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사과를

  • 입력 2022.11.06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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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정확히 11개월 전 이 자리에서 나는, 대선이 다가올 즈음 모내기를 준비하는 농민들이 이 ‘경악스런 언행불일치’를 잊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썼다. 당정 합작의 어설픈 직불제 개편 탓에 나락 값이 나락으로 향하기 시작했던 순간이었다.

농민들의 정권교체 기여도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허나 대선에서 양 후보 득표율 차이가 불과 0.7%에 불과했던 점을 떠올리면, 비록 한 줌의 인구라 한들 분명 역할을 했을 것이다. ‘농도’이자 전통적으로 민주당계의 본진이었던 전남·전북에서조차 보수 대선주자의 득표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점만 봐도 그렇다.

도시 사람들은 여전히 그 심정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쌀 농가를 대표해 민주당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농민이 ‘쌀값 폭락의 원인 제공은 문재인정부였다’라고 직언했던 날 이후, 주변의 지지자들로부터 이 일에 대한 한풀이를 꽤 듣는다. ‘잘 해주겠다는데 농민들 도대체 왜 저러느냐’와 같은. ‘2찍들이 불과 반년 만에 만든 세상’을 열심히 전파하고 다니는 한 20대 젊은 친구는 ‘아직도 정신 못 차렸으니 답이 없다’는 악담을 쏟기도 했다.

우리 농업의 이 현실은 적어도 농민들에겐 불과 반년 만에 찾아온 악재 따위의 것이 아니다. 역대로 어떤 정권에서든 농민들이 원하는 농정의 실현은 지지부진했고 오히려 그 수준에 있어 퇴보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쌀값 폭락 안전장치의 실종은 그런 흐름의 명맥을 잇는 또 하나의 명백한 ‘사고’다.

농민의 절박한 마음 그리고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행정부의 속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안이하고 허술하게 입법을 주도했던 현 야당은, 실책을 인정할 좋은 기회를 만들어놓고도 끝내 농민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그날 당 지도부가 ‘그만하시라’며 당황하는 대신 ‘우리가 잘못했던 것이 맞다’고 진심으로 뉘우쳤다면 지난 1년간 속을 앓았던 농민들은 전례 없는 행보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었을 테고, 훨씬 홀가분한 마음과 새로운 믿음 속에 큰 힘을 실어줬을 것이다. 평소 농업과 먹거리에 진심을 자주 나타냈던 이재명 당대표의 침묵이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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