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촌에서의 삶

  • 입력 2022.10.02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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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26일 제보를 받고 전라남도 보성군 조성면 대곡리 일원에 다녀왔다. 지난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인터넷 연결이 끊긴 스마트팜이었다. 추석 연휴가 포함돼 있었다지만, 9월 6일 인터넷 연결이 끊긴 이후 20일이 다 되도록 통신망은 복구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스마트팜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천창 및 측창 개폐부터 온도 조절까지 농민이 전부 손수 조작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겪고 있었다.

해당 농민은 9년 전 스마트팜을 조성하던 당시부터 인터넷 연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통상 논·밭 한가운데 설치하는 스마트팜의 경우 인터넷 연결을 위해 전신주를 직접 설치해야 하는데, 실제로 기자는 이로 인한 부담이 너무 크다는 농민들의 토로와 비용 때문에 스마트팜을 포기하고 일반 시설하우스를 지으려 한다는 이야기 등을 몇 번이고 들은 바 있다.

지하철에서도 5G 인터넷 연결이 당연한 도시민의 입장에서 이게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아직도 일부 농촌에선 인터넷 연결을 위해 전신주를 직접 설치해야 한다. 길이에 따라 전신주의 개수도 달라지는 까닭에 인터넷 연결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확히 추산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오늘날 농촌의 실정이다.

인터넷뿐만이 아니다. 취재를 하며 농촌 곳곳을 다니다 보면 도시와 다르게 불편한 점이 참 많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각종 대형마트나 병원, 영화관 등의 문화시설과 다양한 음식을 파는 식당 등은 마을을 벗어나 관공서 주변에 다다라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

농촌에서의 삶은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농민들은 농촌에 거주하며 환경을 가꾸고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생산해 내고 있다. 단지 농민이고, 농사를 짓기에 농촌에 거주하는 게 아니다. 농민들에게는 농산물을 생산해 국민을 먹여 살린다는 자부심이 있고 농촌에 거주하며 농촌을 지속시킨다는 사명감도 있어서다.

단지 공간으로서 농촌의 삶만 보더라도 쉽지 않은 게 오늘날의 현실인데 최근 45년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진 쌀값은 농촌에서 거주하는 농민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한탄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면 우리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은 물론 다원적 가치를 지닌 농촌마저 소멸하게 된다. 지난 7월 지금의 농촌을 ‘모두가 살고 싶은 농촌’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여느 정책처럼 공수표가 되지 않길, 농촌·농민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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