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밀, 논콩‧가루쌀 이모작 해야 전략작물 대접

내년 예산 ‘국산밀 현실 외면했다’, 쌀 감산 기조 영향

우리밀 단체, ‘정부 비축 물량‧직불금 확대’ 한목소리

  • 입력 2023.09.06 12:28
  • 수정 2023.09.07 14:14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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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우리밀 4개 단체가 국산밀 소비 확대와 안정적 생산을 위한 충분한 예산 확보를 촉구하고 나섰다. 2025년까지 국산밀 자급률 5% 달성이 정부 목표지만, 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 예산안 상 현재로선 목표 달성은 턱없다는 것이다.

2024년 농식품부 예산안에 따르면, 국산밀 수매 비축량은 올해 2만톤(245억원)에서 내년 2만5,000톤(306억원)으로 소폭 상승, 직불금(밀 단작 시)은 50만원/ha으로 동결됐다. 쌀 감산을 위해 추진 중인 전략작물직불금은 350만원/ha(2023년 250만원)으로 대폭 오르지만, 밀은 논콩이나 가루쌀을 지은 뒤 동계작물로 경작해야만 이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의 쌀 감산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결과다.

우리밀 단체((사)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사)우리밀생산자회, 한국우리밀농업협동조합,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들은 이에 대해 “쌀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로 국산밀 산업 기반 확충의 절박함을 무시하고 국산밀 소비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국산밀은 수입밀보다 2배 정도 비싸 가격경쟁력을 갖춰야만 소비가 늘어나는데 이를 위해선 정부의 가격 보전이 필수다. 국산밀 자급률도 소비가 활성화해야 담보된다. 이에 따라 우리밀 단체들은 △국산밀과 수입밀 가격이 같아질 때까지 생산단지 생산량 전량을 정부 비축 △국산밀 전략작물직불금 250만원/ha으로 상향 요구했다(밀 자급률 15~17%인 일본의 밀직불금은 한국보다 약 13배 많은 640여만원 선).

이들은 지난 4일 성명서를 내고 “국민 1인당 밀 소비량이 연간 35kg이지만 국산밀 소비량은 전체 소비량의 1%대에 그친 0.35kg 정도다. 그런데도 가루쌀이나 논콩의 후작이어야만 국산밀을 전략작물로 지원하는 것은 농식품부가 국산밀 정책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라며 “동계작물로만 국산밀을 한정하지 말고 외부 충격에도 굳건하도록 국산밀 식량주권 기반을 확실히 다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10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본덕동 한국우리밀농협에서 공공비축용 국산밀 정부 수매가 한창인 가운데 직원들이 지게차로 농민들이 가져온 국산밀을 건조저장시설 투입구에 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7월 10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본덕동 한국우리밀농협에서 공공비축용 국산밀 정부 수매가 한창인 가운데 직원들이 지게차로 농민들이 가져온 국산밀을 건조저장시설 투입구에 붓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편 국산밀 생산단지 생산분 전량 수매 요구는 최근 4년간 국산밀 생산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지만, 실질 수요 대책은 없어 현장에선 잉여 물량 처리를 고심하는 상황에 따른 것이다.

2020년 시행된 「밀산업육성법」에 따라, 지난 4년간 밀 자급률은 0.8%(2020년)에서 2.2%(2023년), 밀 생산량은 194%(5월 1일자 농식품부 발표 기준)로 올랐다. 하지만 올해만 해도 국산밀 생산량은 평년 소비량과 정부 수매량 각각 2만톤을 빼고도 2만톤이 남았다가 주정용으로 2만톤을 처리하게 되면서 현장에선 ‘그럭저럭 넘겼다’는 말까지 나왔다. 더 강력한 소비대책이 없다면 생산량 적체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고, 주정용 역시 정부 수매가보다 낮아 농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알곡을 넘겼다는 게 현장 전언이다.

4개 단체는 “현 수매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의 주정용 처리에 현장이 참여한 것은 잉여 물량에 대한 판로가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마저도 당장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 생산을 더 늘려도 되는지 혼란스러울 뿐이다”라며 “정부 목표대로라면 내년 재고는 3만톤 이상이다. 밀 수입은 해마다 늘고 국산밀은 팔 곳이 없어 쌓여만 가는 상황을 되풀이할 순 없다”고 토로했다.

2024년 정부의 국산밀 생산 목표량은 10만톤으로 이 가운데 50%인 4만8,000톤이 생산단지에서 생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 수매량은 4만8,000톤의 절반을 조금 넘는 2만5,000톤에 그쳐 남는 2만3,000톤은 자체 소비해야 한다. 미약한 국산밀 시장에서 생산자들이 자체적으로 판로를 찾기란 난감하다는 것이다.

우리밀 단체들은 임시방편일 뿐인 ‘주정용’ 처리 외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자급 기반 마련을 위해서도 소비대책은 필수인데, 이는 ‘제1차 밀산업육성 기본계획(2021년~2025년)’상 5대 과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기본계획엔 ‘대량‧안정적 소비시장 확보’를 위해 △대량 수요처와 계약재배로 소비 확대 △주력 소비품목 육성 △음식점 밀 원산지 표시제 도입 등이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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