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후배가 ‘왜 남자들은 농사일은 해도 살림은 안할까?’라고 물었다. 주말 부부로 사는 후배는 얼마 전 남편 농장에 다녀왔는데, 남편 농장에 일 도와주러 온 대부분 남성들은 여성이 나타나 밥을 해주기 전에는 일만 하고 있더라고 했다. 하우스 일은 궁금해도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점심에 뭘 먹을 수 있는지는 전혀 안중에 없다고 했다. 이것이 남녀의 차이인지 성향이 차이인지에 대해 우린 한참을 얘기 나눴다.농촌에서의 성역할은 도시보다 더 보수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현실이다. 마을 행사가 있으면 여성들은 대부분 먹을 거 해내느라 바쁘
어제는 텃밭을 정리하느라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는데 오늘은 들에 나오니 겉옷 하나를 더 입고 싶은 날씨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펼쳐진 모양이다. 농사꾼은 봄에 바빠야 가을에 볼일이 있다는데 올해의 봄과 여름은 정말 혹독한 시련을 줬다. 봄에는 갑자기 따뜻했다가 다시 추워져서 과실수의 꽃눈이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게 했다. 여름에는 몇 번의 폭우, 무엇 하나 남기지 않고 다 쓸어버리고 말겠다는 다짐이라도 한 듯 앙갚음을 품은 빗줄기였다. 덕분에 배 터지게 애를 썼지만 계산상으로 별 볼 일 없는 농사꾼의 가을이다.이곳의 밭작물은 대파 일색
소비자들의 체감가격과 달리 한국농산물 시장은 공급과잉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거나 더 하락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가능하다. 공급이 과잉되고 있는 것인지, 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인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대답의 요지는 이렇다. 먼저 유가와 종자·비료·농약 등 농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농산물 생산에 필요한 인건비 역시 급격히 올라 농산물 가격의 상승은 예견된 일이었다. 공급이 줄거나 수요가 늘거나와 같은 시장의 기본 경제논리에 따라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생산비 증가가 농산물 가격에
어느새 가을. 볼 일이 있어 가까운 장에 다녀오면서 보니 벼 수확작업을 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마음이 바쁜 농민들이 추석 연휴가 채 끝나기도 전에 가을걷이를 시작한 것이다.가을걷이의 시작은 곧 벼 가격결정, 정부 양곡정책에 대한 지난한 싸움도 함께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벼 매입가격을 생산자인 농민이 직접 결정하거나 농협과 함께 결정하지 못하는 불공정함이 계속되는 한 이 싸움 또한 해마다 반복할 수밖에 없다.이미 현장에선 올해 매입가격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매입기관인 농협과의 소통을 진행하고 있지만 수확이 시작된 현재까지도 구체
추석연휴가 마무리돼 갑니다. 언제나 사람들은 태어나고 세상을 뜨지만 명절이나 기념일 등에 태어나고 세상을 뜨는 건 각별한 느낌입니다. 설날이 생일인 막내 동생, 20년 전 추석을 하루 앞두고 칸쿤에서 자결한 이경해 열사…. 결혼이나 명절을 앞두고 초상이 나면 방문은 하지 않고 조의금만 보내는 게 다반사인 농촌에서, 쓸쓸하게 장사를 지내야하는 것 같아 심난합니다.이번 연휴에도 아들과 딸 초등학교 동창들의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나 아이들이 적은 농촌에서 초등학교 동창들은 같은 지역에서 태어나
.기상청에서 내보낸 장기 일기예보가 아니다. 유기농업의 한 갈래로 1924년 독일에서 시작된 생명역동농업(Bio-Dynamic Agriculture)에서 사용하는 파종달력에 나오는 올해 9월의 ‘기상관찰’이다. 9월의 기상관찰 전체를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 .월말로 접어들면
2020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 육성을 야심차게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꼭 필요한 사업이고, 머잖아 농촌사회에 유의미한 진전이 올 것이라 여기며 1기 전문강사 과정에 등록했습니다. 물론 그동안의 활동에서 간간이 여성농민을 대상으로 여성농업정책이나 농촌현실을 이야기하며 농촌사회의 불평등을 말해왔습니다만, 부족함이 많던 차에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지요.공부하는 과정은 재미있었습니다. 그쪽 분야에서 쟁쟁한 경험을 가진 이론가나 정책가, 또는 실천가들이 강사로 편성돼 그동안 강사로서 부족했던 점을 보충
“칼노래라는 것은 우리 대신사 수운 선생께서 여기 전라도 남원 선국사 은적암에 머무르실 때 지으신 노래올시다. 여기 은적암에서 석 달을 머무르셨는데, 그 사이 도력이 더욱 왕성하시니, 그 희열을 금치 못하여 스스로 노래를 지으시어 달 밝고 바람 맑은 밤을 타서, 목검을 짚고 묘고봉상에 홀로 올라 노래를 부르며 칼춤을 추시니, 그 노래를 일러 검결 즉 칼노래라 하였습니다(녹두장군, 송기숙 저).”‘때가 왔네 때가 왔네 다시 못 올 때가 왔네. 만년에 하나 날까 말까 한 대장부가 다시 못 올 때를 만났으니, 용천검 드는 칼을 아니 쓰고
어린 시절엔 아예 인연이 없던 곳이고, 일을 하면서도 그리 자주 갈 일이 없던 곳이 청양이었다. 몇 년 전 새로 부임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청양의 한 지역에서 김장 나눔 봉사를 한다고 하여 불려간 일이 마지막 방문이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낯선 곳인데 그런 청양엘 아직 여름 같은 가을 9월에 찾은 까닭은 고추와 구기자 축제를 하는 시기와 오일장이 맞물린 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기자가 많이 나는 곳이니 한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늘 하고 있기도 해서 마음이 동하기도 했다.청양이 구기자의 산지로 유명한 것은 다 알려진 일이다. 하
‘순실이 어디가냐? 알바요! 뭐? 언니한테 알빠요가 뭐여!’ 얼마 전 농촌 어르신들이 등장해서 화제가 되었던 일자리 연결 회사 광고가 있었다. 어르신들이 말귀를 잘 못 알아들으시는 것을 재미있게 만든 광고였는데, 실제로 젊은 우리는 알바를 찾고 있다. 여름 농사철이 끝나고 나면 대략 올 한 해 농사지은 것의 계산이 나온다. 후작으로 심은 작물은 어차피 도지나 투입된 비용으로 나갈 것이니 제외한다. 매년 계산을 해보면 이건 아닌데 싶어진다. 직거래를 하면 좀 더 남을 것 같지만 택배비 박스값 주고 나면 뭐가 남는지 잘 모르겠다. 주문
내가 처음 농민회를 시작할 때가 2005년 30대 한창 팔팔하던 때이다. 면 지회에서 마을을 돌며 농민대회를 홍보하러 다녔다. 낮에는 농사일로 바쁘다보니, 밤이 되면 농민회 형들을 따라다니며 동네방네 마을회관을 돌았다. 농민가 차트를 걸어놓고 젊은 내가 선창을 하면 엄마들과 동네 형님, 형수들이 즐겁게 따라 불렀다. 우리는 그렇게 수입농산물 저지를 위한 서울농민대회에 버스를 대절해서 데모하러 올라갔다.시간이 지나 2017년, 촛불항쟁으로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 농민들은 농민헌법을 만들겠다며 1,000만명이 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햇살이 다소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공격적이다. 다시 장마가 시작된 것처럼 3일째 비가 오고 있고 앞으로 3일 동안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다. 1시간에 쏟아진 비가 20mm가 넘어도 더 이상 놀랍지 않고 자주 겪는 현상이 되었다.겨울배추를 파종해서 본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보름 후에는 정식을 해야 하는데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 달린다. 수시로 난동을 부리는 날씨 때문에 농사가 더 어렵고 감당해야 하는 수고와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기후위기를 겪으며 어찌어찌 농사를 지어놓으면 무관세 수입이라는 신종수법으로 농산물 가격을 때려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