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현장취재를 다니다 보면 농촌 곳곳에서 지역의 미래를 위해 분투하는 일꾼들을 만난다. 농사짓는 것만으로도 바쁘건만 지역 내에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찾아내고, 실천하느라 몸이 남아나질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힘들다? 일이 안 풀려서 속상하다? 공무원들 때문에 답답하다? 그것도 맞다. 그러나 현장 일꾼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고민은 ‘외롭다’는 것이었다.
청년농민, 또는 농사는 안 지어도 지역에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려는 청년활동가는 지역에서 또래 청년을 찾기 힘들어서 외롭다고 한다. 지역에서 만났던, 기자와 동갑내기(30대 후반)인 농민단체 활동가가 “서로 자주 만나 술 한 잔 하며 고민 나눌 또래가 농촌에선 참 귀한 상황”이라며 “지역 내 청년들과의 교류도 중요한데, 내가 사는 지역 바깥에서 활동하는 청년들 간의 연결고리도 절실하다고 느낀다. 그래야 서로 고민도 나누고 응원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이야기한 게 기억난다.
그는 이러한 고민을 고민으로만 남기지 않는다. 지역 내 청년들을 만나고, 함께 여러 일을 도모하면서, 청년의 힘으로 지역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한다. 그는 내년 초 지역 내 청년들과 함께 ‘농촌 청년정책’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만들어내고자 기획 중이며, 이 토론회에 자신의 지역뿐 아니라 타 지역의 청년들도 함께 모이자고 제안하고 있다.
각지에 고립·분산된 주체들의 ‘연결고리 만들기’ 노력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잔류농약 검출 중심 친환경인증제로 인해 ‘비의도적 인증 위반자’가 돼버린 친환경농민들이 모여 최근 ‘친환경인증제도를혁신하는사람들’이라는 모임을 만든 사례다.
인증취소 피해 친환경농민들은 각지에서 피해자로 남아 있을 땐 ‘내가 이러려고 열심히 친환경농사를 지었나’ 하는 자괴감과 무력감으로 힘들어했지만, 서로 만나고 뭉치면서 위로받고, 함께 대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비록 ‘친환경인증제 혁신’의 길이 쉬운 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작이 반’ 아닌가.
언론의 할 일이 많지만, 그중엔 이처럼 ‘너와 나의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분투하는 사람들을 위해 “저 동네 사람들은 이런 멋진 일을 벌이고 있어요”라고 잘 알리는 것도 있을 듯하다. 그걸 보고 지역과 지역의 일꾼들이 조금이라도 더 연결되도록, 지역 내 일꾼들이 늘어나도록 유도하는 것도 책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