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3~5명의 농가가 참여하고 있는 충북 괴산 박형백씨의 복숭아 출하 사무실. 예년 이맘때면 매일 100상자씩 출하하느라 분주했겠지만 박씨는 한가한 모습으로 기자를 맞았다. 냉해와 폭우, 병충해 등 한 해를 관통한 재해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1일 20~30상자 출하가 고작이며 심지어 이날은 작업물량이 아예 없는 날이었다.박씨는 로컬푸드·생협·관행유통 등으로 복숭아를 나눠 출하해 왔다. 하지만 하루 20상자면 로컬푸드 한 군데 납품으로 끝나는 양이다. 생협 납품 차질로만 하루에 1,000만원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8년 전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 발표 한 달 뒤쯤, 원희룡 당시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주민 삶의 터전인 토지와 주택, 영농 등에 지장이 없도록 큰 틀의 보상원칙을 세워나가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농민들은 이를 ‘헛된 약속’이라고 본다. 대대로 농토에 뿌리 박고 살아온 농민에게 땅과 마을은 존재 그 자체다. 무엇으로도 보상될 수 없다.농민들은 8년간 싸우며 제2공항 문제가 결국 자본과 개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맹신 때문이란 깨우침을 얻었다. 제2공항으로 가장 위태로운 존재가 농민이지만 같이 싸워온 이들조차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제주 제2공항(제2공항) 논란이 올해로 8년째다. 2015년 11월 국토교통부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2공항 추진’을 발표한 뒤 ‘된다, 안 된다’를 가르는 숱한 과정을 지나왔다. 그 한가운데서 제주 농민들은 중요 당사자로 반대운동의 선두에 섰다. 공항 건설 강행은 대규모 농지 손실과 농민 생존 위기로 이어진다. 농민을 빼곤 제2공항을 말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그간 제2공항 문제에서 농민의 목소리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지난 3월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 국토부)가 밝힌 ‘제주 제2공항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빠르게 붕괴하고 있는 육우농가매월 축종별 사육농장수와 사육두수를 갱신해 보여주는 ‘축산물이력제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6만두 대 중반이 지속 유지됐던 전체 육우 사육규모는 올해 들어 6개월 만에 1만5,000두가 줄었다. 지난 6월 기준 육우 사육두수는 14만8,000여두로, 순식간에 사육두수의 10%가 사라진 셈이다.육우산업을 지탱하고 있던 전업농들의 감소 및 그 사육두수 감소가 크게 작용했다. 사육두수가 많을수록 두당 수익성이 좋아 불황을 더 오래 견딜 수 있다는 통념은 육우산업에서만큼은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1년 전, 육우 송아지 한 마리가 농림축산식품부 앞 아스팔트 도로를 딛고 선 일이 있다. 당시 윤석열정부가 축산물 전반에 걸친 대규모 물량의 할당관세(무관세) 적용을 결정하자 축산단체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서울에서 총궐기집회를 예고했는데, 이를 앞두고 경기도 안성시의 축산농민들은 한발 먼저 세종에 모여 자체적으로 사전집회를 열고 기폭제를 자처했다. 안성은 한우와 젖소는 물론이고 육우 사육도 활발한 지역으로,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육우 송아지값 폭락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어린 송아지까지 함께 데려온 것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업자와 그에 매수된 주민들이 한 편이 됐다. 발전사업을 두고 찬반으로 나뉜 주민들 사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예정지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주민들은 찬성 목소리를 높여 발전기 바로 아래에서 살아가야 할 주민들의 목소리를 소용없게 만들고 있다. 가족 같던 이웃이 한마디로 원수가 됐다. 서로 얼굴도 안 볼 지경이 된 지 오래다.”풍력발전 사업이 예정된 경북 영덕군 남정면 양성리 주민의 이야기다.이처럼 풍력·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농산어촌 생태계와 공동체를 갈가리 찢어내고 있다. 무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신재생에너지 정책 혁신 전담반(TF)’까지 구성한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재생에너지 관련 비리 재발 방지를 위한 강도 높은 혁신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친 국무조정실 부패예방추진단의 위법·부당사례 적발과 더불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여러 비리 혐의가 확인돼서다.국조실 부패예방추진단은 지난해 9월과 지난 7월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1차 조사에선 전국 226개 기초단체 중 12곳을 표본조사했으며, 이를 통해 불법·부당 집행 사례 총 2,267건(2,616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오전 10시가 채 안 된 시각, 아스팔트 위 온도계는 이미 40℃에 육박했다. 지난 8일 타는듯한 더위 속 경북 청송군청 앞 주차장에 차린 천막농성장에는 청송군 현동면 개일리의 농민 약 8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청송환경공익위원회(면봉산 풍력 반대 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들은 지난달 27일부터 매일같이 들끓는 날씨에도 청송군청 앞에서 농성을 지속 중이다.천막농성은 면봉산 풍력발전 때문에 시작됐다. 청송공익위의 면봉산 풍력 반대 활동은 올해로 벌써 8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그간 암암리에 기정사실화됐던 발전설비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농산물 관련 정책 전반(수급조절, 농산물 수출입정책 등)에서 국가가 점차 책임을 ‘민간’으로 떠밀고 있다.‘자율적 수급관리체계 구축’ 시도, 예의주시해야우선, 농산물 수급조절 분야에서 민간영역의 책임을 강조하며 은근슬쩍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듯한 기조가 보인다.최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가 발표한 ‘원예농산물 수급관리 고도화 방안(고도화방안)’에서도 이런 기조가 확인된다. 농식품부는 고도화방안에서 농산자조금 제도 개편을 표방하면서, 의무자조금단체는 품목 특성을 고려해 중장기 발전계획을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논콩이 멀쩡하게 자라는 논은 전북 김제시의 그 너른 들판 어디에도 없었다. 지난달 중순 쏟아진 폭우는 김제의 거의 모든 논콩에 피해를 입혔다. 정부가 논콩 심으면 소득 보장을 해주겠다 해서 심은 죄밖에 없는 농민들은 허탈한 심정으로 논콩이 심긴 논을 바라봤다.지난달 31일, 김제농민회 회원들과 함께 김제시 검산동·부량면·죽산면 일대의 콩 재배 논을 둘러봤다. 그냥 눈으로 보면 논콩이 멀쩡히 자라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김제 논콩 재배 농민들의 설명에 따르면, 논콩이 현 시점(8월 초)까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난달 7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새로운 법안에 서명했다. 필리핀 농민 약 61만명의 부채 전액 탕감 내용을 담은 공화국법 제11953호, 일명 ‘신농민해방법(New Agrarian Emancipation Act)’을 공식화하는 서명이었다.신농민해방법은 지난 시기 필리핀 정부의 포괄적 농업 개혁 프로그램에 따라 농지를 분배받으며 국가에 대출 원금과 이자 부담을 지게 된 농민(소위 ‘농업개혁수혜자’)이 진 부채를 전부 탕감하는 내용을 담았다.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공교롭게도 마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협동조합은 민주적 조직이다. 조합원 한 명 한 명이 조합의 주인이며 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에 복무해야 한다. 조합이 정체성을 유지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조합원들의 꾸준한 감시와 참여가 필수다.농협은 협동조합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조직이다. 정부가 주도해 설립한 데다 신용사업까지 수행하는 종합농협인지라 지역농협 각각의 경제규모가 기업에 준한다. 자연히 경영이 고도로 전문화됐고 이에 농협 경영은 대개 전문경영인(상임이사)이 도맡고 있다.오늘날 농협의 정체성 상실 문제는 어쩌면 여기서부터 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