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결자해지

  • 입력 2023.10.29 18:00
  • 수정 2023.10.29 21:38
  • 기자명 임영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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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임영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
임영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0월 11일부터 25일까지 2023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뤄진 농업분야 주요 내용은 농업 연구개발비 삭감, 농산물 가격안정 및 농가소득, 저율관세할당(TRQ) 농산물 수입, 농지법 개정 등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다소 차분하게 이뤄진 국정감사임에도 불구하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산하기관인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상임이사 인사개입 문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급기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농해수위 위원들은 국정감사 기간인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 인사개입을 자인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 요구와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국정감사가 끝나갈 무렵인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은 정황근 장관을 형법 제123조에 따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혐의로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장까지 접수하게 된 경위는 이렇다. 정황근 장관이 11일 농해수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안△△ 감사담당관의 명예퇴직 신청서를 결재했는데, 명예퇴직 후 농정원 상임이사에 지원한다고 들었다”, “간부회의 석상에서 농정원에 2,300억원이나 되는 세금이 투입되고 대부분이 농식품부 사업이니 회계 쪽을 좀 아는 사람, 기왕에 농식품부에서 상임이사직 공모에 지원한 사람도 있으니 농식품부 출신 임명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 있다”고 증언했다.

한편 농식품부 차관은 농업혁신정책실장, 운영지원과장 등과 농정원장 간 면담을 했는데, 이후 농정원장은 면담 전에 이미 결재가 이뤄진 농정원 내부 출신 인사가 아닌 농식품부 출신으로 번복해 상임이사를 최종 임명했다. 결국 농정원장 고유권한인 인사의 대상자가, 차관 면담 이후 바뀐 것이다.

올해 7월 언론을 통해 농식품부의 인사개입 의혹이 불거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농식품부의 농정원 인사개입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사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임이사 자리는 총 5명이 역임했는데, 모두 농식품부 출신이고 그중 4명은 농식품부 특정 부서 출신이었다. 관피아의 전형이다.

이번 농정원 인사가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농식품부의 농정원에 대한 인사개입이 너무나 노골적이라는 것이다. 사전에 산하기관의 특정 자리를 내정하는 것도 문제긴 하지만 결재까지 난 인사를 사후에 개입해 변경하는 것은 농식품부가 대놓고 직권을 남용해 농정원의 인사 절차와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이것이 더 큰 문제다.

농식품부 소속 산하기관은 농업정책 중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산하기관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래서 통상 산하기관을 별도의 법적 주체인 법인으로 설립하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산하기관의 독립성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사권이다. 농정원 역시 정관에서 인사권은 원장에게 독립돼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농식품부는 노골적인 인사개입으로 산하기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렇게 독립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산하기관이 자신만의 전문성을 발휘해 농정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관까지 고발당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농식품부는 하루빨리 관피아의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이라도 산하기관의 인사권 독립과 이를 명확히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농식품부 장관이 누구인지 상관없이 산하기관의 인사는 그 기관의 장이 가진 고유의 권한으로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것이 구호로 그치거나 소나기 피하듯 이 시기만 모른 척 지나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농식품부는 직접 나서서 이 사태를 결자해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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