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농정원에 노골적 인사개입 … ‘대통령실’ 사칭까지

농정원 총괄본부장에 끝내 농식품부 퇴직 공무원 임명

농정원장, 차관 등 농식품부 면담 후 ‘인사결정 번복’

정황근 장관 의중 반영 … 인사 논란에 입장 밝혀야

  • 입력 2023.07.06 18:58
  • 수정 2023.09.10 21:4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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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상임이사(총괄본부장) 선임 과정에 노골적 인사개입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전경.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제공
농림축산식품부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상임이사(총괄본부장) 선임 과정에 노골적 인사개입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전경.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제공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가 산하기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엔 대통령실까지 사칭해 농식품부 퇴직 공무원 자리를 챙겨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기관장이 결정한 인사 결과가 농식품부 차관·실장 면담 이후 번복되는 일까지 벌어져 인사 압박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식품부의 산하 공공기관 인사개입 논란이 불거진 건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원장 이종순, 농정원)의 총괄본부장(상임이사) 자리를 두고 내부 직원과 농식품부 퇴직 공무원이 최종 후보자로 압축되면서부터다.

농식품부 다녀온 일주일 뒤 ‘최종 인사결과 뒤집혀’

농정원 총괄본부장은 농식품부 감사담당관 출신 변동주 본부장이 맡아왔다. 2년 임기가 끝나고 후임인사 공고가 난 뒤 3명의 후보가 지원했다. 임원인사추천위원회가 꾸려지고 후보자에 대한 꼼꼼한 평가절차는 당연한 수순인데, 이 가운데 1명의 후보가 포기하면서 최종 2명만 남게 됐다. 농식품부 출신 인사와 농정원 내부 지원자, 두 사람 모두 인사검증 ‘적격’ 판명이 났고, 기관 발전에 복무할 인물을 확정하는 일만 남았다.

지난달 19일 이종순 농정원장은 내부 지원자를 최종 합격자로 결정했다. 합격자를 특정해 결재란에 사인까지 하면서 그간 크고 작은 온갖 인사에 관한 간섭·관여는 종결된 듯 보였다. 그러나 인사결과를 ‘구두로’ 알리라고 했던 농식품부 운영지원과에서는 내부 지원자 합격 결정 소식을 듣고는 ‘차관 면담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농정원 총괄본부장 합격자에 내부지원자가 최종 합격했음을 알리는 결재문서.​​​​​​​​​​​​​​독자 제공.
지난달 19일 농정원 총괄본부장 합격자에 내부지원자가 최종 합격했음을 알리는 결재문서.독자 제공.

최종 합격자 확정 사흘 뒤인 21일 이종순 원장이 방문한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차관실에는 김인중 차관, 권재한 농업혁신정책실장, 21일자 인사발령으로 서로 자리를 바꾼 손윤하 운영지원과장(전 감사담당관), 백운활 감사담당관(전 운영지원과장) 등이 함께했다. 이는 농식품부에서 확인한 사안이다.

농식품부에서는 농정원 총괄본부장 자리에 농식품부 퇴직자 출신 후보자를 앉힐 것을 계속 종용해 왔고 노골적으로 밀어붙였으나, 이종순 원장은 내부 지원자를 후임자로 확정해 직원들에게도 알렸다. 문제는 21일 농식품부 방문 이후 일주일 뒤인 28일, 이종순 원장이 인사결과를 번복했다는 점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명확히 들은 이는 기관 내에선 아무도 없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속내를 비췄다는 전언만 나돌 뿐이다.

면담장에 있었던 손윤하 농식품부 운영지원과장은 지난 4일 “기관장이 고심 끝에 결정을 바꿀 수도 있다”며 ‘기관장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말했다. 왜 고심하게 됐는지, 왜 결정을 바꿨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종순 원장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직접 연결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 5일 ‘임명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최종 확정까지 관련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이해를 구하는 문자로 답변을 보내왔을 뿐이다.

농식품부 ‘위에서도 원한다’ 언급까지

19일 내부 지원자로 총괄본부장 후임 인사를 결정하기까지 농식품부는 ‘신경 써달라’는 수준을 넘어 ‘위(용산)에서도 농식품부 사람을 원한다’는 식의 압박을 가했다. 농식품부는 ‘그런 사실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농식품부 산하 유관기관에서 듣지도 않은 말을 부풀릴 이유가 전혀 없다. 지난달 21일자로 감사담당관과 운영지원과장이 2개월 만(4월 17일자)에 도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이례적인 인사도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김인중 차관도 29일 전격 교체된 상태다.

“구시대적 인사개입, 사라져야”

지난 4일 이번 인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손윤하 운영지원과장(직전 감사담당관), 백운활 직전 운영지원과장(현 감사담당관)에게 사실 확인을 하는 가운데 “농식품부 출신 인사가 임원인사추천위원회 면접 점수가 더 높았다”고 바뀐 결과에 문제가 없음을 주장하는 얘길 들었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인사추천위원들이 ‘보안유지각서’를 통해 함구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또 문제가 된다. 그리고 ‘모든 인사는 장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는 농식품부 조직 분위기를 잘 아는 사람들이 모두 동의하는 바로,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고 추진하는 인사는 없다는 의미다. 정황근 장관도 이번 인사논란에 대한 입장 표명이 필요한 이유다.

한 공공기관 감사실 관계자는 “2023년에, 이런 구시대적 인사 강압이 있다는 게 슬프다”면서 “농식품부 감사관실은 불공정한 인사개입 등을 관리감독해야 하는데, 유관기관 인사압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감사담당관이 동석했다는 것 자체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번 농정원의 총괄본부장 인사에 관한 사안은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농정원에 따르면, 6일 변동주 총괄본부장이 퇴임식을 했다. 농식품부 출신 안재록 신임 총괄본부장은 7일 출근 예정이다.

농정원노조, 인사개입 규탄 성명 발표

농정원노동조합(위원장 신원상, 농정원노조)도 6일 성명을 발표하고 농식품부의 이번 인사개입을 강력 규탄했다.

농정원노조는 "이미 결정난 산하 기관의 임원 인사를 이권 카르텔이 불법적이고 강압적으로 번복시킨 것"이라며 "선임 과정에서부터 대통령실의 뜻이라고 스스럼없이 압박을 자행하더니 이미 법에 따라 결정난 인사 결정을 전임 차관과 특정 인사들이 앞장서 강압을 통해 번복시켰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지난달 19일자 결정난 인사가 이후 번복된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농정원 상임이사 자리는 농식품부 특정 부서 출신 퇴직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농식품부의 이권 카르텔 구조와 불법 강압 인사 번복의 책임자 처벌을 위해 농정원노조가 싸우겠다"고 경고했다.

 

 

[반론보도]

본지는 지난 7월 6일자 인터넷 <한국농정> 농정면 및 7월 10일자 <한국농정> 종합면에「농식품부, 농정원에 노골적 인사개입 … ‘대통령실’ 사칭까지」라는 제목으로 “농정원 총괄본부장 임명시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인사개입을 하였고, 대통령실을 사칭해서 압박을 가했으며, 내부지원자가 합격했다는 결재문서를 공개하며 인사결과가 번복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농식품부에서는 “공공기관 상임임원 임명은 대통령실과는 무관하고, 관련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했을 뿐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거나 대통령실을 사칭한 사실이 없으며, 인사결정을 번복했다는 근거로 제시된 문서는 농정원에서 검토 중 중단된 것으로 농식품부에 통보되지 않았고, 6월 29일 최종결과를 통보받았다. 차관 교체는 이번 사안과는 무관하게 정부의 인사발령에 따른 것이다”라고 알려 왔습니다.

이번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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