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현실 책임 통감 대신 ‘방어기제’부터 앞세우는 농식품부

  • 입력 2023.10.13 12:55
  • 수정 2023.10.13 21:57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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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윤석열정부 농정 2년 차인 현재, 농민들의 상황은 어떠할까. 지난해 농민 1인당 농사지어 번 돈(농업소득)은 전년 대비 26.8% 감소한 948만원(통계청 ‘2022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기준)으로 1,000만원 이하를 기록해, 20년 전과 비교해 나을 바 없는 소득을 거뒀다. 기후위기 심화는 농촌 기후재난을 심화시켜, 정부가 심으라고 그토록 권장했던 논콩 등의 작물 수확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들었다.

내외 위기에 대응해야 할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 및 농관련 기관에선 기강 단속 미비로 ‘갑질’이 만연하고, 농식품부에 의한 농관련 기관 인사개입은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이어진다.

지난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소병훈, 농해수위) 회의실에서 진행된 2023년도 농식품부·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국제식물검역인증원 대상 국정감사는 이상과 같은 상황으로 농업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운 농민에게 정부·정치권이 희망을 주는 자리여야 했다. 그러나 이날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 현실에 대한 책임 통감보단 ‘방어기제’를 내세우기에 바빴다. 이날 국감에선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

강선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정황근 장관이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준비한 ‘윤석열정부의 농정, 양극화 심화 확대’ 자료를 보며 이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정황근 장관이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준비한 ‘윤석열정부의 농정, 양극화 심화 확대’ 자료를 보며 이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농업소득 통계 잘못됐다”며 의원들과 입씨름 벌인 장관

이날 국감에서 여야를 막론한 농해수위 위원들은 정황근 장관에게 농가소득, 그중에서도 농업소득 지표 악화 문제를 공통으로 지적했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은 2000년 약 1,089만원을 기록한 농업소득이 성장하긴커녕 지난해 기준 948만원을 기록한 점, 반면 농가 경영비는 2000년 약 861만원에서 지난해 약 2,511만원으로 폭등한 점, 전체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 비율이 낮아진 점, 소득 감소 과정에서 소농 비중이 늘어나고 중간규모 농민은 감소한 점 등을 언급하며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업 현실을 지적했다.

정 장관은 이원택 의원의 지적에 “과거엔 농업소득이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으나, 선진국이 될수록 우리나라처럼 농지가 협소한 나라의 농업소득 비중은 감소하거나 정체할 수밖에 없다. 국경이 다 개방돼 있기 때문이다. 농가소득과 농업소득은 다르게 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이원택 의원은 “농업소득이 성장하지 않고선 농업 성장도 불가능하다. 국토 조건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할 게 아니라, 농업소득 지표의 반전을 위한 농식품부의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16가지 농산물 품목에 대한 가격안정제 도입(추계 예산 약 1조원) 등을 촉구했다. 농산물 가격안정 대책 및 품목별 적정 재배지 확보를 통한 식량안보 강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이원택 의원의 주장이다.

정 장관은 “논리적으로 16개 품목의 적정가격을 유지하면 농가소득도 오를 것이라 하지만 계획 세운 대로 되겠는가. 결국 농산물 과잉문제에 부닥치고, 한 품목의 과잉이 다른 품목(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면서, 오히려 안 써도 될 돈을 쓰면서도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표한 뒤, 가격보장 문제와 관련해 “한 번 툭 터놓고 객관적이고 왜곡되지 않은 전문가를 불러, 우리끼리 밤을 세워 이야기해 방향을 정해보자. 정치적으로 이러시지 말고 농민을 위해 무엇이 좋은 방향인지 논의하자”고 말했다가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정치적으로 이러시지 말고’란 표현은 철회했다.

정 장관은 국감 내내 통계청의 농업소득 통계 자체에 불신을 표했다. 정 장관은 농가경제 지표 악화 문제를 지적한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에게 “도시 가구 근로소득 조사 모집단의 80%는 60세 미만 근로자인데, 농촌 가구 농업소득 조사 모집단의 90%는 60세 이상으로 설계됐다. 농업소득 조사 모집단을 도시처럼 60세 미만으로 잡을 시 농업소득은 지난해 기준 도시 근로자 가구 소득의 92%”라며 “농업을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통계를 인용하는 건 우리 농업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과 협의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 장관은 “농업소득이 지난해 기준 1,000만원 미만으로 통계가 발표된 건 300~400평 농지에서 농사짓는 농가의 전체 농업소득을 평균 낸 것인데, 이러한 통계는 적절치 않다. `전업농 대상 농업소득 평균' 등으로 내용을 구분하려 한다”고 말했다.

농업소득 통계를 부인하던 정 장관의 고집은 의원들과의 ‘입씨름’까지 초래했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이 20년 전 대비 3배 폭등한 농업경영비 문제를 이야기하던 중, 정 장관은 안호영 의원의 발언을 끊으며 “옛날엔 소로 농사지었는데 지금은 트랙터로 농사짓지 않나. 소득률은 (과거 대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시·농촌에서 일하는 사람 간 소득 격차가 3배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 장관은 다시금 “그건 잘못된 통계”라며 말을 끊었다.

계속되는 정 장관의 ‘통계 부인’ 태도에 농해수위 의원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보다 못한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도 정 장관에게 “국감은 증인(정 장관)과 의원이 싸우는 자리가 아니다. 의원 질의 중엔 일체 답변을 마시라. 의원들은 물어보고 필요한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경고할 만큼, 정 장관은 이날 강경한 방어기제를 드러냈다.

서명은 했으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신문에서 발언석에 선 이종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장이 총괄본부장 인사를 왜 번복했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고 있다. 맨 오른쪽 뒤에 서 있는 이는 총괄본부장 인사 번복 대상자인 정윤용 농정원 디지털혁신본부장.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신문에서 발언석에 선 이종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장이 총괄본부장 인사를 왜 번복했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고 있다. 맨 오른쪽 뒤에 서 있는 이는 총괄본부장 인사 번복 대상자인 정윤용 농정원 디지털혁신본부장.

이날 국감 주요 의제로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농식품부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원장 이종순, 농정원) 인사개입 논란이었다. 이 논란은 당초 내부인사를 총괄본부장(상임이사)으로 임명하려던 농정원이 농식품부의 ‘개입’으로 입장을 바꿔, 농식품부 출신 퇴직 관료(안재록 현 농정원 총괄본부장)를 총괄본부장으로 임명한 데 따른 것이다(본지 1050호 <농식품부, 농정원에 노골적 인사개입 … ‘대통령실’ 사칭까지> 참고).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총괄본부장 인사 당시 농정원 내부직원으로 후보에 올랐던(즉 원래 임명됐다가 인사 번복에 따른 피해를 입은) 정윤용 농정원 디지털혁신본부장을 참고인으로 불렀다. 정윤용 본부장은 어기구 의원의 당시 정황 관련 질문에 “6월 18일 저녁을 (이종순) 원장과 같이 하면서 (총괄본부장 합격) 통보를 받았다. 다음날 오전 직원들이 내 자리로 와서 합격했다고, 축하한다고 박수를 쳐줬고, 다른 직원들로부터도 축하문자를 받았다. 합격 번복 사실은 6월 22일에 알았다”고 답했다.

왜 총괄본부장을 정윤용 후보에서 안재록 후보로 돌연 바꿨냐는 어기구 의원의 질문에, 이종순 원장은 “임명절차 중 있었던 일이다. 임명장 수여를 통해 임명 효력이 발효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어기구 의원은 이종순 원장이 정윤용 후보를 총괄본부장으로 임명한다고 서명한 문서를 화면으로 보여주며 “변명하지 말라. 6월 21일 (김인중 당시) 농식품부 차관 만나서 의견 바꾼 것 아닌가. 농식품부 의견은 미리 들어야지 왜 인사결정 발표하고서 듣나”라고 질타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이종순 원장에게 “6월 18일 당시 정윤용 후보에게 총괄본부장 임명 구두통보가 있었나? 본부 직원들이 정 후보에게 축하한다고까지 하지 않았나”라고 질문했다. 이종순 원장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을 회피했다. 위성곤 의원은 위증 시 경찰에 고발할 것임을 분명히 하며 수 차례에 걸쳐 구두통보 여부를 물으며 “정윤용 후보가 거짓말했다는 거냐?”고도 물었으나, 이종순 원장은 이 모든 질문에 아예 답변을 하지 않고 떨떠름하게 서 있기만 했다.

이종순 원장은 한참을 뜸 들이다가 “당시 정윤용 후보자에게 최종 임명 전 공식적으로 (임명) 통보한 적은 없다”며, 6월 18일 술자리에서의 일은 “사석에서 이뤄진 일에 대해 제가 현재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걸 말씀드린다”고 답해 야당 의원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또한 이종순 원장은 “전자결재를 통해 임명장을 수여할 시 (인사 관련) 최종효력이 생긴다”고 말했다가, 윤재갑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결재권자가 결재하면 효력이 되는 거지 무슨 전자결재 효력 이야기를 하냐. 책임자가 결재하면 그 문서는 책임있는 문서가 되는 거다”라고 꾸중을 듣기도 했다.

‘인사개입’의 궁극적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정황근 장관은 “농정원은 내가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 맡을 때 만든 기구다. 매년 2,300억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데다 사업도 많다 보니 ‘농정원 사업을 전반적으로 꿰뚫고 회계감사 경험이 있는 사람이 (총괄본부장을) 맡으면 좋겠다’ 정도의 원론적 이야기는 농식품부 간부회의 때 한 바 있다”고 말했다.

위성곤 의원은 이 발언에 대해 “간부들이 지시사항으로 이해할 만하지 않겠나”라고 정 장관에게 물었고, 정 장관은 “장관 이야기 들어보니 맞다고 생각했을 거다. (농정원) 사업이 농식품부 사업을 꿰고 있는 사람이 하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 위성곤 의원은 이러한 장관의 발언에 “농정원 스스로 할 일을 농식품부가 인사개입으로 부당하게 간섭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여야, ‘농작물재해보험 개선’ 목소리

그 밖에 이날 국감에서 나온 이야기는 무엇일까. 우선, 농해수위 의원들은 농작물재해보험 확대․개선을 정 장관에게 건의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에 농작물이 피해를 입는 건 농민 잘못에 따른 피해가 아니라 자연재해다. 정부 60%, 지자체 30%, 농민 10%씩 보험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농작물재해보험의 대상 품목과 지역을 확대하고, 보상수준도 강화해야 한다. 다양한 보험상품을 만듦과 함께 농가 컨설팅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택 의원은 농작물재해보험의 전국 17개 시·도별 ‘누적손해율’ 격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연재해가 농민 탓이 아님에도 각 시·군별 누적손해율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해당 지역 농민의 보험료율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누적손해율이 높은 지역의 농민은 그 지역에서 농사짓는다는 이유로 타 지역 농민보다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따라서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을 통해 누적손해율이 높은 지역에 대한 정부의 누적손해액 경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원택 의원의 주장이다.

한편 올해 7월 수해로 인한 전국 각지 논콩 피해와 관련해, 소병훈 위원장은 정 장관에게 “논콩을 (올해에 한해 재해보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걸 넘어) 지속적으로 포함시킬 의향이 있나”라고 물었다. 정 장관은 “상시적으로 (재해보험 대상에) 포함시키긴 곤란하다”며 “내년부턴 논콩 재배를 확대하더라도 기반이 낮은 저지대 등은 (침수를 막기 위해 재배 대상지역에서) 제외하려 한다”고 답했다.

농식품부, ‘방사능 위험 먹거리’ 막겠다는 의지 있나?

정황근 장관이 통계청의 농업소득 통계에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통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황근 장관이 통계청의 농업소득 통계에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통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감에선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및 지난 8월부터 시작된 일본 정부의 핵오염수 방류로 인한 국민 먹거리안전 위협문제에 대한 질의도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핵오염수 문제를 놓고 정치공세를 펼쳤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후쿠시마 농산물은 사줘도 우리 농민 쌀은 못 사주나”라고 발언한 데 대해 “국민에게 혼돈을 주는 발언”이라 비판한 뒤, 정 장관에게 후쿠시마 및 그 인근 농산물이 수입되는 게 있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후쿠시마현 포함 15개 현 농산물은 안 들어온다고 언론 등에서 몇 차례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이에 주철현 민주당 의원이 “후쿠시마산 농산물·수산물로 가공한 식품은 들어오고 있지 않냐”고 반론하자, 정 장관은 “저는 농산물을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주철현 의원은 “대다수 국민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로 가공한 식품이 수입돼 유통된다는 걸 모른다. 안 들어오는 줄 안다. 그러나 실제론 가공한 식품도 들어와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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