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뜨거운 감자된 ‘쌀값’, 근본 대책 세울 기회

  • 입력 2022.10.09 18:00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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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최근 여야는 산지 쌀값이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진 것을 두고 정치적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핵심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다. 현행 양곡관리법은 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수확기 가격이 전년보다 5% 이하로 떨어지면 쌀을 시장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쌀값 안정 장치였던 변동직불제가 폐지되면서 쌀 농가들의 우려가 커지자 당시 문재인정부가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시장격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초과생산량에 대한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내놓은 이유다.

농식품부는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과잉생산 구조가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과거부터 줄곧 쌀값 폭락을 막으려면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데, 쌀농사는 짓기 편하고 생산만 하면 정부가 알아서 팔아주기 때문에 농민들이 쌀농사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개정안 반대 논리도 마찬가지다.

대신 정부는 쌀 수급 안정을 위한 대안으로 밀·콩·가루쌀 생산 확대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대체 작물을 재배하면 직불금을 지급하는 전략작물직불제를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야당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는 시장격리 의무화뿐만 아니라 구조적 과잉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대책이 담겼다며 일시적 과잉은 시장격리를 통해, 구조적 과잉은 생산조정을 통해 쌀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농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다. 과거 문재인정부는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을 2018년부터 3년간 펼쳐왔지만, 이후 예산이 끊겨 다시 벼 재배면적이 늘어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입산과 가격 경쟁력이 없는 밀과 콩은 지원 없이 재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는 콩이나 밀을 재배하는 것이 수급 조절에 좋다고 하지만 소득 보전이 되지 않으면 농가가 따를 이유가 없다”고 발언한 이유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도 식량정책관이던 지난 2018년 당시 생산조정제 목표 달성에 실패한 원인으로 열악한 생산기반과 부족한 판로, 낮은 기계화가 지적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일손이 부족하고 고령화율이 높은 농촌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농민들이 편하게 농사지어서 돈 벌려고 한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 정부와 여야는 쌀값 폭락의 원인을 농민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를 통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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