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 오은미

  • 입력 2022.12.11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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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한승호 기자
한승호 기자

여러모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농민들에게 드릴 말씀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일순간 침묵이 길어졌습니다. 그러더니 눈시울부터 벌겋게 붉어지더군요. 이윽고 꺼낸 말은 “농민들에게 제대로 힘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하다”였습니다. 힘이 돼주고자 농민단체 대표와 함께 농성을 시작했는데 도정을 책임지는 행정관료, 농정 당국자에게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한 미안함이 커 보였습니다.

5일 현재, 15일째 농성 중입니다. 그리고 지난 1일부터는 곡기까지 끊었습니다. 전북도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소개하는 전광판 아래에서 홀로 농성 중인 한 의원에 대한 설명입니다.

지난달 21일 농성을 시작할 땐 의원은 도청 안에, 농민들은 도청 바깥에 있었습니다. 도청 현관을 굳게 걸어 잠그고 전기마저 제공하지 않는 비인도적 처사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농성을 이어갔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싸우며 한겨울 농성에 나선 농민들에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불통행정’을 보며 의원은 본인의 일인 것처럼 분노하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이후 농성장을 도의회 로비로 옮겼습니다. 예산안을 심의하는 도의회에 농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였죠. 그래서 처음엔 도청 바깥에서 농성 중인 농민단체 대표를 생각해 텐트 내에 전기장판을 놓는 것도 거부했습니다. 매일 아침과 점심, 쌀값 대책 마련과 농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도청 앞에서 1인시위 중인 농민들이 꼭 한 번씩 농성장에 들려 의원의 건강을 염려하자 그제야 텐트에 전기장판을 설치했습니다. 농민들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제대로 읽어주신 거겠지요.

농민들은 민주당 일색인 도의회 안에서 홀로 싸우고 있는 의원에게서 그나마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절대적 농민 편인 의원 한 명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절실히 느낀 농민들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의원 또한 도청 바깥에서 추위와 싸우며 농성 중인 농민들을 보며 힘을 받는다고 합니다. 쌀값은 폭락하고 필수농자재 가격은 폭등하는 현실을 겪으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농민들에게 유일무이하게 큰 힘이 되는 전북도의원. 그의 이름은 오은미(진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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