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평생을 농사짓고 자식 키우느라 자신을 돌볼 겨를 없이 살아온 농촌 노인들. 글을 몰라도 큰 불편함은 없이 살아온 세월이라지만, 자신의 이름조차 쓸 수 없고 간단한 간판도 읽을 수 없는 ‘까막눈’은 이들의 일상을 제한하고 마음마저 주눅 들게 했다.
비문해로 살아온 농촌 노인들에겐 기초연금, 의료서비스, 여가생활 같은 복지만이 아니라 일상의 선택권을 넓히고, 지나온 삶과 현재의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해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평생교육과 노인복지의 일환으로 성인 문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문해교육은 생활에 필요한 문자 해득 능력과 사회·문화적으로 요구되는 기초생활 능력을 갖추게 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보통 비문해율은 남성보단 여성, 70세 이상, 초졸 이하와 월 가구소득이 낮고 농산어촌에 거주할수록 높다. 한국전쟁 전후로 태어난 세대는 경제난으로 교육받을 기회가 적었고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교육에 더 취약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3년 단위로 조사하는 2020년 제3차 성인 문해능력조사를 보면, 만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쓰기·셈하기가 어려운 비문해성인은 4.5%로, 약 200만명가량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2.7%, 여성이 6.4%이며, 연령별로는 10~40대가 0.1~0.8%이지만 60대 5.3%, 70대 13.7%, 80대는 49.3%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서울·광역시가 4.4%, 농산어촌이 12.1%로 3배 가까운 격차가 난다. 비문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산어촌 70~80대는 시대사, 개인사적 어려움으로 한글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삶의 뒤안길에 이른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이들이 기초교육을 받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지원하는 여러 지자체와 단체가 있지만, 그 가운데 예천군노인복지관과 거창군 인구교육과의 성인 문해교실 현장을 통해 농촌 노인들의 배움과 이를 통한 자기 확장의 의미를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