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폭염 속 천막은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힌다. 마치 한증막 속에 들어앉아 있는 듯하다. 염천에 두 개의 천막이 차려졌다.
하나는 청송군청 앞 천막이다. 이는 청송환경공익위원회가 세운 것인데, 청송군민을 위해 풍력발전 증량을 반드시 막겠다던 군수가 돌연 ‘어쩔 수 없다’며 풍력발전 증설에 속도를 내자 주민들이 투쟁 의지를 담아 설치했다. 청송지역 농민들은 덜 뜨거운 새벽부터 과수원 일과 밭농사를 하고 무더위 휴식 시간에는 군청 앞 펄펄 끓는 아스팔트 위 천막을 지키고 있다. 풍력발전 반대 투쟁을 한 지도 올해로 8년째다. 주민들은 많이 지치기도 했지만 모두가 진심으로 지역을 위해 투쟁 천막에 모인다.
유례없는 장마와 극한 호우, 태풍까지 겹치는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지금, 산사태는 예고 없이 일어난다. 청송군 같은 지역에 풍력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주민들 목숨을 담보로 한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또한 인근의 영덕군에서도 똑같은 풍력발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예정지 전역이 송이버섯이 생산되는 곳이다 보니 주민들의 생계 또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 지역은 특히 사업준비에서부터 주민들을 기만했는데, ‘국책사업’이라고 주민들을 속이는가 하면 이장들을 매수까지 했다고 한다. 이렇듯 풍력·태양광 발전사업이 추진되는 곳들은 대개 주민 삶을 위협하고 비리가 만연해 있다. 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문제를 지적했으나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 4가지 불법적 사례를 파악했다. 첫째, 에너지 정책 소관 중앙부처 과장들이 민간업체와 공모해 업자에게만 유리하게 부당한 법령 유권해석을 제공하는 등 특혜를 제공했으며 퇴직 후 해당 업체에 재취업했다. 둘째, 자치단체장이 입찰공고 상 계약조건에 미달인 부적격 지역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특혜를 제공한 사례도 있다. 셋째, 국립대 교수가 허위 자료와 이행 의사 없는 계획으로 발전사업 및 점·사용 허가 등을 받아 사업권을 편법 취득한 후 착공도 하지 않고 있다 사업권을 600배 많은 수준으로 매각한 사례가 있으며 넷째, 허위 기술평가서를 바탕으로 자부담 계획을 세운 후 대규모 국고보조 사업자로 선정돼 보조금을 위법하게 교부 받은 사례 등이 있다. 실제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비리 혐의 등으로 중앙부처 전직 간부·자치단체장 등 38명을 수사 의뢰했다.
폭염 속에 펼쳐진 또 하나의 천막은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장의 그것이다. 이번 행사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으나 기반 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수많은 천막을 설치했으나 폭염과 극한 호우에 참가자들이 그대로 노출돼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됐다.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에서 진행됐고, 잼버리조직위원회와 공무원들의 준비 부족으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호언장담하던 행사는 뒷수습조차 허둥지둥인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대원들은 온열 질환과 모기 등 벌레에 물렸고, 참가국들이 일정을 변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치권의 공방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피해대책, 이후 프로그램 추가, 예산 편성 등이 전방위적으로 전개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폭염을 견디기 힘든 건 새만금과 청송군 천막 모두 동일하다. 그런데 청송군 풍력발전 반대 대책위 천막 속에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고충을 견디는 주민들의 요구는 왜 8년째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것인지 답답하다. 어떤 사업이든 주민 의견들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