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 … 재검토해야”

  • 입력 2023.05.21 18:00
  • 수정 2023.05.21 20:03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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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검증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및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소속 대표자들이 ‘거짓, 부실, 왜곡된 내용의 전략환경영향평가 기본계획'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검증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및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소속 대표자들이 ‘거짓, 부실, 왜곡된 내용의 전략환경영향평가 기본계획'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3월 6일 환경부가 동의(조건부 협의)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전환평)’가 제2공항 반대 운동단체들의 검증 결과,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 동굴 분포 가능성 등에 대한 평가를 누락·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이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검증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전환평 검증 결과 △공항 수요인원 감소에 따른 제2공항 건설 계획의 적절성 평가 누락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한 평가 축소, 조작 △숨골의 환경적 가치 평가 절하 △제2공항 후보지 내 동굴 분포 가능성 누락과 아울러 관련 대책도 없다고 밝혔다.

이번 검증은 지난 2021년 환경부가 4가지 사유로 반려한 전환평의 문제에 대해 이번 평가에서도 전문기관 6개 가운데 5개 기관이 미흡하거나 부실하다고 의견을 냈음에도 환경부가 동의했기 때문에 진행됐다.

먼저 이번 전환평에선 평가의 핵심 과제인 제2공항 건설계획의 적정성이 평가되지 않았다. 이들은 공항 수요예측이 2015년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 연간 4,560만명에서 2023년 기본계획에선 3,970만명으로 줄었고, 고령화 추세 등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사업부지 면적은 늘었다는 점을 들어, 제2공항 건설계획의 적정성 자체부터 재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공기-조류충돌 위험성의 경우, 제2공항 후보지 주변에서 발견된 조류 172종 가운데 39종만을 평가대상에 포함했고, 그 가운데 12종만 피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더 문제는 철새도래지 대책이 없고, 항공기-조류충돌 위험성을 축소한 점이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제주공항에 비해 제2공항의 조류충돌수가 2.7~8.3배 높은 것으로 검토의견을 낸 바 있다.

박찬식 제2공항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은 “제2공항 후보지 주변은 철새도래지 밀집 지역이지만, 전환평에는 △육상 조류를 대상으로 한 서식역 확보 방안 검토 △3km 이내 핵심지역과 3~8km 전이구역에 대한 항공 비행안전 확보 대책만 있고, 8km 이내 철새도래지에 대한 대책은 없다”면서 “「공항시설법」등 관련 법에 따라 공항 8km 이내에는 조류보호구역을 둘 수 없어 이대로 공항을 짓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말했다.

항공기-조류충돌 위험성 평가기준도 문제다. 이번 전환평은 기존 국내 공항에서 충돌 사례가 없는 종은 제외했다. 심지어 국토교통부의 전환평 보완가능성 용역(2021년 12월~2022년 10월)에서 충돌 심각성이 높은 종으로 평가됐던 갈매기류 등이 이번 전환평에선 충돌 심각성이 낮은 종으로 평가되는 등 위험도가 축소됐다.

숨골(땅속 동굴의 천장 일부가 깨져 형성된 지표의 화산지형, 빗물의 유입구)에 대한 가치 절하도 이번 전환평의 문제로 지적됐다. 숨골은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제주의 지질 특성상 홍수를 막고, 지하수를 유입하고 가두는 역할을 한다. 제2공항 예정지에는 농경지가 다수 있는데, 숨골이 없으면 밭에 물이 차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숨골 훼손으로 지하수가 유입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하수가 고갈돼 제주 물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전환평의 숨골 평가에선 지하수 함양기능을 25%로 평가했다. 또 전환평 초안 당시 국토부는 제2공항 예정지에 숨골이 8개라고 했으나, 환경단체 등이 2년에 걸쳐 180여개의 숨골을 찾아내자, 153개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자연숨골은 39개뿐(보전가치 21개)이며, 배수를 위해 주변이 정리되거나 배수로와 연결된 숨골은 보존가치가 없다며 인공숨골로 규정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숨골의 절대적 가치는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함양·보전하는 것인데, 비본질적 기준을 적용해 등급을 매기며 지하수 함양 기능을 깎아내렸다”면서 “숨골 형성 과정상 인공숨골이란 있을 수 없지만, 국토부는 크기로만 판단했다. 숨골의 가치를 깎아내리기 위해 조작된 평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전환평에선 지난 정부에서 계속 제기한 숨골 보전 대안도 없고, 재해나 지하수 함양도 전혀 상세히 다루지 않았다는 게 숨골 평가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지반조사 분석 결과, 사업 예정지 지하에 다수의 동굴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제2공항 기본계획 지반조사에서 두께가 5~9.6m에 이르는 클링커층(용암이 흐르다 공기와 만나 굳고 부서져 형성된 파쇄대)이 발견됐고, 이 지형은 동굴이나 빈 공간일 가능성이 커 정확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이번 전환평에서는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 소장은 “제2공항 후보지 일대는 다수 용암동굴이 분포하는 파호이호이용암류(묽고 매끄럽게 흐르는 용암) 지대로, 화산 지질학상 수십 센티미터의 얇은 클링커층밖에 나올 수 없다”면서 “시추조사에서 발견된 두꺼운 클링커층은 용암동굴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원보 제2공항비상도민회의 집행위원장은 △기본계획 및 전략환경영향평가의 검증에 필요한 모든 자료 전면 공개(국토부) △「환경영향평가법」제41조 제2항에 따른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를 소집(환경부) △제주 제2공항 후보지 내 용암동굴 존재 가능성 확인을 위한 시민사회와의 공동조사(국토부, 환경부, 제주도, 문화재청) △주민투표 실시(국토부, 제주도)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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