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기는 바뀌었나 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여성이 후보자로 올랐으니, 그 사실만으로도 그저 놀랍습니다. 농촌 마을에서는 여성 이장도 보기가 드문데, 농업 관련 유일한 국무위원 자리에 75년 만에 첫 여성 후보가 올랐으니, 관심으로만 보자면 성공한 후보자 지명입니다. 이변이 없는 한 인사청문회 후에 임명이 되겠지요? 인사청문회에서의 물가안정이 급선무라는 지명 소감,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산물 가격안정제에 대한 반대 입장으로 보아, 유감스럽게도 현재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농업정책에 대한 후보자의 철학과
30대 후반까지 도시에서 살면서 계절은 그저 덥고, 춥고가 반복되고 거기에 맞게 옷을 갈아입는 정도의 의미가 있었고 생활 속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쳇바퀴 돌 듯 사는 삶은 계절과는 별개였고, 가끔 저녁에 친구들과 술 한 잔하는 걸로 위안을 찾을 뿐 참 허한 삶이었다.여러 고민 끝에 귀농을 하고 시골에 와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계절의 변화였다. 봄·여름·가을·겨울마다 피고 지는 것도 다르고, 할 일도 다 달랐다. 드디어 철을 알게 된 것이다.온갖 생명들이 움트는 봄에는 씨앗을 뿌리지만 뿌리지 않아도 절로 올라오는 봄나물이 지천이고
코로나19가 끝나고 모두들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그러자 코로나 때는 걸리지 않던 감기, 독감 등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독감과 감기는 발열, 오한, 콧물, 코막힘, 근육통, 기침 등 전신 증상과 호흡기 증상이 함께 나타납니다. 그런데 알레르기가 원인이 되는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에도 기침, 콧물, 코막힘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다 보니 감기나 독감과 헷갈리기 쉽습니다.알레르기 비염은 감기나 독감처럼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 아니다 보니 두통, 고열 등 전신 증상 없이 기침, 콧물, 코막힘 등 호흡기 증상이
오일장을 가다 보면 거기가 여기 같고, 여기가 거기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작은 나라이다 보니 행정구역이 다른 지역이라 해도 어디나 그저 그렇게 많이 비슷하고 아주 조금 다른 것이 당연하다. 주변의 동료들은 매번 원고를 쓸거리가 있느냐고 묻는다. 나도 매번 오일장으로 향하면서 이번에도 가면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을 한다.그런데 참 이상하다. 정말 늘 오일장에 들어서면 그 모든 걱정들은 사라지고 그저 신기하고 재미나고 다 좋다. 그리고 언제나 얘깃거리 하나는 건져낸다. 어쩌면 그건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어느
본격적인 선거철이다. 21대 국회가 마무리되고 나라의 새로운 일꾼을 선출할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와 있다. 매번 국회의원 선거마다 반복되는 상황이라 이제 놀랍지도 않지만, 선거구 획정은 아직도 깜깜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지라 정치 신인들은 나름 준비한 일정대로 등록을 마치고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상태이고, 기존 현역 의원들은 여론조사 추이를 지켜보면서 저울질하고 있다.이번 선거구 획정에 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권고안이 며칠 전에 발표된 뒤, 농민들은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보였
지난해 어렵게 정식으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농지와 내가 사는 곳의 거리는 20km가 훌쩍 넘는다. 후계농업인 자금을 대출받아 사려고 염두에 둔 농지는 좀 더 가까운 곳에 있지만 역시 20km를 조금 넘는 거리에 있다.1996년 농지법이 시행되면서 폐지된 통작거리가 20km였다. 왜 20km였을까 나름 생각한 결과, 그만큼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마음의 거리였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22km 정도 떨어진 곳의 농지를 보고 오니, 먼저 다니던 곳은 꽤나 멀게 느껴졌다.농민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오고 가던 때에
매일 쓰는 것은 아니지만 영농일지를 쓴다. 친환경 인증기관에서 요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농사일이란 매년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이어서 날짜별 영농일지는 농사짓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귀농한 해는 2016년이지만 농사를 조금씩 시작한 해는 2015년부터였다. 귀농하기 1년 전부터 친환경 농사를 위해 시간 될 때마다 내려와 토양개량을 위해 퇴비나 석회고토 등을 뿌려 주기도 하고 녹비 작물을 파종하기도 했다. 그러니 귀농한 지는 8년 차이지만, 영농일지는 금년이 9년 차이다.그래서 문득 9년 차 영농일지를 펴놓고 주요
공익형직불제란 ‘농업 및 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인의 소득안정을 위하여 일정 자격을 갖춘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전에는 농업인직불제란 이름으로 단위면적당 직불금을 지급했었다. 그러다보니 면적이 적은 농가의 경우 제곱미터 당 100원 남짓한 직불금이 지급되어 1,000평이라고 하더라도 30여만원에 불과했다. 2020년 새로 변경된 공익형직불제의 경우 소농에게도 최소한의 직불금을 지급하게 되어 있어, 최소 120만원이 지급된다.그런데 이 직불금의 도착지는 경작을 하는 농민보다는 농지의 소유주인 경우가 많다. 농지를
징글징글하던 땡볕을 온몸으로 견디며 참깨 털던 기억이 어제의 기억처럼 아직 또렷한데 어느새 손발이 시린 계절이다. 예년 같으면 12월 중순까지 밭에서 종종걸음이었다. 끈으로 배추를 묶고 고랑에 마지막 웃거름을 뿌리기까지 해야 한 해 일감이 마무리된다. 올해는 웬일인지 이 지역의 겨울배추가 거의 다 계약재배로 바뀌면서 일감이 많이 줄었다. 농민은 배추 심고 물주는 관리만 하고 나머지 과정, 3회의 웃거름과 3~4회의 농약 그리고 끈으로 묶는 일은 상인이 해결했다. 상인은 또 그 일감을 다른 작업자들(외국인 노동자)한테 맡기는 형태로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들의 모임에서 대호농기계 홈페이지에 실린 광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2018년 5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에서 호칭, 성적인 은어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여성모델의 포즈 등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대호농기계의 광고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농기계를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여기며 여성농민들을 배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역행한다며 광고 중단을 요구했던 기억이 났습니다.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성명서가 발표된 후 열흘 만에 대호농기계에서는 “농기계의 기능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것은 불찰이었다. 여성을 성적 대
농지은행의 사업 중 ‘농지임대수탁사업’이라 해서, 농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직접 농사짓기 어려운 소유주와 농지를 임차하고자 하는 임차농의 계약을 체결해주는 제도가 있다. 임대계약금액의 약 5%를 임대인이 수수료로 부담하지만 직접 경작이 곤란한 농지를 처분하지 않고 계속 소유가 가능할뿐더러 이후에 처분하더라도 양도소득세 부과율을 낮춰주는 혜택도 있으니 따르지 않을 수 없다.언제부터인가 농지를 소유한 임대인이 직접 임차인을 선정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농지은행포털이라는 인터넷 공간에 공고를 올리고 공개입찰을 통해 농어촌공사에
가을 끝 무렵에는 농민들의 나들이가 잦습니다. 농사철에 밀렸던 각종 행사가 물밀듯이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농촌인구가 줄었다고 단체나 모임이 준 것은 아니죠. 활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어지지는 않았으니, 어떻게 해서든 책임을 맡은 간부들은 맡은 역할을 해내려고 애를 씁니다. 덕분에 문턱이 꽤 높았던 단체들이 문을 활짝 열고서는, 가는 사람은 붙잡고 오는 사람은 대환영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이 여러 단체에 중복으로 활동을 할 수밖에 없고, 단체활동도 품앗이로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지역사회가 움직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