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대호농기계,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 입력 2023.12.03 18:00
  • 수정 2023.12.03 18:04
  • 기자명 임은주(경기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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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주(경기 여주)
임은주(경기 여주)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들의 모임에서 대호농기계 홈페이지에 실린 광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2018년 5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에서 호칭, 성적인 은어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여성모델의 포즈 등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대호농기계의 광고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농기계를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여기며 여성농민들을 배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역행한다며 광고 중단을 요구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성명서가 발표된 후 열흘 만에 대호농기계에서는 “농기계의 기능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것은 불찰이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표현과 문구에 대해서 뼈저리게 책임을 통감하면서 모든 지면 광고를 중단하고 전 직원이 참여하는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이후 광고 제작 시 재발 방지를 위한 감수와 자문을 받는 보완책을 마련해 다시금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적인 자성과 후속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대호농기계 광고를 게재했던 농민신문과 일간지 두 곳에 사과문을 실었습니다.

이렇게 일단락된 줄 알았는데 대호농기계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짧은 바지와 민소매, 하이힐 차림의 여성모델이 누워 있고 엎드려 있는 사진들이 차 있었습니다. 어덕녀, 콩심걸, 집게걸 등의 표현과 함께 막상 기계는 남성이 몰고 있는 영상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5년 전의 사과문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싶고 `저런 차림으로 농작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나? 여성모델의 노출 수위가 매출에 관계가 있나?' 등의 수십 가지 생각들이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기사 등을 검색해서 그동안 대호농기계 광고가 어땠는지, 왜 이러는지 물어보니 2018년 5월 31일에 신문에 사과문을 싣고 나서 한동안 여성을 모델로 세우기는 했어도 옷차림 등이 민망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슬그머니 옷차림과 포즈 등이 민망해졌고 광고가 여성 혐오를 담고 있다는 기자의 문제제기에 대호농기계는 “문제가 전혀 되지 않는다. 여성 혐오는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며 광고에 대해 다 자문받았다”는 태도를 취했다고 합니다. 1975년에는 우리나라 전체인구 가운데 농촌인구가 51%, 농촌인구 가운데 농가인구가 74%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농가인구가 38%를 차지했고 농가소득 가운데 농업소득이 82%를 차지했습니다. 50여년 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전체인구 가운데 농촌인구가 20%도 안 되고 농촌의 인구 가운데 농가인구가 20%인 상황으로, 전체인구 가운데 대략 4%만이 농가인구이고 농가소득 가운데 농업소득이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4%의 농가인구도 초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힘겹게 농업을 지키고 농촌을 지키며 살고 있는데 이런 농민들을 소비자로 삼고 농기계를 파는 회사에서 노출 수위를 높이며 이상한 포즈와 함께 ~녀, ~걸을 붙여 광고를 하는 것은 국민에게 농민들을 관음증 환자라고 매도하고 홍보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호농기계는 광고를 통해 국민이, 여성들이 농민들을 혐오하게 하는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농민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고 농업노동의 담당비율도 절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는 묵묵하고 바지런하게 농업을 지켜온 여성농민들의 역할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농기계는 남성들만 구입하고 소비하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굳히고 여성농민들의 소외감을 키우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두 곳의 일간지와 농민신문에 사과문을 싣고 나서 슬금슬금 이런 광고를 다시 홈페이지에 올린 것은 앞에서는 사과를 하면서 뒤에서는 뒤통수를 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위로 온 국민을 기만하는 짓입니다.

“지금도 농촌의 거칠고 고된 환경적 여건에서도 묵묵히 땀 흘리며 일하는 전국 여성농민 분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앞으로 대호는 여성농민도 안전하고 사용하기 쉬운 농기계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드린다”했던 대호농기계, 우리는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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