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체 보기 힘든 여야 정쟁과 ‘R&D 예산 삭감’ 집중 타격

2023 국정감사 – 농촌진흥청, 한국농업기술진흥원
기관 핵심사업인 R&D 예산 삭감 원인 두고 여야 설왕설래
뚜렷한 답 없이 종일 반복된 여야 지적 … 아쉬움 남기기도

  • 입력 2023.10.19 15:34
  • 수정 2023.10.20 09:4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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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등 피감기관 대상의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지난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등 피감기관 대상의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흔히 ‘여야가 없다’고 말하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지만,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등을 피감기관으로 한 지난 18일 국정감사는 정쟁으로 얼룩졌다. 정부를 향한 날 선 단어와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언사가 잇따르자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회의록 삭제를 요청할 정도였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종일 지적하는 한편, 예산 삭감의 원인이 ‘윤정부의 카르텔 타파’ 기조에 의한 것인지 농진청의 R&D 성과 부진에 따른 것인지 따지기 바빠 피곤함을 자아냈다.

국감 시작부터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은 농진청과 농진원의 R&D 예산 삭감을 지적하며 “이해하기 힘든 예산 편성에 대한 기관장의 명확한 대답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농진원은 계속사업 5개를 제외하고 신규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단기과제 예산은 전무하다”고 발언했다.

이어 야당 의원들은 농진청 R&D 예산 삭감의 심각한 문제점을 강조하며, R&D 예산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에 따져 물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산은 투쟁인데, 청장의 노력이 부족한 거 같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성과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받은 농업실용화기술R&D지원사업 예산은 88.7% 깎였고, 지역농산물 소비 확대를 위한 생산 안정화기반기술개발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됐는데 이를 막아내긴커녕 카르텔 운운하는 대통령 말만 따르고 있다. ‘다른 예산 깎더라도 실용화예산은 꼭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의견이라도 내 봤느냐”고 따지며 “2025년 2월 농업위성이 뜰 텐데 관련 예산 삭감으로 시스템 구축이 불가능한 상태로 파악되며, 계속사업은 5개 빼고 전부 정리돼 양파줄기파쇄기 등 이미 개발한 농기계의 개량도 이뤄질 수 없는 실정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존재하지도 않는 카르텔이 생겨나고 실무 기관 의견도 듣지 않은 채 기재부가 예산을 결정하는 시스템부터 고쳐야 하며 R&D 예산 삭감은 농민을 죽이는 일인 만큼 청장은 기재부 가서 삭감된 예산 다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택 의원 또한 “과제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학계 및 타기관과의 공동연구 예산도 절반 이상 삭감됐다. 연구개발 예산의 부당성을 조정하기 위한 예산 삭감이 아닌 일괄적 삭감으로, 농업이 가야 할 길을 잃게 만든 것이다”라며 “농업이 나아갈 길을 준비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크며, 올 한해로 끝나면 그나마 낫겠는데 내년과 내후년, 향후 5년 10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청장이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비전과 소신을 나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신정훈 의원과 김승남 의원은 각각 청년창업농 기술지원 및 지도·감독 관련 예산 및 기후위기 적응형 품종 개발 예산 삭감에 우려를 표했다.

한편 여당에선 정부의 R&D 예산 삭감이 대통령의 ‘카르텔 타파’ 기조를 무조건 따른 것이 아닌, 농진청과 농진원의 효율성 증진을 위한 것이라 방어하기 바빴다. 안병길 의원은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이 아닌 ‘써야 할 데 쓰겠다’는 게 정부 R&D 예산 편성 방침이다. 농진청 입장에선 전혀 속상해 하거나 억울해 할 필요가 없고, 증액을 요구하기 이전에 스스로 R&D 예산이 그간 제대로 쓰였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농진청은 사업화 지원을 위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농식품업체에 612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성과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예산을 지원받은 업체 103곳 중 27곳의 매출이 전혀 없었고, 매출이 발생한 업체도 3년간 총매출이 10만원, 20만원, 30만원에 불과한 게 다수다. 이렇게 해 놓고 R&D 예산 더 달라는 소리 못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정희용 의원 역시 감소세를 기록 중인 품종 출원 성과와 연구개발 유용·횡령 사례 등을 따지며 R&D 예산 효율화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이달곤 의원은 미흡한 R&D 사업화 건수와 전무한 경제적 효과 분석 문제를 짚으며 예산 삭감은 필연적이라고 발언했다.

계속된 R&D 예산 관련 지적에 조재호 농진청장과 안호근 농진원장은 “중복 우려와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예산이 삭감된 것으로 안다”라고 답변하면서도 “예산에 대해 기재부와 기관 사이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거나 “의원 지적에 힘입어 예산을 증액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등 여야 의원에 따라 상반된 답변을 지속해 질타를 받았다.

한편 이날 감사에선 R&D 예산 삭감 외에 주목할 만한 문제도 지적됐다. 음식물류폐기물의 비료화 확대 기조를 문제 삼은 신정훈 의원은 “그간 농진청 연구진들은 음식물쓰레기의 퇴비화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했으나 2012년 이명박정부에서 가축분퇴비에 음식물쓰레기 활용을 허용하는 규제 완화를 실시했다. 대단히 헌신적으로 싸웠지만 음식물쓰레기를 가축분퇴비 원료로 포함시키게 됐고, 유기질비료 원료로까지 확대됐다”라며 “음식물쓰레기 비료화로 질 좋은 가축분퇴비 시장이 훼손됐으며, 농지 오염과 농산물 품질 저하 발생이 우려됨에도 농진청은 최근 용어 개정을 추진해 농가 혼란과 비료 시장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용어 개정 시도를 제고할 것을 요청하며, 어떤 비료 포장에도 육안으로 식별 가능하게 음식물쓰레기 혼입량을 기재하게 관련 규정도 개정해 줄 것을 제안드린다”고 말했다.

또 윤재갑 의원은 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며, 농진원의 부실한 사업 이행 성과 모니터링 실태를 언급했다. 윤 의원은 벤처기업의 사업계획서 사진과 내용을 성과 모니터링 결과서에 그대로 갖다 붙인 농진원의 행태를 꼬집으며, 현장 모니터링을 위한 출장 기간과 내용 등의 부적절성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농식품부 감사 청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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