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공익형직불제의 빛과 그림자

  • 입력 2023.12.10 18:00
  • 수정 2023.12.10 18:38
  • 기자명 김형표(제주 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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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표(제주 성산)
김형표(제주 성산)

공익형직불제란 ‘농업 및 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인의 소득안정을 위하여 일정 자격을 갖춘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전에는 농업인직불제란 이름으로 단위면적당 직불금을 지급했었다. 그러다보니 면적이 적은 농가의 경우 제곱미터 당 100원 남짓한 직불금이 지급되어 1,000평이라고 하더라도 30여만원에 불과했다. 2020년 새로 변경된 공익형직불제의 경우 소농에게도 최소한의 직불금을 지급하게 되어 있어, 최소 120만원이 지급된다.

그런데 이 직불금의 도착지는 경작을 하는 농민보다는 농지의 소유주인 경우가 많다. 농지를 임차해 경작을 하게 되는 경우, 농지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해 제출하게 되면 직불금을 받을 수 있는 농민이 되지만 실제 농지의 임대차 계약서는 무용지물이다. 농지의 소유주들이 임대료를 받는 반면 임대차 계약서 작성은 거절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농지의 직접경작 8년을 통해 양도세 1억원 감면 혜택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그리고 국가에서 지급하는 직불금 역시 큰 이유 중 하나다. 연간 11월에서 12월 사이 지급되는 직불금의 유혹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다.

농민들 또한 기본적으로 농업직불금을 직접 경작을 하는 농민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소유한 자가 받아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래서 정부가 농민의 소득불균형을 위해 지급하는 농업직불금은 사실상 농지를 소유한 부자 농부들을 더 부유하게 만드는 불편한 정책 중 하나다. 이에 반해 직불금 부정 수급, 즉 경작하지 않은 자가 직불금을 수령하게 되는 경우의 처벌은 상당히 강력하다. 몇 년간 받은 직불금의 최대 5배를 범칙금으로 부과하고, 다시 관할 경찰서에 직불금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된다. 행정에서 정한 범칙금에 이어 형사법에 의한 처벌 및 벌금이 이중으로 부과되게 된다.

그럼에도 직불제법 위반은 사라진 법률이다. 법을 집행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적극적으로 법 위반 사실을 찾아내기 보다는 고소 고발된 건에 대해서만 직불제법 위반 처벌을 하기 때문이다. 또 내가 살고 있는 농촌의 주변을 들여다보면 이 직불제법 위반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특별한 일도 아니다. 누구나 위반하는 법률이고, 농지를 임차하기 위해서는 그런 불합리를 받아들여야만 농지 임차가 성사되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으로 위반 사실의 비율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70대 이상의 고령화가 진행된 농촌에서는 그 비율이 50%를 넘어서는 걸로 본다. 나이든 농부들은 고령으로 직접 경작을 포기하고 임대를 주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으며, 그러한 농지임대차에 계약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무위원, 그러니까 장관급 인물들의 임명시기에는 청문회가 열린다. 그 장관 청문회의 단골 손님은 농지법 위반이다. 농지를 소유할 수 없는, 혹은 소유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버젓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정치계와 경제계 등 상류층 사회에서는 흔한 일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농민들은 “이래서 한국 농업이 안 된다”고 비평을 하지만 사실상 스스로도 농지법을 어기는 당사자인 경우가 많다.

직불제법 위반을 찾아낼 방법, 제주에서는 아주 단순하다. 비교적 짧은 서류작업만으로도 대다수의 농지법 위반자들을 쉽게 찾아 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농작물 재해보험이다. 태풍이나 가뭄 등의 대비를 위해 제주의 농민들은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한다. 보험이 가입된 필지의 보험 신청인과 농지 소유자의 이름을 대조하는 것만으로도 적발은 가능하다. 해당 농지의 소유자와 보험가입자가 동일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직불제법 위반일 확률이 높다. 문제는 그러한 적발 절차를 통해 농민 개인당 수천만원의 직불제법 위반 벌금과 다시 형사고발하는 것이 이 땅의 농업의 발전을 위해 그리 큰 기여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의 평범하고 흔한 진실을 범법으로 만든다고 해서 농촌사회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직불제를 지금처럼 만신창이로 내버려 둘 수도 없다. 차라리 개인 간의 농지 임대차 계약을 금지하고, 농산물품질관리원이든 관청의 농업과에서 관리해 직접 경작을 하는 농민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혹은 직불제법 위반 사항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처벌하여 더 이상 경작을 하지 않으면서 직불금을 받을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강한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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