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YTN의 사영화 위기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 보유 YTN 지분 30.95%, 유진그룹이 인수할 전망

  • 입력 2023.10.25 21:25
  • 수정 2023.10.26 17:13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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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보도전문채널 (주)YTN이 공영방송으로 기능할 수 있게 했던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 마사회) 보유 YTN 주식지분 9.52%가 결국 민간기업으로 넘어갈 상황에 처했다. 공영방송 YTN이 사실상 특정기업에 의한 ‘사영화’ 위기에 처했다는 게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입장이다.

지난 23일 서울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삼일회계법인 주재하에 진행된 YTN 주식지분 30.95%(마사회 지분 9.52%, 한전KDN 지분 21.43%의 합계) 대상 입찰 결과, 재계 순위 78위의 중견기업 유진그룹(회장 유경선)이 최종 낙찰업체로 선정됐다. 당초 한국경제신문·동화그룹 등이 낙찰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최종 낙찰업체는 입찰가 약 3,199억원을 써낸 유진그룹이었다.

30.95%의 지분은 YTN 전체 주식지분 중 최대 지분으로,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동관, 방통위)가 유진그룹의 YTN 최대액출자자(최대주주) 변경을 확정 짓는다면 유진그룹은 공식적으로 YTN 지분의 최대 소유주가 된다. 사실상 마사회·한전KDN 등 공기업들의 지분 보유로 지탱돼 온 YTN의 ‘공적소유 체제’가 막을 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진그룹의 YTN 지분매각 최종 낙찰업체 선정과 관련해, 언론개혁운동단체와 YTN 노동자 다수는 △윤석열정부의 ‘친정부 언론’ 만들기를 위한 개입 문제 △유진그룹의 YTN 지분 소유 부적격 문제 등을 거론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상임대표 이진순, 민언련)은 YTN 낙찰업체 선정 당일인 23일 발표한 논평에서 이번 입찰 과정 초기부터 불법성 논란이 지속됐음을 지적했다. 민언련은 논평에서 “YTN 지분 매각 의사가 전혀 없던 공기업 한전KDN과 마사회는 정권의 협박에 의해 갑작스럽게 ‘매각 추진’으로 선회했다”고 한 뒤 “(한전KDN과 마사회가) YTN 지분을 통매각해 헐값 매각 가능성과 배임 의혹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마사회의 경우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YTN 지분 매각을 검토하지 않고 있었으나, 지난해 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의 ‘연내 지분 매각’ 요구 뒤 입장을 선회해 지분 매각에 나섰다는 점이 거론된 바 있다(본지 1059호 <마사회 주식지분 9.52%에 걸린 공영방송 YTN의 운명> 참고).

민언련은 이번 지분 매각 과정을 주관한 삼일회계법인의 문제점과 관련해 “(마사회·한전KDN 양대 공기업의 지분) 매각 주관사가 같다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어 한 곳은 매각 주관사 변경이 필요하다는 법률 자문이 있었지만 그대로 강행됐다”며 “삼일회계법인이 마사회 매각 주관사 입찰 시 한전KDN에 사전 서면 동의를 받기로 한 협의도 지켜지지 않아, 삼일회계법인의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낙찰업체로 선정된 유진그룹의 지분 소유 문제와 관련해, 민언련은 유진그룹이 유통·금융분야 주력 기업으로서 △계열사 누리집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 △부실채권 증가로 경영위기에 몰린 계열사 유진투자증권의 임원 주가조작 및 불법 주식 리딩방(주식 투자정보 제공 등을 통한 주식 매매 권유가 이뤄지는 카카오톡·텔레그램 등의 채팅방) 운영 △유진투자증권의 채권 돌려막기 의혹 등 온갖 논란을 일으켰음을 언급하며 “유진그룹의 핵심인 유진투자증권이 홍콩 빌딩 투자 실패로 200억원을 손해 보고, 2분기 영업이익까지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 무슨 돈으로 YTN을 인수하려는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지부장 고한석) 또한 지난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유진그룹에 대해 “제과 사업으로 시작해 건설·금융·유통 분야로 커진 대기업이다. 사업 확장 대부분은 M&A(인수합병)를 통해 이뤄졌다. 혁신보다 자본의 힘으로 기업을 샀다 팔았다 하며 몸집을 키웠다”며 “대한민국 재벌답게 오너 일가의 제왕적 경영체제는 견고하고 3세 승계까지 착착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룹의 핵심축인 유진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분의 1로 토막 났고, 한때는 매각설까지 돌았다. 어떤 돈으로 YTN 지분을 인수하려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2014년 4월 특수부 검사들에게 내사 무마 목적으로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민언련은 “언론을 소유할 자격조차 없는 유진그룹의 YTN 경영권 인수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유진그룹은 YTN 인수 과정에서 손 떼라고 경고하면서, 윤석열정부를 향해선 “‘땡윤방송’을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으로 잇따라 공영방송 가치를 훼손하는 언론탄압을 당장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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