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교육의 핵심은 “자존감 향상과 자기표현”

김세련·서미영 강사가 말하는 성인 문해교육의 장점

  • 입력 2023.04.23 18:00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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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한 어르신이 한글 교재에 적힌 자음을 연필로 따라 쓰며 읽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 어르신이 한글 교재에 적힌 자음을 연필로 따라 쓰며 읽고 있다. 한승호 기자

예천과 거창에서 만난 성인 문해 강사들은 “어르신들이 문해교실을 다니며 전보다 밝고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변모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교육생들의 자존감이 무엇보다 높아진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겼다.

교육생들의 자존감 향상은 무엇보다 강사와의 깊은 유대감이 밑바탕이 됐다. 강사들은 교육생들의 출결을 일일이 챙기고 이동까지 배려하는데 이러한 관계맺음도 교육생의 자기 존중으로 이어진다.

김세련(54, 예천군노인복지관) 강사는 “어르신들이 글을 몰라 자존감이 굉장히 낮다. 글자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존감 높이기에 더 많이 신경 쓴다”면서 “어르신들 손을 잡아드리며 ‘할 수 있다’, ‘괜찮다’고 말해 드리고 항상 안아드린다. 자신감이 생기고 많이 웃으시는 모습을 보면 되게 감동 받는다”고 말했다.

서미영(63, 거창군 평생학습) 강사도 “글을 알게 되니 자존감이 많이 높아진다”면서 “어르신들이 ‘까막눈이다가 눈이 떴다’고 표현하시는데 글자가 보임으로써 자존감은 물론 ‘내가 저 글자를 아네, 배웠던 것이네’라며 기뻐하시는 게 문해교실의 첫째 보람”이라고 말했다.

김세련 강사는 “한 어르신이 정육점에서 고기를 살 때 항상 ‘삼겹살 주세요’라고만 했는데, 글자를 알게 되면서부터 상품명을 읽고 본인이 직접 고르니 고기가 훨씬 더 맛있다”라던 어르신과 “전엔 간판도 모르고 상점에 들어갔다면 이젠 간판을 직접 읽고 확인하고 들어가니 모르고 들어갈 때와는 기분이 완전히 다르다”던 어르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김 강사는 “글을 아는 사람들에겐 사소한 것이지만 어르신들에겐 정말 큰 기쁨”이라면서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마다 기분 좋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문해교육으로 자기표현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서미영 강사는 “성인 문해교육의 최종 목표는 어르신들이 단 한 줄이라도 자신의 마음, 지나온 삶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라면서 “맘 속에 담아두기보다 표현하면 정서에도 좋다. 어르신들은 가슴에 담고 있는 게 많은데, 살면서 생긴 응어리, 사소한 일상이라도 글로 풀어내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지원 덕분에 큰 불편함 없이 교육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김세련 강사는 “문해교실이 매년 12월에 끝나고 1~2월엔 쉬는데, 이때가 오히려 어르신들이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기”라면서 “농번기엔 어르신들이 많이 바쁘셔서 왔다가도 금방 가시고 아예 못 오시기도 한다. 어르신들이 한가할 때 수업이 진행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서미영 강사는 “거창군의 찾아가는 문해교실은 참 좋다. 마을회관에서 진행하니 마음만 있으면 오시기만 하면 된다”면서 “도시는 접근성이 좋지만, 지역은 가고 싶어도 버스가 별로 없어 참여가 어렵다. 찾아가는 교실은 어르신들이 원하는 한 계속 운영하며 끝까지 어르신들의 배움을 보살펴 드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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