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남북관계 개선 없는 동북아경제협력의 한계

  • 입력 2017.09.15 13:49
  • 수정 2017.09.15 13:50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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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기조연설에 대한 소회

문재인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대로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연설 전문을 보면 한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동북아경제협력의 비전을 제시하고 상호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언론매체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성 보도기사를 제외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연설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에너지, 자원, 물류, 농업, 수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동북아지역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강화해 나가자는 전체적인 방향과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을 내세우며 장밋빛 비전을 홍보했지만 실질적인 진전이 없이 10여년 이상 제자리걸음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주된 이유는 남북관계가 빙하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남북관계 개선은 동북아경제협력을 진전시키는 전제조건에 해당한다.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동북아경제협력도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사실은 너무도 분명하다.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남북교류협력을 사실상 중단시켰고, 남북관계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동북아경제협력 활성화를 입버릇처럼 외쳤다. 그 모순된 행보의 결과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아무런 성과 없음’으로 끝났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도 전임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율배반적인 언행이다.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비롯해 최고 강도의 대북제재와 압박을 주문하면서 동시에 동북아경제협력을 확대하자고 힘주어 말하는 그 모습에서 전임자들의 표리부동한 행보가 그대로 겹쳐지는 듯 했다.

남북관계 개선이 동북아경제협력의 선결과제라는 점을 정부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현실에서 당장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은 동북아경제협력을 계속 말로만이라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앞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거기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협정(FTA)에 편승해 수출주도 성장을 이루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성장전략의 한계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 한계를 대체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동북아경제협력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재벌과 대기업, 전문가집단 등 다수가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미래의 가능성을 붙잡아 두고자 말로라도 동북아경제협력을 계속 강조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이런 모순된 행보와 이율배반적인 언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남북관계 개선 외에 다른 무엇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하고 둘러봐도 없을 것이다. 뾰족한 묘수가 없다면 어렵더라도 정도를 걸어야 한다. 그것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공영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선택이다.

다만 이것 하나는 명심해야 한다. 시간은 결코 한국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모순된 이중 행보를 계속한다면 동북아경제협력에 한국이 참여할 기회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혹은 요행히 뒤늦게 막차를 탄다 하더라도 한국에 주어지는 몫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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