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래 없는 쌀값 대폭락으로 정부가 농가에 줬던 우선지급금마저 일부를 환수하는 일이 최초로 발생했고, 법으로 정해진 변동 직접 지불금도 자칫 모두 지급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는 우려마저도 있다. 이 모두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행태들이다.그런데 쌀 생산을 감축하는 문제에서도 정부가 상식을 저버리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과잉재고를 줄이는 특단의 대책과 더불어 올해 쌀 생산을 감축하는 것이 쌀값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올해 예산을 결정하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상임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쌀 생산조정을 위해 약 900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주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정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그리고 WTO 체제가 들어온 1995년 이후 농정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선(조정)을 최고의 목표로 설정해 달려왔다. 농축산물 개방이 본격 추진되면서 모든 농축산물은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는다며 규모화 기계화 시설화를 농업의 생존 조건으로 여겼다. 그 중 가장 앞장서 질주한 분야가 축산업이다. 하우스 뼈대에 보온덮개를 덮어 만든 축사는 사라지고 철골구조의 번듯한 대규모 축사가 하나둘 늘어났다. 어느새 소규모, 부업축산은 사라지고 축산업은 전업화 또는 계열화로 급격히 재편됐다. 이른바 공장식 축산으로 축산업 구조가 바뀌었다. 시설과 기술의 발달을 내세운 규모의 경제는 나름 축산업에 경쟁력을 갖추게 했고, 농촌에서 돈을 버는 농민은 축산농민 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AI 확산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가금류 살처분 기록을 세우고 온 나라가 계란대란에 빠진지 불과 며칠이 지났나. 이제는 구제역이 산지사방에서 발생했다. 2010년 전국을 휘감은 구제역 악몽을 축산 농가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2010년 백신정책으로 전환하고 사정이 나아지다 보니 너무 안일해졌다.2월 5일 보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만해도 정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6일 정읍, 8일 연천, 9일 다시 보은에서, 이번 구제역의 특징은 최초 발생한 보은에서 120~200km 떨어진 농장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정부는 일단 원인을 농민들에게 돌렸다. 농민들이 유량감소, 유산 등
최근 감사원이 「농산물 수급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표준하역비를 제도취지에 맞게 도매시장법인 또는 시장도매인이 부담하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농식품부에 촉구했다.지난 2002년 도입된 표준하역비제도는 원래 시장개설자(지방자치단체)가 규격출하품목을 지정하고, 이에 대해서는 도매시장법인이 표준하역비를 부담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많은 도매시장이 갖가지 핑계를 대며 규격출하품 지정을 회피하면서 결과적으로 도매시장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표준하역비를 출하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는 도매시장이 출하자인 농민이나 생산자조직 보다 도매시장법인 같은 독과점 기업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챙겨주는 대표적 사례로 항상 거론됐다.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나도록 개선되지 않고 있는 고질적 병폐
트럼프의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한-미 FTA의 선행사례가 되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재협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 왔던 미국이 이제 통상정책에서 그 방법을 달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이를 두고 미국이 자유무역에서 보호주의로 돌아섰다는 식의 평가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자유무역이든 보호주의든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예전의 방식은 미국 내 금융자본과 수출산업의 이익을 더 중요시한데 반해 앞으로는 내수산업과 미국 내 고용문제를 더 중요시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동안 공
참으로 소박했다. 농사로 떼돈을 벌겠다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생산비 정도라도 보장받으면서 안심하고 농사짓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농산물 가격안정 토론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이 정도의 소박한 꿈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정책의 변화를 간절하게 소망했다.축산농가를 제외하고 10년째 약 3,000만 원 내지 3,200만 원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는 농가소득, 치솟는 생산비(경영비) 때문에 20년째 약 1,000만 원 안팎에서 제자리걸음 상태인 농업소득의 문제는 수치 이상으로 심각하다. 게다가 소득5분위 배율이 14.1배로 도시근로자의 4.4~4.6배 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전체 국민의 빈곤율이 7.2%인데 비해 빈곤농가의 비율은 약 20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7년 농업전망을 발표했다. 대내외적인 환경이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발표를 본 농민의 마음은 무겁기만 할 듯하다.경제성장률, 민간소비지출, 실업률, 소비자물가 등과 같은 거시경제 전망이 작년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농업부문은 더욱 더 어려워진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경제의 불황으로 2016년 전체 수출 및 수입액은 전년에 비해 각각 6.2%, 7.5% 감소했지만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농식품 수입은 오히려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향후 10년간 농식품 수입이 연평균 약 2.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농식품 수출도 증가하기는 하지만 농식품 분야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180.6억 달러에서 10년 후에는
오늘날 우리농업이 당면한 핵심적 문제는 농산물 개방과 기후변화이다. 물밀 듯 들어오는 수입농산물로 농민들은 마땅히 지어먹을 농사가 없다고 한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인해 예측하지 못한 자연재해가 끊임없이 농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안정된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을 꾸려나가기가 난망한 상황에 이르렀다. 누구하나 한 해 농사를 지어 재미를 봤다는 농민들이 없다.농민의 사정이 이러한데 우리나라 최고의 농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은 2016년 매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거래물량은 2015년에 비해 다소 감소했지만 배추·무를 비롯한 일부 채소류의 거래단가가 상승한 것이 요인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청과도매법인들의 수익은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50여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
광주 서부도매시장의 쪽파 경매 상황이 점입가경이다. 전혀 현실성 없는 경매를 고집하는 도매법인들이 만든 사태이다. 중도매인들이 사법처리를 감수하고 양심선언을 하면서 제도개선을 요구해도 도매법인들의 고집은 요지부동인 상황이다.광주시가 조례를 개정해 도매시장에 상장예외가 가능하도록 했지만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광주시의회, 광주시장도 동의하는 사안이 집행기관에서 발목이 잡히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의회와 시장보다 더 큰 힘이 광주시 행정을 좌우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설에 의하면 지역 특정 고교 동문들이 농업행정을 농단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한 해명이 필요하다.우리나라 공영도매시장은 경매를 중
계란 값이 오르자 정부가 미국산 계란을 수입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나섰다. 작년 12월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초기 방역에 실패하면서 계란 공급이 부족함에 따라 최근 한 달 사이에 계란 값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근래 5년 동안 30개당 약 5~6,000원 수준에서 계란 값이 안정돼 있었는데 최근 한 달 사이에 9,000원 이상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 계란 값을 안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문제는 정부가 중장기적인 수급문제나 가격전망에 대해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고 계란 수입으로 가격을 낮추는 땜질식 처방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6월까지 무관세로 계란을 수입하기로 했고, 검역 및 위생 관련 절차도 단순화하기로 했으며,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업체도 계란을 수입할 수 있
“납세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농업 회생의 출발점으로 흔히 거론되는 말들이다. 전체 인구 중 농촌인구 비율이 낮고, 농업생산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미미한데도 불구하고 농업에 많은 세금이 들어간다, 쌀값이 떨어지면 직불금으로 보조해준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주류 언론이 농업을 공격하는 단골소재이다. 마치 이것이 국민의 뜻 인양 전파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정치권도 역시 이에 동조하고 있다.그런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농업 농촌 2016년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국민들 대다수는 농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으며 여전히 농업에 대한 걱정을 거두지 않고 있다.조사자의 79.3%는 농업·농촌은 과거 우리사회를 지탱해 온 근간으로 보
우려하던 사태가 기어이 발생했다.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 수매에 응했던 농민들이 정부로부터 받았던 우선지급금 가운데 약 197억원을 정부에 반환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이 사태가 벌어진 직접적인 계기는 물론 쌀값 폭락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쌀값 폭락을 막지 못한 정부의 무능 혹은 최악의 쌀값 폭락 사태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부의 무책임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일 년 내내 쌀값이 계속 폭락하는 상황이 계속됐지만 정부가 수차례 실시한 쌀값 안정 특별대책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쌀값 회복에 가장 핵심이었던 특별재고관리대책은 사실상 실패했고, 국내시장에서의 완전격리 등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며, 그저 실효성이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