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군 문해교육 20년, 첫 단체 대학 진학 결실

문해교육·초중등 학력인정·일반고 거쳐 대학까지
지역 전체의 배려와 관계망 속에서 이뤄낸 ‘귀감’

  • 입력 2025.02.07 08:34
  • 수정 2025.02.07 09:41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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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경남 거창군이 20년간 일궈온 성인 문해교육의 씨앗이 교육생들의 단체 대학 입학이란 꽃으로 피어났다. 평생 학교 문턱도 밟아 보지 못한 이들부터 초·중학교를 겨우 마치거나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16명이 성인 문해교육과 초중등 학력인정 과정을 거쳐 지난 2022년 일반고를 함께 진학했고 지난 6일 졸업을 맞았다. 이들은 오는 3월 경남도립거창대학까지 입학하게 됐다. 거창군 성인 문해교육 역사상 모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 대부분은 2005년 거창군이 시작한 성인 문해교실 ‘찾아가는 방문 교육’부터 참여해 2015년과 2019년 각각 지정된 초등학력 및 중학학력 과정을 거쳐, 어렵사리 일반 공립 고등학교(아림고)에 들어갔다. 학력인정 과정을 거쳐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이들처럼 단체로 일반고에 진학한 사례는 당시 거창군이 전국 최초였다. 이들은 모두 여성으로 거창군 등하굣길에서 만나는 ‘교복 입은 할머니들’로 주목받기도 했다.

16명 가운데 70~80대가 10명에 이를 만큼(60대 5명, 50대 1명) 고령의 만학도라 일반고에서 이들을 받아주는 건 쉽지 않았고, 첫 사례이기도 해서 입학 당시엔 여러 우려도 있었다. 학교 당국조차 문해교육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고, 이들의 교육 수준도 알 수 없어 교수 방법을 고심했다. 어린 학생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도 고민이 깊었지만, 이들의 존재가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내신 등에 좋은 영향을 주면서 학부모들의 공감도 끌어낼 수 있었다.

김광선 거창군 평생학습 담당 계장은 “우리 학습자들이 처음으로 일반고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도 하게 돼 학교 관계자들만큼 보람을 느낀다”라며 “찾아가는 방문 교실부터 시작해 학력인정 과정까지 20년의 역사를 다 같이 해온 분들의 대입이라 더 의미가 깊다”라고 전했다.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온 만학도들의 졸업식이 지난 6일 경남 거창군 아림고등학교에서 열렸다. 거창군 제공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온 만학도들의 졸업식이 지난 6일 경남 거창군 아림고등학교에서 열렸다. 거창군 제공

이들의 대학 진학이 가능했던 건 거창군과 학습자들의 노력만이 아니라 지역학교인 거창대의 역할이 컸다.

거창대가 적극 나서 교육부의 성인 학습자 전용 교육과정 사업(라이프사업)에 공모해 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체계(2년 과정, 전문학사)를 설계한 것이다. 만학도들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교양과목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과목은 물론 학내 쉼터 등도 준비됐다. 거창군에서는 이들의 학습을 도울 도우미 교사 2명도 지원한다. 김 계장은 “초·중등 과정은 지자체(거창군), 고등과정은 일반 고교, 대학과정은 지역 대학이 맡음으로써 이들 삼박자가 맞았다”라며 “이처럼 지역 전체의 다양한 배려와 관계망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라고 의미를 짚었다.

구인모 거창군수는 지난 6일 아림고에서 열린 졸업식에 전한 축사에서 “만학도들의 배움에 대한 도전은 우리 거창을 넘어 배움의 때를 놓친 전국의 학습자들에게 귀감이 됐다. 실제 지난가을 도쿄대학이 아림고를 벤치마킹했고, 전북 익산시는 아림고 방문 뒤 익산함열고에 20명의 문해학습자가 입학했다는 소식을 전했다”라며 “가나다로 시작했지만, 여고생이 되고 이제 대학생이 된 주인공들은 도전하면 성장한다는 진실을 보여줬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시라”고 응원과 당부의 인사를 건넸다.

거창군은 지난 2003년 경남도에서 처음으로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됐으며, 초중등 학력인정 프로그램도 가장 먼저 지정받았다. 2024년 기준 초중등 학력인정 과정을 수료한 인원은 185명, 고교 진학은 29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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