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 공격받지만 … 야당 손 못 잡는 마사회장

2023 국정감사 – 한국마사회

  • 입력 2023.10.14 09:31
  • 수정 2023.10.14 09:5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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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13일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 한국농어촌공사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3일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 한국농어촌공사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3일 농협·농어촌공사와 함께 진행한 한국마사회 국정감사는 ‘전 정권이 임명한 회장’이라는 정기환 마사회장의 정체성 탓에 여야 의원들의 진영논리가 지배했다. 1년 전 국감과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다소 소모적이라는 인상마저 받을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에 임명된 정기환 회장은 현 정부와 여당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올해도 사퇴 종용에 여념이 없었다. ‘알박기 인사’, ‘자질 부족’, ‘황제승마’ 등 지난해와 비슷한 논거를 심화시킨 양상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공격대상은 지난 몇 년 C~E등급으로 점철된 마사회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적이다. “나도 공직생활을 해봤지만 D·E등급 정도 되면 기관을 해산해야 한다(홍문표 의원)”, “E등급은 한 번만 받아도 기관장을 해임할 수 있다(이양수 의원)”는 비판이 꼬리를 물었다.

올해 평가에선 B등급을 받았음에도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안병길 의원은 “(B등급을 받기 위해) 컨설팅업체와 고급식당 가서 식사하며 수천만원의 고액과외를 받았다. 농어촌공사는 500만원, aT는 한 푼도 안 쓰고 똑같은 B등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희용 의원은 “B등급이지만 회장님 경영능력 부분(리더쉽·전략경영혁신·소통 등)은 아주 저평가다. 이게 저평가 안됐으면 더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으며, 이달곤 의원은 “이 부분(경역능력 부진)은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 혓바닥 요술로 넘어갈 게 아니라 그만두겠다, 월급을 깎겠다, 뭔가를 반납하겠다 이런 게 책임”이라고 압박했다.

안병길 의원은 여기에 더해 △노조 특별휴가 제공 △‘사택크(사택+재테크: 사택 부당지급)’ △친인척 비리 △성비위 등 최근 감사원의 마사회 감사보고서 내용을 열거, “회장이 마사회 적폐청산위원장 출신인데 회장과 경영진이 더 적폐청산의 대상이 돼왔다”며 “일할 자신 없으면 물러나라고 퇴진 요구를 얼마나 많이 했나. 용퇴할 생각 있나?”라고 몰아붙였다. 정기환 회장은 몰아치는 사퇴 요구에도 지난해와 똑같이 “물러날 생각 없다”며 단호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회장보다도 현 정권 들어 임명된 임원진에 주목했다. 어기구 의원은 “마사회 신임 상임이사와 상임감사가 각각 경찰·검찰 출신”이라며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의심했다. “대통령과 사적으로 잘 아는가”라는 질문에 윤병현 신임 상임감사(검찰 출신)가 “그렇다”고 답하자, “윤석열정부가 내세우는 게 각종 카르텔 격파인데, 이런 인사가 제 식구 챙기기, 이권카르텔이다”라고 힐난했다.

13일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 한국농어촌공사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3일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 한국농어촌공사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마사회 서초동 부지 매각 건에서도 관련 내용이 등장했다. 정기환 회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2024년 졸속 매각계획을 비판하는 의원들에게 “2028년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항변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매각계획은 2024년으로 잡혀 있었으며 심지어 계획을 1년 앞당겨 최근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주철현 의원은 정 회장의 국감 위증을 문제삼는 동시에 임직원들이 회장의 실수를 방관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주 의원은 “회장은 전 정부에서, 부회장·감사는 다 새 정부에서 임명됐다. 회장이 왕따 당하는 것 아닌가? 회장이 (위증으로) 처벌받게 생겼는데 간부들이 아무 말도 않는 건 회장이 나가길 바라는 건가?”라고 쏘아붙였다.

YTN 주식매각 건도 지난해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집중 질의사항이었다. 위성곤 의원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취임 이후 매각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마사회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서 공공 언론을 지켜야 하지 않나”라고 물었고, 소병훈 농해수위원장도 “YTN 지분을 팔아야 마사회 재정 구멍이 메워지는 상황도 아니고, 주식 가치가 계속 상승 중이라 팔 때도 아니다”라며 정부의 압력을 의심했다.

하지만 정작 정기환 회장은 여당의 공격과 야당의 비호를 받으면서도 야당 의원들에게 ‘협조’하진 않았다. 야당 의원들이 현 정권의 인사압력 혹은 YTN 지분매각 압력이 있었는지를 계속 질의했지만 정 회장은 원론적인 답변으로 질의를 무마했다. 야당 의원들은 대놓고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 회장에게 “고생한다”, “굳건히 잘 버티시라”는 농담 섞인 격려를 전했다.

한편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조교사에게 폭행당한 말관리사의 사례를 소개하며 노동자 고용안전·처우개선을 요구했고,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앞마당에서 마권을 구매하는 충격적인 모바일 마권구매 영상을 보여주며 모바일·온라인 마권발매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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