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꾸로 가는 충남도 여성농민 지원 정책

  • 입력 2022.11.27 18:00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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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지난 6월 전북 김제시에 소재한 ‘언니네텃밭 김제공동체’ 작업장에서 농산물꾸러미를 만드는 여성농민들을 만났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9세. 김제공동체를 이끄는 강다복 대표는 여성농민들에게 가장 먼저 본인들 명의의 통장을 만들어줬다고 했다. 작업장에서 만난 김정임(81)씨는 언니네텃밭에서 일하면서 처음 돈을 ‘소유’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 소유로 돈을 직접 만지는 건 처음이었지. 손주들 용돈 주는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어.” 여성농민으로서 자부심이 한껏 묻어났다.

여성농민들은 농촌 핵심 인력임에도 조력자나 주변인 취급을 받아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농촌 지역사회에서 여성농업인 지위와 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여성농업인은 농업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위상은 조력자나 주변인에 머물러 있는 것이 지역사회의 현실’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김씨도 자신의 명의로 된 통장을 개설했을 때 비로소 여성농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지 않았을까.

최근 충청남도가 여성농업인에 연 20만원을 지원하는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지원사업(행복바우처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는 소식에 김제공동체 작업장에서 만난 여성농민들이 떠올랐다. 행복바우처 사업은 여성농업인의 직업적 자긍심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행복바우처를 받아 든 여성농민들도 생애 첫 통장을 개설한 김제 여성농민들과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충남도가 바우처 혜택을 받은 여성농업인 1,351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86.6%(1,170명)가 만족 이상을 꼽았다.

충남도는 행복바우처 사업을 폐지하는 대신 농민수당을 가구당 지급에서 개별지급으로 확대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증진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는 ‘농민수당’과 여성농업인 자긍심 고취를 위한 ‘행복바우처’ 두 사업에 관한 충남도 농정 당국의 몰이해를 고스란히 보여줄 뿐이다. 농촌지역에서 여성농민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는데, 이에 역행하는 충남도 농정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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