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정책 방향 전환해야

  • 입력 2017.01.27 10:18
  • 수정 2017.01.27 10:19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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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한-미 FTA의 선행사례가 되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재협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 왔던 미국이 이제 통상정책에서 그 방법을 달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이 자유무역에서 보호주의로 돌아섰다는 식의 평가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자유무역이든 보호주의든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예전의 방식은 미국 내 금융자본과 수출산업의 이익을 더 중요시한데 반해 앞으로는 내수산업과 미국 내 고용문제를 더 중요시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동안 공들여왔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방식 대신에 앞으로는 미국의 힘을 내세워 상대방 국가와 일대일 방식으로 통상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차이가 있다.

결국 트럼프의 미국이 추구하는 통상정책이 한국에 가해지는 압력의 방향은 윤곽이 그려진다.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서든 아니면 다른 통상협상을 통해서든 한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을 줄이고, 미국산 제품의 한국 수출을 늘리는 협상을 요구할 것이며, 한국 기업에게는 미국 내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요구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농업과 농민은 또다시 희생양이 되도록 강요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재벌과 대기업의 미국 수출이 감소하는 불이익을 겪지 않으려면 그 반대급부로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을 더욱 늘리도록 해줘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난무할 수 있다. 재벌과 대기업을 위해 농업과 농민이 희생해야 한다는 여론몰이가 또다시 횡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수출에 올인했던 기존의 통상정책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런 식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도대체 언제까지 수출에 올인하는 낡은 구태를 계속 반복할 것인가. 이미 세계는 새로운 추세로 변하고 있다. 미국도, 유럽도, 중국도 모두 무역 보다는 내수와 고용에 더욱 중점을 두는 것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수출에 목을 매는 통상정책은 낡은 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이제는 한국도 통상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무역과 내수의 균형으로, 소득과 고용의 안정으로 통상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야 한다. 그러려면 더 이상 재벌과 대기업을 위해 농업과 농민을 희생양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부터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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