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로 얼룩진 신재생에너지, 여전히 ‘돈벌이 수단’으로 확산 중

감사원·국조실 부패예방추진단의 감사·적발에도 제도 개선 ‘미흡’
풍력·태양광에 맞서고 있는 농민들 “달라진 점 체감하기 어려워”

  • 입력 2023.08.13 18:00
  • 수정 2023.08.13 22: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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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경북 청송군 면봉산 일대에 풍력발전시설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숲을 훼손해 임도를 낸 모습. 사진 오른쪽 상단의 공터에 변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한승호 기자
경북 청송군 면봉산 일대에 풍력발전시설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숲을 훼손해 임도를 낸 모습. 사진 오른쪽 상단의 공터에 변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한승호 기자

 

‘신재생에너지 정책 혁신 전담반(TF)’까지 구성한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재생에너지 관련 비리 재발 방지를 위한 강도 높은 혁신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친 국무조정실 부패예방추진단의 위법·부당사례 적발과 더불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여러 비리 혐의가 확인돼서다.

국조실 부패예방추진단은 지난해 9월과 지난 7월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1차 조사에선 전국 226개 기초단체 중 12곳을 표본조사했으며, 이를 통해 불법·부당 집행 사례 총 2,267건(2,616억원)을 적발했다. 위법·부당 사례는 △부적정 대출 △보조금 위법·부당 집행 △입찰 담합 등이다. 당시 국조실 부패예방추진단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전력 R&D 사업 등을 지원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은 최근 5년간 약 12조원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임에도 기금운영, 세부 집행 등에 대한 외부 기관의 점검이 미흡하고 주민들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점검을 실시했다”고 점검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진행된 2차 조사에선 5,359건(5,824억원)의 위법·부적정 사례가 확인됐다. 1차 때와 비슷하게 부적정·허위 대출 등 금융지원사업 관련 사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쪼개기 수의계약을 비롯한 보조금 부당 집행 등이 적발됐다.

이밖에도 감사원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특혜·비리 의혹이 있는 대규모 사업을 선별해 위법·부당 여부를 집중 점검한 결과 △신재생 사업과 밀접한 기관의 공직자, 자치단체장 등이 민간업체와 공모해 인허가·계약상 특혜를 제공한 사례 △허위서류 등을 통해 사업권을 편법으로 취득한 사례 △국고보조금을 부당 교부받은 사례 등을 확인했으며, 신재생 업무와 밀접해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은 기관에 소속된 임직원이 태양광 사업 참여를 금지하고 있는 내부규정을 위반하거나 겸직허가 등도 받지 않은 채 태양광 사업을 부당 영위하는 사례도 확인·검토 중이다. 감사원은 또한 사적이해관계 신고 등을 하지 않은 채 태양광 사업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미공개 내부정보 등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얻고 있는 사례, 소형 태양광 또는 농업인 우대 혜택을 노린 일부 업자들의 위법·부당사례 등도 일부 확인했다. 감사원은 감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감사결과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 산자부는 지난달 민간 전문가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정책혁신 TF를 구성해 △공직 윤리를 높이고 투명한 행정처리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검토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보조사업 등 예산지원사업 점검을 통해 철저한 사업관리 방안 마련 △신재생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 방안 논의 등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지난 7월 31일에는 무분별한 발전사업 허가 및 계측기 난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방안도 발표했는데, 허가된 발전사업의 실제 이행력을 높이고 전력시장 질서 확립을 목표로 삼았다. 발전사업 인허가 요건 및 풍력 자원 계측기 기준 강화가 골자다.

산자부는 “그간 급격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신규 허가 건수(3MW 초과)도 2011년 19건(1.4GW)에서 2021년 98건(10.3GW)으로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사업자가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보다 사업권 중도 매각 등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데 몰두하거나 지연시키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며 “이밖에 풍력발전 허가 요건으로 풍황계측을 요구하고 사업자 간 부지가 중복될 경우 계측기 설치순서로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부지선점 및 매매 목적으로 계측기를 설치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또 유효지역 규정으로 인해 사업자 간 부지 분쟁도 다수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산자부는 신용평가(B등급 이상 의무화)와 재원조달 계획상 자기자본 비율을 강화하고 초기개발비 확보 여부를 심사하는 등 발전사업 허가기준을 재무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한층 높였다. 또 사업의 적기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태양광·연료전지 2년 △육상풍력 4년 △해상풍력 5년 등 공사계획인가기간(허가부터 착공까지의 기간)을 기존 허가된 10MW 이상의 발전사업에도 일괄 부여하고, 공사계획인가기간과 준비기간(허가부터 사업개시까지의 기간) 연장요건도 강화했다. 풍력자원 계측기는 설치허가일로부터 3년 이내 발전사업 허가를 신청하도록 유효기간을 신설했고, 유효지역과 계측기간에 대한 기준도 단순화·명확화했다.

하지만 8년째 풍력발전에 맞서 반대 활동을 지속 중인 남은식 청송환경공익위원회 감사는 “아직도 힘겹게 투쟁을 지속 중인 현장에선 발전사업 제도 개선을 체감하기 어렵다. 예정지 주변 10개 리 주민들이 풍력발전에 반대하는 와중에도 업자 측은 용량 증설을 추진하고 행정은 이를 맞춰주고 있다. 계측기 난립 방지를 비롯해 발전사업 허가기준을 강화했다는 산자부 발표내용을 들여다봤는데, 오직 돈 벌 욕심뿐인 업자들을 막기엔 어림없어 보인다”라며 “행정보다 법·제도 빈틈을 더 잘 알고 있어 산자부가 제도 개선을 하더라도 분명 또 빈틈을 파고들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하고 산사태 방지 대책 마련 및 주민동의를 의무화하는 등의 현장 주민들이 요구하는 부분이 반영되면 좋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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