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난달 26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2차 주말 집중촛불’이 열린 서울 청계광장엔 비바람이 몰아쳤다. 그럼에도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소속 택배노동자들, 그들과 연대하러 온 시민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우비를 입은 게 소용없을 정도로 거센 비바람에 그들의 몸과 옷이 흠뻑 젖었음에도.그날 오전,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단식’ 끝에 병원으로 후송됐다. 지난 5년간 23명의 택배노동자가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더는 노동자가 죽지 않게 하려고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20대 대통령 선거를 꼭 2주 앞둔 날이었다. ‘1kg 700원, 양파 최저생산비 보장!’ 붉은 깃발을 매단 다수의 트랙터가 겨우내 양분을 머금고 그 몸집을 불려가던 조생양파를 짓이겼다. 양파밭을 갈아엎던 트랙터로 인해 흙먼지가 일어날 때마다 농민들은 담배를 꺼내 물거나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양파의 줄기로 파릇파릇했던 밭이 한순간에 황무지로 변했다.농민들은 밭을 갈아엎기에 앞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온 국민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 관심이 가 있는 동안 국가가 농업, 농촌, 농민을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농정을 오래 겪은 베테랑 농민일수록 농정당국이 ‘스스로 내놓는 대체제’에 큰 거부감을 품는 걸 종종 본다. 그 대체제라는 것이 기존의 핵심장치를 제대로 대체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능을 망가뜨리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한 탓이다. 보통은 이때 발생하는 저항의 세기와 농정당국의 대응을 통해 그것이 단순한 실정인지, 의도적 노림수인지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최근 지켜본 ‘원유가격 생산비 연동제’에 대한 공격과 정부의 대안은 후자로 보인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최근의 선례도 있다. 농가 소득을 보호하는 확실한 안전장치를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정부가 설 성수기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하루에 트럭 10대씩 배추 비축물량을 방출하고 있다. “물가 잡는다고 하다가 농민 잡게 생겼다”며 호소하던 농민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취재를 시작했으나 곧 피로도가 높아졌다. 농식품부나 aT, 기재부 등에 전화했을 때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보든 돌아오는 대답이 똑같았기 때문이다.같은 말을 반복하는 그쪽 사정도 고역이겠으나 나도 이런 일로 전화 좀 그만하고 싶다. 선배들이 들으면 건방지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기사 쓰는 것이 벌써 질려버린 것 같다. ‘농산물 가격이 떨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매일 수십 건의 보도자료가 각 정부 기관, 공기업 등으로부터 쏟아져 나온다. 이러한 보도자료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기시감이 들 때가 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익숙함말이다. 그리고 왠지 본 것만 ‘같은’ 이 느낌이 기정사실로 확실시되기까지는 단 몇 번의 검색이면 충분하다.지난 18일 농촌진흥청은 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작은 크기의 품종을 선호하는 소비자 경향을 반영해 소형종과 절화용 심비디움을 개발했고, 평가회를 열어 이를 소개한다는 게 보도자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요즘 농민·먹거리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국가 책임 농정’이란 표현을 조상들이 들으면 어리둥절할 게 분명하다. 고대사회에서 농정(農政)은 왕을 비롯한 국가가 책임지는 게 너무나 당연한 분야였던 만큼, “농정이 국가의 책임영역이 아니기라도 했냐”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질 게 분명하다. 우리는 그 질문을 받고 우물쭈물할 게 분명하다.역사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사람들은 중국 당 태종 이세민이 농지에서 메뚜기가 창궐하는 걸 막고자 “이놈아! 백성들의 곡식을 갉아먹지 말고 내 심장이나 갉아먹어라!”라며
우리나라의 농협은 관제조직으로 발족한 탓에 협동조합적 정체성이 취약하다. 전국에 실뿌리 같이 촘촘한 조직력을 갖추게 된 건 관제농협의 장점이지만, 그 힘으로 농민을 떠받치지 않고 관리·통제·계도하려 하는 건 골치 아픈 부작용이다.농촌은 특히나 관성이 강한 곳이다. 시대가 바뀌고 농협에도 수차례의 개혁이 이뤄졌지만 대다수의 농민들은 아직도 농협을 어려워하고 미흡 혹은 부당한 모습들에 눈을 감는다. 그것이 설령 자신의 삶을 옥죄는 요인이라 해도 말이다.반대급부로 농협중앙회장·조합장과 임직원들은 계속해서 농민들의 위에 군림한다. 조합원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앞에 나락이 담긴 톤백을 쌓았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엔 포대벼를 쌓았다. 전남 영암, 충남 당진 농민들은 삭발했고 전국의 농민들이 매일 아침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급기야 미곡종합처리장을 운영하는 농협 조합장들도 붉은 머리띠를 묶고 청와대 앞에서 단체행동에 나섰다. 내용은 똑같았다. ‘쌀 시장격리 즉각 실시하라!’, ‘쌀값 보장하라!’ 농협 조합장들이 농업 현안에 대해 단체행동을 벌인 건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반대투쟁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해 8월 수해 배상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1년하고도 4개월을 훌쩍 넘겼는데도 말이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심정도 이토록 답답한데, 당사자들의 마음이 어떨지 가늠해보기조차 미안스러울 지경이다.수해의 명백한 원인은 이미 공공연하게 밝혀져 있다. 이에 배상은 분쟁조정을 통해 논할 문제가 아니지만, 정부 측의 ‘신속하고 원활한’ 처리를 위해 주민들은 제도적 배상 절차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받아 마땅할 배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한국수자원공사는 용수 공급을 위해 댐을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첫째는 잉여량은 100% 다 격리를 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있어야 할 것이며 또한 추수 이전에 격리를 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선행되지 않고는 쌀값이 하락했을 때 반등시킬 안전장치가 없습니다.”2019년 11월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 3차 회의에 올라온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김종회 전 의원이 김현권 전 의원의 ‘자동시장격리’에 동의하며 수차례 강조했던 내용이다. 매우 안타깝게도, 우려는 법안 통과 이후 불과 두 번째 수확기 만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나타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두 달 전 고추 농가 취재 차 수확·건조 작업이 한창이던 안동 산지에 갔다. 그곳에서 만난 농민은 올해 농사가 잘됐다며 뿌듯한 표정으로 그리 크지 않은 고추밭과 건조 작업장을 이곳저곳 소개해줬다.최근 고추가격이 6,000원대로 떨어졌다. 안동에서 만난 농민에게 전화를 걸었고, 곧 슬픈 소식을 들어야 했다. 창고에 그득히 들어차 있던 건고추가 아직까지 그대로 있다는 것. 공판장에 내놓아봤자 현재 시세로는 생산비도 못 건지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치해 둔 상태라고 했다.한해 농사 완전히 망했다면서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난 16일 농민·먹거리 시민사회의 청년활동가·연구자들이 모인 ‘농업먹거리청년모임’이 주최한 ‘2021 농업먹거리 청년 심포지엄’은, 신체적 연령대 기준으로 청년 끝자락에 걸친 듯한 본 기자에게도 여러모로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줬다.그동안 어른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된 ‘농업·먹거리의 지속가능성’이란 담론을, 처음으로 청년들이 주체적 관점에서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같은 청년으로서 응원하는 마음이 크다. 참석자들은 차분한 어조로,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지만, 내용 중엔 먹거리문제와 관련해 청년을 대상화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