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이 집어삼킬 농민의 삶

  • 입력 2023.08.27 18:00
  • 수정 2023.08.28 16:01
  • 기자명 김수나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지난 21일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일대 모습. 대부분 임야와 밭으로 이뤄져 있다. 제2공항 건설이 강행되면 결국 농민은 삶의 터전과 함께 생업을 잃는다. 한승호 기자
지난 21일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일대 모습. 대부분 임야와 밭으로 이뤄져 있다. 제2공항 건설이 강행되면 결국 농민은 삶의 터전과 함께 생업을 잃는다. 한승호 기자

제주 제2공항(제2공항) 논란이 올해로 8년째다. 2015년 11월 국토교통부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2공항 추진’을 발표한 뒤 ‘된다, 안 된다’를 가르는 숱한 과정을 지나왔다. 그 한가운데서 제주 농민들은 중요 당사자로 반대운동의 선두에 섰다. 공항 건설 강행은 대규모 농지 손실과 농민 생존 위기로 이어진다. 농민을 빼곤 제2공항을 말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그간 제2공항 문제에서 농민의 목소리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 국토부)가 밝힌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안)’을 보면, 제2공항 부지 면적은 약 550만6,000㎡다. 성산읍에서 가장 많은 땅인 임야(49.2%, 53㎢)를 빼면 밭(24.7%, 26.5㎢)과 과수원(7.3%, 7.9㎢)이 가장 많다. 주민 대부분은 주업이 농사다. 읍 인구(1만5,394명) 가운데 48%(7,396명·2,660가구)가 농업 종사자다. 경지는 4,718만㎡에 달한다.

기본계획(안)의 ‘건설 예정지역의 토지 및 보상물건 현황조사’를 보면 좀 더 자세하다. 이는 “제2공항 공사 구역 내 편입되는 토지에 대한 보상조사를 실시해 토지소유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시행하고, 민원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조사다. 조사 결과, 공항부지 편입 지역인 성산읍 온평리·난산리·신산리·수산리·고성리(편입규모 순)에서 공항부지에 편입될 땅의 전체 면적 (550만6,201㎡) 가운데 농·축업용 토지 면적은 32%(176만5,543㎡)다. 전체 면적의 57.5%(316만7,108㎡)가 임야임을 감안하면 대부분이 농지인 셈이다.

이대로면 성산읍 농민 대다수가 생업을 잃는다. 그런데도 기본계획(안)엔 이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없다. ‘적절한 보상’, ‘민원발생 최소화’로 압축돼 있을 뿐이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오영훈) 공항확충지원단은 기본계획이 고시돼야 구체적 대책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장 생존권이 달린 농민 입장에선 현재 계획만으론 공항 계획을 납득하거나 동의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당국은 현장 의견이라도 충분히 듣고 있을까. 지난 3월 환경부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조건부 동의한 직후 제주도는 두 달 넘게(3월 9일부터 5월 31일)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를 보면 찬성과 반대, 공항 건설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 촉구를 몇 사람이 요구하는지와 찬반 양측의 주요 의견 정도만 담겨 있다. 도의 입장도 자세하지 않다. 도민 의견을 어떻게 조율하고, 국토부에 어떤 의지를 보일 것인지 큰 그림이 없다. 그저 “모든 절차에서 갈등 해소와 도민 이익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 “예정지 주민들에 대한 종합 대책, 도민에 대한 상생 지원 대책 등 마련해야”라는 원론적 의견에 그쳤다. 제주도가 나름 대대적으로 진행한 의견수렴은 8년 동안 맴돌았던 논의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지난 21일 제2공항에 대한 농민들의 생각을 들어보려 성산에서 만난 농민들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받아서 (국토부에) 넘긴 것”이라며 형식에 그쳤음을 지적했다. 제2공항에 대한 농민들의 생각을 좀 더 들어보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