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감사인력, 농정원에 총동원

감사1팀부터 4팀까지 8명 출근해 ‘무기한 감사’ 

상임이사 인사 관련 문서 유출자 색출에 집중

노동조합 명단‧총회 관련 자료까지 요구해 ‘비판’

  • 입력 2023.08.03 19:48
  • 수정 2023.08.06 19:2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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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 산하기관 중 사업 가짓수가 많기로 유명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원장 이종순, 농정원)이 농식품부 감사를 받느라 업무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농식품부에선 지난 5월에 시행한 종합감사 연장이라고 지난 7월 18일 농정원에 공문을 보냈으나, 무기한 감사라는 점도 이례적일 뿐 아니라 지난 7월 상임이사(총괄본부장) 인사문제 논란 이후 내부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경위를 밝히는 데 감사를 집중하는 것도 포착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인사논란의 본질인 ‘부당한 인사 개입’에는 이렇다 할 감사 움직임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건물에 들어서면 좌측 회의실 2곳에 농식품부 ‘종합감사 수감장’이 꾸려져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이곳에서 농식품부 감사관들이 업무와 경영 전반에 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수감장 1' 입구.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건물에 들어서면 좌측 회의실 2곳에 농식품부 ‘종합감사 수감장’이 꾸려져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이곳에서 농식품부 감사관들이 업무와 경영 전반에 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수감장 1' 입구.

농정원 건물에 들어서면 좌측 회의실 2곳에 농식품부 ‘정기 종합감사 수감장’이 꾸려져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이곳에서 농식품부 감사관들이 업무와 경영 전반에 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농식품부 감사관실에는 박선우 감사관, 백운활 감사담당관을 비롯해 반부패기획·부패방지·감사1~4팀까지 역할이 나뉘며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농정원에는 감사1·2·3·4팀, 모두 8명이 감사를 진행 중으로, 사실상 산하기관을 감사하는 농식품부 인력이 총동원돼 있는 상태다.

농식품부 감사인력이 총동원될 만큼 농정원의 기관운영과 사업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일까. 지난 5월 13일간 받은 종합감사는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됐다는 게 농정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감사의 출발이 농식품부가 지난달 17일 임원추천위원회 관련 문서 등을 요구하다 여의치 않자 18일에 무기한 종합감사를 통보한 것이다 보니, 농정원 직원들은 ‘보복 감사’라고 해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실제 몇몇 직원들은 상임이사 인사와 관련된 문서를 외부에 유출한 경위를 집중 추궁받았다고 한다. 업무를 하다 감사장에 내려가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2시간, 3시간씩 조사를 받다 보면 위축될 뿐 아니라 업무지장도 불가피하다는 호소가 나온다. 인사 문제에 강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노동조합에 대한 자료까지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농정원 노조관계자는 “노조원 명단이나 노조에서 회의한 자료 등을 요청하는데, 노동법에는 노동조합에 중대한 문제가 있을 때 서면으로 10일 전에 자료를 요청하도록 돼 있다”면서 농식품부가 진행하는 종합감사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이번 농식품부의 농정원 감사 초점이 ‘상임이사 인사 결정 문서 유출’이라는 것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실제 농식품부는 공공기관의 비밀문서를 외부에 유출한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감사도 이런 맥락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수사 의뢰를 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농정원 관계자들은 관련 시스템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료일 뿐 아니라 비밀보안처리를 하지 않은 문서라는 점을 강조했다.

‘상임이사 인사 결정 문서 유출’과 관련해 전문가 자문을 종합해 보면 이 문서는 현행법 어디에도 저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수사대상이 아니다. 다만 내부문서가 유출됐기에 기관이 관련한 징계를 할 수는 있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극한 호우 뒤 펄펄 끓는 농촌의 현안을 뒤로한 채 ‘문서관리 소홀’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에 농식품부가 감사인력 8명을 집중배치한 것은 행정낭비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감사원에 확인한 결과 ‘무기한 감사’는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자체감사기준(자체감사기준) 14조에도 위배된다. 자체감사기준 14조 따르면 감사대상·범위·감사인원 그리고 `감사기간’을 문서로 통보해야 한다.

 

농정원의 한 직원은 “무리하게 인사개입을 한 사안을 바로잡아 달라고 했더니 되레 감사인력만 대거 투입돼 업무는 마비되고, 더 본질적인 인사 문제는 묻혀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2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건물 앞에 인사문제와 농식품부 감사에 대한 비판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난 2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건물 앞에 인사문제와 농식품부 감사에 대한 비판 현수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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