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농어촌 파괴, 신재생에너지로 고통받는 농민들

  • 입력 2023.08.13 18:00
  • 수정 2023.08.13 22: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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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면봉산 풍력발전 사업에 반대하며 지난달 27일부터 청송군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청송환경공익위원회 소속 농민들이 지난 8일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농성장에 모여 있는 가운데 천막에 설치한 온도계의 수은주가 40도에 육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면봉산 풍력발전 사업에 반대하며 지난달 27일부터 청송군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청송환경공익위원회 소속 농민들이 지난 8일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농성장에 모여 있는 가운데 천막에 설치한 온도계의 수은주가 40도에 육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오전 10시가 채 안 된 시각, 아스팔트 위 온도계는 이미 40℃에 육박했다. 지난 8일 타는듯한 더위 속 경북 청송군청 앞 주차장에 차린 천막농성장에는 청송군 현동면 개일리의 농민 약 8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청송환경공익위원회(면봉산 풍력 반대 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들은 지난달 27일부터 매일같이 들끓는 날씨에도 청송군청 앞에서 농성을 지속 중이다.

천막농성은 면봉산 풍력발전 때문에 시작됐다. 청송공익위의 면봉산 풍력 반대 활동은 올해로 벌써 8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그간 암암리에 기정사실화됐던 발전설비 용량 증설(27㎿→42㎿) 논의가 최근 수면 위에서 본격화되자, 농민들과 주민들은 불볕더위에도 천막농성이라는 강경책을 실행하게 됐다.

농성장 스피커를 통해 내내 방송되던 바와 같이 윤경희 청송군수는 이미 “행정력을 총동원해서라도 풍력을 막는 데 앞장서겠다”, “청송군민이 있는데, 왜 풍력 장사꾼을 지지하겠느냐. 어떤 경우에서든 청송군민의 편에 서겠다”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면봉산 풍력발전 증량에 대한 논의는 ‘어쩔 수 없는 일’인 양 빠른 속도로 그 절차를 진행해나가는 모양새다. 이에 청송공익위는 청송군청이 발전설비 증설 관련 논의를 지속 추진할 경우 군청 앞 천막농성에 그치지 않고 상경·삭발투쟁과 더불어 행정소송, 주민소환까지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상희 청송공익위원장은 “면봉산 풍력은 전임 군수 뇌물 문제를 비롯해 비리와 논란에 얼룩진 사업이고, 불투명한 절차와 의심스러운 과정을 차치하더라도 과거 입지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바 있듯 진행돼서는 안 될 사업이다. 산사태 위험 등 주민들이 숱하게 제기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공식 답변도 내놓지 않고 민원에도 응하지 않은 채 업자 눈치 보기에만 그저 급급하고,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각종 행정편익을 제공하느라 바쁜 청송군 행정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풍력 반대 투쟁이 햇수로 8년에 접어들었지만, 투쟁에 대한 마음가짐은 한 치 흐트러짐이 없다. 갈 때까지 가보겠다는 생각으로 지금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군청 앞에 천막을 차린 건 청송군뿐만이 아니다. 인근 영덕군청 앞에서도 풍력발전 사업에 반대하는 영덕군 남정면 양성리 투쟁위원회의 천막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김정수 투쟁위원장은 “영덕군 남정면 풍력발전은 준비 단계에서부터 지역 이장을 매수해 해당 사업을 국책사업이라 속이며 시작됐고, 예정지 주변은 송이 주산지로 풍력발전기가 들어설 경우 주민들의 생계가 위태로운 지경이다. 진행 과정이나 절차 등을 알기 위해 군청 문을 숱하게 두드렸지만, 어떠한 정보도 내주지 않아 결국 서류 한 장 얻기 위해 행정심판까지 진행하며 이 자리까지 왔다. 지금껏 외로운 싸움을 지속했듯 앞으로도 풍력발전기가 주민들의 삶을 망가트리지 않도록 투쟁을 계속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청송군청 앞 농성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우리가 이 더위에 왜 여기 나와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새벽녘에 일하고 지금은 쉬어야 할 때다. 해지고 남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과 과수원 풀 베고 약 치고 할 일이 태산인데,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꾼 군수와 돈 욕심에 눈이 먼 풍력업자 때문에 이렇게 농성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탄식했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둘러쓴 풍력·태양광 발전사업은 윤석열정부 감사원의 감사와 국무조정실 부패예방추진단의 위법·불법 적발 이후로도 여전히 농산어촌 주민과 농민들을 아스팔트 위로 내몰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농정>은 좀체 변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민낯과 여전히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 그로 인해 고통받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시금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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