취가격을 비교해 보면, 시장도매인시장이 경매제시장보다 톤당 단가가 23~44%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시장도매인 도입이 좌절된 것은,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위한 업무규정 승인권을 갖고 있는 농식품부가 도매시장법인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개혁조치 없이 시장내 유통주체간 합의를 종용하고 도매시장법인이 합의를 거부하면서 승인이 불허되었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이 화두가 되는 신정부에서는 불합리한 규제와 수탁 독과점 구조를 혁파하여 시장에서 합리적이고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수탁주체의 다변화와 유통환경 변화에 맞는 거래제도를 채택하는 것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다 같이 보호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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