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우 싸고 괜찮은데 … “소비자 제대로 만나봤으면”

  • 입력 2023.08.20 18:00
  • 수정 2023.08.20 18:23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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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경기도 안성시 계동에서 육우 전문 식육식당을 운영하는 유광근씨가 지난 15일 육우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는 가운데 식당 입구에 육우의 정육가격표가 게시돼 있다. 한승호 기자
경기도 안성시 계동에서 육우 전문 식육식당을 운영하는 유광근씨가 지난 15일 육우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는 가운데 식당 입구에 육우의 정육가격표가 게시돼 있다. 한승호 기자

 

빠르게 붕괴하고 있는 육우농가

매월 축종별 사육농장수와 사육두수를 갱신해 보여주는 ‘축산물이력제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6만두 대 중반이 지속 유지됐던 전체 육우 사육규모는 올해 들어 6개월 만에 1만5,000두가 줄었다. 지난 6월 기준 육우 사육두수는 14만8,000여두로, 순식간에 사육두수의 10%가 사라진 셈이다.

육우산업을 지탱하고 있던 전업농들의 감소 및 그 사육두수 감소가 크게 작용했다. 사육두수가 많을수록 두당 수익성이 좋아 불황을 더 오래 견딜 수 있다는 통념은 육우산업에서만큼은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국가 공식 생산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육우 사육은 모든 사육규모 범주에서 마리당 순수익은커녕 ‘소득’에서조차 적자였다. 자가노동비와 이자 부담을 무시하고 계산해도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이 조사를 100% 신뢰할 수 없다하더라도, 같은 기준으로 들여다본 한우 비육의 수익성 및 한·육우의 사육규모별 농장현황을 함께 살펴보면 육우 전업농가들의 현주소는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같은 조사에서 한우 비육은 100두 이상을 기르는 경우에서만 유일하게 순수익을 기록했는데, 이 점을 뒷받침하듯 지난 6개월간 전체 사육농가가 약 2,200가구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100두 이상의 한우를 기르는 농가 수, 즉 전업 비육농가로 추정되는 가구 수는 오히려 500가구 정도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이 집단의 사육두수도 약 9만두가 늘었다.

육우는 한우 대비 1두의 기대수익이 낮기에 통상적으로 최소 200두 이상 사육하는 농가를 전업농으로 바라본다. 공식 통계에서 제시하는 범주가 이 같은 인식과 정확하게 들어맞지는 않으나, 100두 이상 기르는 농가들의 사육두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에서 올해 6월까지 이들 집단에서 줄어든 사육두수는 약 1만500여두나 된다. 같은 기간 줄어든 사육두수의 70%를 차지하는데, 300두 이상으로 대상을 좁혀도 5,000두 가량의 감소분이 나타난다. 동시에 이들 농장의 수는 지난 6월까지 약 10%가 줄었다(396→369가구).

 

생산현장, 3등급 나오면 무조건 적자

농가를 통해 실제 사례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봤다. 경기도 안성시에서 육우 500여두를 기르면서 동시에 육우 전문 식육식당도 운영하는 유광근씨는 최근 출하한 30두 가운데 15두가 3등급을 받았다.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8월 2주차 낙찰된 3A등급 육우의 평균 도체중은 396kg, 최고 경락가는 9,100원대다. 즉 3등급이 떨어지는 경우 수취가는 아무리 잘해도 360만원을 넘기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유씨는 이 같은 가격판정체계 내에서 불황을 접할 경우 육우 사육은 그 규모가 클수록 더욱 취약하다고 말한다. 유씨는 “육우는 사육규모가 클수록 오히려 더 위험해진다. 이미 2012년 불황의 선례가 있다”라며 “당시 사료배기 송아지 가격이 30만원대였고 사료값은 지금보다 더 쌌는데도 1,000두 규모로 농장을 하던 사람들은 지금 자기 소가 한 마리도 없다. 영농을 계속하더라도 빚 위에서 위탁사육만 겨우 하며 이자를 내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씨가 육우 한 마리를 사육하는데 투입하는 배합사료는 두당 5.5톤 정도다. 350만원이 넘는 배합사료값에 조사료, 기타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더했을 때 산출되는 두당 생산비는 약 450만원 수준. 최근 경매시세대로라면 2등급 육우의 최고 경락가를 득한다는 조건 아래에서야 겨우 ‘본전’이 가능하다. 지난 7월 기준 평균 40%대 초반에 이르는 육우의 3등급 출현율을 생각하면, 잘 키운다는 농가들도 소득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유씨는 소비 진작만이 답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식당도 차렸다. 지난해 말 안성시 계동의 육우 구이전문점을 인수했다. 전국적으로도 보기 힘든 ‘육우 전문’ 식육식당이다. 만원이면 소고기 100g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덕에 매출 자체는 수 배 이상 올랐으나, 유씨 본인의 수익은 거의 포기한 상태다. 유씨는 “육우가 정말 괜찮은 고기인데 있는지도 모르고, 알아도 어디서 파는지 몰라 접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직원 월급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만 계속 운영될 수 있으면 소비 진작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며 “지역마다 이런 판매점이 하나씩만 있어도 좀 나을 텐데, 육우는 한우나 양돈처럼 전문 농협조차 하나 없어 아쉽다”라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포크빌축산물공판장에 입주해 있는 육가공업체 태건우의 직원들이 지난 15일 이날 들어온 육우를 부위 별로 발골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충남 천안에 위치한 포크빌축산물공판장에 입주해 있는 육가공업체 태건우의 직원들이 지난 15일 이날 들어온 육우를 부위 별로 발골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괜찮은 고기’ 육우, 소비자 경험 늘려야

희망이 있다면, 유씨 말대로 그래도 육우가 ‘충분히 괜찮은 고기’라는 점이다. 매일 육우를 받아 팔아야 하는 유통인의 시선은 어떨까. 대전충남양돈농협이 운영하는 충남 천안시 소재 ‘포크빌축산물공판장’ 내 육가공업체 태건우의 김무중 대표이사는 신선도를 겸비한 육우의 경쟁력이 최소 수입산 소고기와 동등하거나 보다 우위에 있음이 이미 코로나19 시기를 통해 검증된 만큼, 품질 유지에 신경 쓰고 소비자 경험을 다방면으로 늘리는 데 집중하면 보다 많은 소비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태건우는 한우와 더불어 경매와 이용도축(농가가 육가공업체와 가격을 합의해 직접 도축을 의뢰하는 것)을 통해 매월 150두 정도의 육우를 취급하고 있다. 이는 높은 기준의 육우를 원하는 대형 유통업체를 판로로 확보하고, 현대화된 육가공시설과 전문 인력을 십분 활용해 요구 품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무중 태건우 대표이사는 “일단 포장 부분에서 진공 풀림이 없어야 유통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할 확률이 낮은데, 육우는 기본적으로 가격이 낮다보니 기름 손질을 많이 해서 유통하는 경우가 있다. 어차피 저가에 팔리니 저가의 자재를 써서 싸게, 대충해서 내보내는 것”이라며 “금천미트는 육우 판매를 확대하면서 앞장서서 품질에 신경 쓰고 있는데, 육우에도 한우에 준하는 관리를 요한다. 기준을 맞출 자신이 있었고 다행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 준 것 같다”라고 입점 배경을 설명했다.

 

김무중 태건우 대표이사. 한승호 기자
김무중 태건우 대표이사. 한승호 기자

금천미트는 동원그룹의 식품기업 동원홈푸드에서 운영하는 육류 도매 전문 유통 플랫폼으로, 육우도 한우나 한돈과 마찬가지로 오직 브랜드화를 거친 제품만 판매하고 있다. 구매하는 고기의 고유한 이름을 비롯해 어떤 도축 시설과 육가공업체를 거쳐 제품화됐는지, 즉 받아든 품질의 바탕요소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거세우를 기준으로 ‘금천육우’, ‘금천보리소’와 같은 자체브랜드를 포함해 6개 브랜드가 유통되고 있는데, 태건우는 이 중 ‘연담우’ 브랜드를 납품 중이다.

육우 취급량을 월 250두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힌 김 대표이사는 육우의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산업기반과 정책이 아쉽다며, 개인소비자 또한 육우의 가치를 인지하고 소비할 수 있는 창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시절 수입 소고기를 먹으려다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단가를 맞춰 육우를 먹었다가 ‘인생소고기가 됐다’는 사례를 몇몇 봤다”라며 “농협과 자조금이 나서서 한정된 온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실물을 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곳을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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