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우, 무관심 속에 이대로 가라앉나

  • 입력 2023.08.20 18:00
  • 수정 2023.08.20 18:23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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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충남 천안에 위치한 대전충남양돈농협 포크빌축산물공판장 한 입주업체 직원들이 지난 15일 발골, 성형 과정을 거쳐 부위별로 진공 포장된 육우를 계근대로 옮기고 있다. 한승호 기자
충남 천안에 위치한 대전충남양돈농협 포크빌축산물공판장 한 입주업체 직원들이 지난 15일 발골, 성형 과정을 거쳐 부위별로 진공 포장된 육우를 계근대로 옮기고 있다. 한승호 기자

1년 전, 육우 송아지 한 마리가 농림축산식품부 앞 아스팔트 도로를 딛고 선 일이 있다. 당시 윤석열정부가 축산물 전반에 걸친 대규모 물량의 할당관세(무관세) 적용을 결정하자 축산단체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서울에서 총궐기집회를 예고했는데, 이를 앞두고 경기도 안성시의 축산농민들은 한발 먼저 세종에 모여 자체적으로 사전집회를 열고 기폭제를 자처했다. 안성은 한우와 젖소는 물론이고 육우 사육도 활발한 지역으로,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육우 송아지값 폭락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어린 송아지까지 함께 데려온 것이다.

‘만원에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육우 송아지 문제는 이처럼 당시에 이미 큰 일로 떠올랐으나, 당국은 지난 3월에야 손을 댔다. 우유·육우자조금을 활용해 벌인 수송아지 입식지원 사업이 그것이다. 젖소 수컷 송아지를 육우용으로 입식하면 두당 5만원을 입식농가에 지원하겠단 내용이었는데, 제일 먼저 송아지를 받는 초유떼기 농가들 사이에선 ‘조금이나마 도움은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지속가능한 사육을 위한 대책은 여전히 오리무중인데다, 한우와 달리 비육 농가 지원도 소비 활성화 대책도 없다. 외부요인에 의한 수익성 하락의 충격이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육우 사육 특성상, 단순히 송아지의 생명을 좀 더 연장해주는 것만으로 급속히 불어날 농가경제 손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뻔한 사실이었다.

육우산업은 모두의 무관심 속에 조용히 쪼그라들어 가고 있다. 육우 사육두수는 올해 들어 단 6개월 만에 1만5,000여두가 줄어들었는데, 단순 사육두수의 감소를 넘어 전업 사육농가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즉 아무리 규모를 늘리고 생산성을 확보해도 사육기반 유지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한우 농가의 경우 이 같은 불황에도 대형 농장들의 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앞으로도 나날이 식량자급률이 아래를 향할 우리나라에서, 육우는 비록 그 수가 적을지언정 다른 비육용 축종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식량자원이다. 육우산업은 또한 낙농산업의 안정적 유지에 기여하는 큰 버팀목 가운데 하나로, 현재 낙농가들이 겪고 있는 경영난의 심각성까지 고려하면 이 같은 방치는 놀랍기까지 하다. 이번호 <한국농정> 커버스토리에서는 1년이 지난 지금 육우 생산기반의 현주소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또 육우산업 관계자들을 찾아 필요한 대책의 밑그림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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