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정책은 어디까지나 식량 수입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이는 ‘식량자급률 향상’을 농정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석열정부에서도 변함이 없다. 당장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새해 들어서도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 나서며 양곡관리법 개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한편, 언제든 필요한 만큼 식량을 수입할 수 있는 공급망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이를 정리한 기자가 잘못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당 인터뷰에는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전 세계’ 주요 곡창지대 내 유통망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이 등장한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부자연스럽고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논의 전개 과정이나 논리 하나하나가 다 결함투성이지만,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개인에게 막대한 이권을 안겨준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일찌감치 논의가 종결됐어야 할 사안이다.생각해 보자. 단임제인 선출직을 연임제로 바꾸려 한다면 당연히 현직은 배제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번 연임제 논의는 기괴하게도 ‘현직 소급적용’을 처음부터 못 박아두고 시작했다. 게다가 농협중앙회장 선거 구조상 현직 회장이 타 후보들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 놓여있음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현장취재를 다니다 보면 농촌 곳곳에서 지역의 미래를 위해 분투하는 일꾼들을 만난다. 농사짓는 것만으로도 바쁘건만 지역 내에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찾아내고, 실천하느라 몸이 남아나질 않는 사람들이다.그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힘들다? 일이 안 풀려서 속상하다? 공무원들 때문에 답답하다? 그것도 맞다. 그러나 현장 일꾼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고민은 ‘외롭다’는 것이었다.청년농민, 또는 농사는 안 지어도 지역에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려는 청년활동가는 지역에서 또래 청년을 찾기 힘들어서 외롭다고 한다. 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여러모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농민들에게 드릴 말씀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일순간 침묵이 길어졌습니다. 그러더니 눈시울부터 벌겋게 붉어지더군요. 이윽고 꺼낸 말은 “농민들에게 제대로 힘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하다”였습니다. 힘이 돼주고자 농민단체 대표와 함께 농성을 시작했는데 도정을 책임지는 행정관료, 농정 당국자에게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한 미안함이 커 보였습니다.5일 현재, 15일째 농성 중입니다. 그리고 지난 1일부터는 곡기까지 끊었습니다. 전북도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소개하는 전광판 아래에
[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지난 6월 전북 김제시에 소재한 ‘언니네텃밭 김제공동체’ 작업장에서 농산물꾸러미를 만드는 여성농민들을 만났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9세. 김제공동체를 이끄는 강다복 대표는 여성농민들에게 가장 먼저 본인들 명의의 통장을 만들어줬다고 했다. 작업장에서 만난 김정임(81)씨는 언니네텃밭에서 일하면서 처음 돈을 ‘소유’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 소유로 돈을 직접 만지는 건 처음이었지. 손주들 용돈 주는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어.” 여성농민으로서 자부심이 한껏 묻어났다.여성농민들은 농촌 핵심 인력임에도 조력
최근 물가가 올랐다는 사실을 특히 기름 값으로 절실히 체감 중이다. 취재가 잡혀있는 날을 제외하고 집(경기도 수원)에서 신문사가 위치한 서울 용산까지 일주일에 3~4회 출퇴근을 할 뿐인데, 한 달 생활비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나 커졌다. 1리터(L)당 1,200원 수준이던 경유가 아직도 1,800원대에 머물러 있는 까닭에 1.5배 정도 오른 기름 값이 크게 와 닿는다.기름 값을 제외한 식비 등도 적지 않은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해 끼니를 챙기지는 않지만, 식당 음식 가격은 물론 배달비를 비롯해 음료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정확히 11개월 전 이 자리에서 나는, 대선이 다가올 즈음 모내기를 준비하는 농민들이 이 ‘경악스런 언행불일치’를 잊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썼다. 당정 합작의 어설픈 직불제 개편 탓에 나락 값이 나락으로 향하기 시작했던 순간이었다.농민들의 정권교체 기여도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허나 대선에서 양 후보 득표율 차이가 불과 0.7%에 불과했던 점을 떠올리면, 비록 한 줌의 인구라 한들 분명 역할을 했을 것이다. ‘농도’이자 전통적으로 민주당계의 본진이었던 전남·전북에서조차 보수 대선주자의 득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난 21일, 오랜 투병 끝에 정태인 전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이 별세했다. 지난해 7월 폐암 4기 선고를 받은 이래 그의 쾌유를 많은 이들이 간절히 염원했지만, 끝내 정태인 선생은 우리 곁을 떠났다.그가 살아온 시대는 엄혹한 시대였다. 소위 주류 경제학자들이 시장경제 원리를 금과옥조마냥 떠받들며 ‘경쟁’의 필요성을 부르짖고, 그에 따라 수많은 민중을 희생시키는 자유무역 체제마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시대였다. 농민을 희생시키고 국민주권도 망가뜨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소위 ‘전문가’라는 이름표를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은 상임위 회의 때마다 농업·농촌·농민을 위한 마음엔 여야가 없다고 늘 강조해왔다. 여야가 정치적 이유로 서로 날 선 비판을 가하며 대립할 때도 농해수위 만큼은 예외라고 할 정도였다.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예상수요량보다 초과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참했다. 여야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었기에 상임위에 안건조정위원회까지 만들어 법안을 논의하려고 했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
‘밥 한 공기 쌀값 300원’은 농민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원래는 농민들이 최소한 여타 국민들과 대등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부르짖은 구호였는데, 농업생산비가 폭등해버린 근래의 상황에 이르러서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구호가 됐다. 1960년대 정부의 저곡가 정책이 전개된 이래 쌀값은 단 한 번도 농민들에게 충분한 적이 없었고 최근엔 더욱 부족하다.그런 쌀값을 농협중앙회장이 “너무 비싸다”고 말한다. 지난 7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농협이 (쌀값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된 이유가 뭐냐”는 의원의 질문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지
[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최근 여야는 산지 쌀값이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진 것을 두고 정치적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핵심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다. 현행 양곡관리법은 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수확기 가격이 전년보다 5% 이하로 떨어지면 쌀을 시장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쌀값 안정 장치였던 변동직불제가 폐지되면서 쌀 농가들의 우려가 커지자 당시 문재인정부가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다.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시장격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26일 제보를 받고 전라남도 보성군 조성면 대곡리 일원에 다녀왔다. 지난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인터넷 연결이 끊긴 스마트팜이었다. 추석 연휴가 포함돼 있었다지만, 9월 6일 인터넷 연결이 끊긴 이후 20일이 다 되도록 통신망은 복구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스마트팜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천창 및 측창 개폐부터 온도 조절까지 농민이 전부 손수 조작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겪고 있었다.해당 농민은 9년 전 스마트팜을 조성하던 당시부터 인터넷 연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통상 논·밭 한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