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 도민에게 물어야

제주제2공항 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주민투표 촉구 서명 돌입

“국토부 ‘도민 동의 없이 제2공항 강행 않겠다’던 약속 지켜야”

  • 입력 2023.04.02 09:34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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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지난달 6일 환경부(장관 한화진)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조건부 동의 의견을 내자, 제주 농민들은 즉각 ‘공항 부지로 단 1평도 내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어 제주도 각계에서 제2공항 저지 목소리가 다시 시작된 가운데, 자기 결정권 보장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제2공항 비상도민회의)가 제주시청 앞에서 ‘제2공항 주민투표 실시 촉구 범도민운동 출정’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이 결정한다. 주민투표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고권섭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의장은 제주 제2공항 건설로 인한 핵심 문제로 ‘농지 손실과 임차농의 생존권 박탈, 농업의 근본 가치 훼손’을 꼽았다.

고 전 의장은 “농지 없이 살 수 없는 게 농민 아닌가. 제2공항으로 농지 52만평이 사라진다. 자기 땅 한 평 없는 공항 예정부지의 임차농들은 그 땅이 사라지면 직업을 잃고 갈 데가 없어진다”면서 “또한 단지 돈으로만 따질 수 없는 농업의 가치가 무시되고 경제원리만 내세운 사업으로 인해 피해자가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른바 제2공항 건설은 가진 사람들이 돈을 더 벌려고 하는 사업이다. 있는 데도 새로 만들어 돈을 벌겠다는 것”이라면서 “피해자를 발로 밟으면서 진행하는 사업인데도 행정도 나 몰라라 하는 면이 있다. 이 또한 싸워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지난달 28일 제주시청 앞에서 ‘제2공항 주민투표 실시 촉구 범도민운동 출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제공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지난달 28일 제주시청 앞에서 ‘제2공항 주민투표 실시 촉구 범도민운동 출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제공

이날 제2공항 비상도민회의는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는 2019년 당정 협의에서 합리적·객관적 절차에 따라 도민 의견을 수렴해 제출하면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2020년 공론화 과정에서 제주도민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2공항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합의문에 명시했고, 토론에서도 공언한 바 있다. (이는) 국토부 스스로 도민 사회와 맺은 약속”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민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해 제2공항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제2공항의 찬반을 넘어 도민 사회의 일관된 요구이며 이는 국토부도 인정해 온 바”라면서 “우리는 오영훈 지사가 제2공항 문제의 해법으로 도민의 자기 결정권에 기반한 주민투표를 국토부에 요구할 것을 여러 번 요청했다. 다시 한번 도민 사회의 총의로 오 지사에게 국토부에 주민투표를 요구하라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지자체 장은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정 사항을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으나, 공항 건설 같은 정부 시행 사업에 대한 주민투표는 중앙행정 기관의 장이 지자체 장에게 요구하도록 돼 있다.

제2공항 비상도민회의는 이날을 기점으로 주민투표를 촉구하는 범도민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한편 지난 6일 환경부가 국토부에 조건부 동의를 통보한 직후 국토부는 제2공항 기본계획(안)을 제주도에 제출하고, 도민 의견수렴을 요청했다. 이에 제주도는 지역별 경청회와 도민 의견수렴(3월 9일~5월 8일, 필요시 연장)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제주도에 따르면,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수렴 외에 현재까지 다른 방안은 계획하지 않은 상태다. 일단 제주도는 이번 의견수렴 과정에서 나온 도민의 입장을 가감 없이 국토부로 올려보낸다는 방침이다.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 결정 배경도 논란을 빚고 있다.

조건부 동의 통보 직후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한 일부 전문기관들이 제2공항의 환경적 입지에 대해 부정적 검토의견을 냈음에도 이를 임의로 왜곡했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개별 검토기관의 의견을 왜곡한 바 없으며, 협의 의견은 검토기관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은주 국회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의당)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립생태원의 경우, 환경부가 이번에 조건부 동의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생물다양성·서식지 보전 △멸종위기 조류 △조류 충돌 △숨골 보전방안 등이 모두 미흡해 사업계획 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제2공항 비상도민회의도 나서 환경부를 규탄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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