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생명역동농업과 파종달력

  • 입력 2023.09.24 18:00
  • 수정 2023.09.24 20:45
  • 기자명 원혜덕(경기 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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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혜덕(경기 포천)
원혜덕(경기 포천)

<9월에도 매우 덥다>.

기상청에서 내보낸 장기 일기예보가 아니다. 유기농업의 한 갈래로 1924년 독일에서 시작된 생명역동농업(Bio-Dynamic Agriculture)에서 사용하는 파종달력에 나오는 올해 9월의 ‘기상관찰’이다. 9월의 기상관찰 전체를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 <9월에도 몹시 덥다. 여전히 사자자리에 있는 열기 행성인 수성, 다시 사자자리로 돌아온 금성, 계속해서 양자리에 있는 목성과 다수의 열기 별자리 조합으로 다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처녀자리에 있는 화성만이 어쩌면 기온을 약간 낮출 수 있다>.

월말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평년 기온을 되찾아가고 있지만, 이제까지의 9월의 날씨는 예년보다 더 더웠다. 1년 전에 나온 파종달력은 올 9월이 더운 이유를 지구적 요소 외에 우주적 요소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우주적 요소는 작물이 자라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산물의 생산량은 토지의 비옥도, 일조량, 강수량, 온도, 종자의 충실도 등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이 외에도 우주적 요소가 작물의 성장에 영향을 준다. 우주에서 오는 기운을 농사에 적용해 농산물의 생산량과 품질을 높이려는 것이 생명역동농법이고 파종달력이다. 생명역동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증폭제를 만들어 작물과 토양에 증폭제를 뿌려야 한다. 이 증폭제는 해마다 우리 농장에서 만들어 쓰고 있다.

또 다른 하나가 파종달력을 농사에 적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독일의 마리아 툰 여사는 20년간 지속적으로 우주적 요소가 작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재배 실험을 했다. 그는 그 결과를 가지고 생명역동농업 파종달력을 만들었다. 그의 아들을 거쳐 지금은 그의 손자녀가 해마다 파종달력을 만들고 있다. 생명역동농업을 실행하는 나라에서는 모두 마리아 툰이 밝혀낸 원리를 가지고 파종달력을 만든다.

파종달력은 어느 날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 좋은가를 알려주는 달력이다. 여기서 오해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4월 중순 경에는 서리에 강한 상추나 배추를 심고, 서리를 이기지 못하는 고추나 오이는 만상일이 지난 5월 초 이후에 심듯 각각의 작물을 심기에 알 맞는 시기를 알려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파종달력에서 말하는 심기 좋은 날은 다르다. 4월 말이 파종과 이식에 적합한 시기라고 해도 시금치, 배추 같은 잎채소는 4월 21일 ‘잎의 날’에 심고, 고추, 가지 같은 열매채소나 곡식은 4월 24일 ‘열매의 날’에 심고, 무나 당근 같은 뿌리채소는 4월 27일 ‘뿌리의 날’에 심는 것이 좋다고 알려준다. 엽채류, 과채류, 근채류, 화채류를 각각 어느 날에 심으면 수확량이 높아지고 품질이 좋아지는가를 알려주는 달력이다.

생명역동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우리 농장에서도 해마다 파종달력을 만든다. 독일에서 발행하는 파종달력의 판권을 받아 번역하고 시차를 조정해 발행하고 있다. 우리 농장에서는 이 파종달력에 따라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고, 김을 매며 다른 농부들에게도 보급한다. 처음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책자로 발간하다가 8년 전에 벽걸이 형태로 바꿨다. 생명역동농업 파종달력이 우리나라에는 익숙하지 않으므로 벽에 거는 달력 형태로 만들면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바꾼 것인데 그래서인지 이제는 파종달력을 찾는 사람이 꽤 많아졌다.

증폭제와 파종달력을 농사에 이용해 생산한 농산물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품질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생명역동농법으로 기른 농산물에 주는 세계 공통 인증이 데메테르(Demeter, 그리스 신화 속 곡식과 수확의 여신) 인증이다.

농(農)이라는 말을 한자로 풀면 별을 노래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농부는 별을 노래하는 사람이다. 땅과 더불어 하늘의 별도 쳐다보며 농사짓는 것이 본래 농부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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