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주식지분 9.52%에 걸린 공영방송 YTN의 운명

  • 입력 2023.09.15 09:35
  • 수정 2023.09.17 18:51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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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 마사회)가 보유해 온 보도전문채널 (주)YTN 주식지분 9.52%. YTN 주식 속 공기업 지분인 이 9.52%는 YTN이 공영방송으로 존재토록 기능해 왔다. 그 마사회 지분 9.52%가 정부·여당의 압박으로 인해 YTN의 최대주주인 한전KDN 보유지분 21.43%와 묶인 채 민간기업에 ‘통매각’될 상황이다.

지난 8일, 주요 신문 지면엔 ‘한전KDN 및 한국마사회 보유 (주)YTN 지분 매각 사전공고(매각자문사 : 삼일회계법인)’가 올랐다. YTN 보유 주식 1,300만주를 전부 일괄 매각하겠다는 공고로, 이는 YTN 전체 주식의 30.95%다. 이 주식은 전부 공기업 지분으로, 최대주주 한전KDN의 지분이 21.43%, 4대 주주 마사회의 지분이 9.52%다. 낙찰자 결정은 최고가격 입찰자 선정 방식으로 진행되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동관, 방통위)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이 이뤄져야 최종 확정된다.

지난해부터 마사회와 한전KDN엔 정부 차원의 대대적 ‘지분 매각 압박’이 전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혁신TF는 지난해 한전KDN 측에 “(YTN 지분 보유에 따른) 수익 보장이 없다”며 지분 매각을 종용했고, 그에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발간한 ‘생산성·효율성 제고를 위한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서 △고유·핵심업무와 무관하거나 출자목적을 달성한 회사의 지분 △투자손실 확대 등 출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회사의 지분은 처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기재부 가이드라인대로라면 마사회·한전KDN의 YTN 지분은 ‘고유·핵심업무와 무관’한 지분으로 간주될 여지가 있다. 참고로 YTN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부도 위기를 겪었는데, 그때 마사회·한전KDN 등의 공기업이 지분을 사들여 회생할 수 있었다. 이후 해당 공기업들은 정부의 요청으로 YTN 지분을 20여년간 보유해 왔다.

지난해 11월,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마사회·한전KDN 소유 YTN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마사회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만 해도 YTN 지분 매각을 검토한 적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이후 태도가 바뀌어 매각 시도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한국마사회노동조합(위원장 홍기복)은 지난해 12월 1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지난해 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가 마사회에 ‘연내 지분 매각’을 압박했음을 언급했다. 마사회노조는 “농식품부는 전화 한 통으로 마사회 보유 YTN 지분 연내 매각을 지시했다. 당초 2023년 하반기로 예정된 YTN 보유지분 매각은 상급기관의 전화 한 통으로 당장 이행해야 할 과제가 됐다"고 한 뒤 “YTN은 급히 매각할 이유가 전혀 없는, 재정이 지극히 건전한 기업이며 공적자본이 투입된 공영언론”이라며 YTN 지분 매각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언론사 주식을 어느 기업이 소유하느냐에 따라 해당 매체의 논조도 영향을 받는 한국 언론구조 현실상, 3분의 1에 달하는 YTN 주식이 공기업에서 민간 쪽으로 넘어간다는 건 언론 공공성을 고민하는 시민에겐 심각한 사안이다. 이는 서울신문이 ㈜호반건설에 매각된 후 대주주인 호반건설 비판 기사가 무더기로 삭제된 전례에서도 알 수 있다.

만에 하나 매각이 현실화될 시, ‘통매각 지분’ 30.95%는 어디로 향할까. 현재 입찰에 참가할 것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한국경제신문(사장 김정호, 한국경제)·동화그룹(한국일보 모기업)·국민문화재단(국민일보 소유주)·한국콜마·글로벌세아 등이다. 특히 한국경제의 경우 이미 YTN 지분을 일부 소유 중이며, 앞서 언급된 산자부 공공혁신TF 민간위원 7명 중 2명은 한국경제 필진이다. 김정호 한국경제 사장과 윤석열 대통령은 충암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고한석, YTN지부)는 지난 8일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의 YTN 공기업 지분 매각 추진에 대해 “총선 전 YTN을 ‘우리(정부) 편’으로 만들려는 목적이다. 여당에 불리한 보도를 막고, 정권의 아첨꾼들로 출연자를 채우면 총선에서 유리할 거라는 계산”이라며 이 과정을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총지휘하리라고 예측했다.

매각 현실화 시, 그동안 YTN이 정권 및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영방송으로서 다양한 보도를 진행해 온 역사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고한석 지부장은 “마사회·한전KDN은 YTN 입장에선 명암이 뚜렷한 대주주들이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기업 지분을 타고 내려온 낙하산 사장들로 인한 ‘어둠’도 있었다. YTN지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장추천위원회·보도국장임명동의제 등의 장치를 마련, 낙하산 사장이나 부적격한 보도국장이 YTN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한편 언론의 입장에선 공기업들은 ‘착한 자본’ 역할을 해준 측면도 있다. YTN은 마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눈치 보지 않고 강하게 비판해 왔다(실제로 YTN은 고(故) 문중원 기수의 죽음으로 대두된 경마 기수 노동조건 문제를 심도깊게 보도해 왔다). 어떤 언론이 대주주를 그토록 강하게 비판할 수 있겠나. 마사회와 한전KDN도 자사의 이익을 YTN을 통해 실현하려 하거나 보도에 개입한 적은 전혀 없다. 설사 낙하산 사장이 내려온다 해도 YTN지부(전체 YTN 구성원의 약 75% 가입)는 보도 공정성을 지킬 제도적 장치를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의 투쟁 역사 속에서 만들었다. 윤석열정부는 ‘장악할 수 없으면 팔아버리자’는 입장 아래 지금 매각 시도를 벌이는 것이다.”

다만, 현행 방송법상으론 방송사 이외의 신문·뉴스통신사나 대기업은 방송사 지분의 30% 이상 보유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문제도 ‘꼼수’로 해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한석 지부장은 “방송법 시행령을 바꿔 신문사·대기업의 지분 매입 기준을 느슨하게 한다거나, 입찰 참가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매입을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YTN 노조는 매각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는지 철저히 따지면서, 그 과정에서 직권남용 및 배임, 특혜시비 발생 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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