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치솟는 물가와 떨어지는 쌀값

  • 입력 2022.11.13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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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가가 올랐다는 사실을 특히 기름 값으로 절실히 체감 중이다. 취재가 잡혀있는 날을 제외하고 집(경기도 수원)에서 신문사가 위치한 서울 용산까지 일주일에 3~4회 출퇴근을 할 뿐인데, 한 달 생활비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나 커졌다. 1리터(L)당 1,200원 수준이던 경유가 아직도 1,800원대에 머물러 있는 까닭에 1.5배 정도 오른 기름 값이 크게 와 닿는다.

기름 값을 제외한 식비 등도 적지 않은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해 끼니를 챙기지는 않지만, 식당 음식 가격은 물론 배달비를 비롯해 음료와 빵 값 등도 섣불리 지갑을 열기 꺼려질 만큼 비싸졌다. 이와 더불어 대출 금리도 연신 최고치를 경신하며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값이 오르지 않는 품목이 있다. 올 한 해 동안 농업계의 가장 큰 현안으로 자리 잡은 ‘쌀값’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농민들의 쌀값 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쌀값은 지난 9월 말 정부의 시장격리 발표 이후 미약하게 반등되는 기미를 보였지만, 그마저도 잠시뿐 여전히 쌀값은 회복하질 못하고 있다.

수확철 농민들이 밤낮없이 사용하는 콤바인은 제조사와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많게는 120L의 기름이 들어간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부터 11월 첫째 주까지 한 달간 면세 경유는 전국 평균 약 1,454원에 판매됐다. 120L 연료탱크를 가득 채운다면 한 번 주유하는 데 17만4,480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지난해 동기 면세 경유 전국 평균 판매가격은 약 930원으로 파악된다. 120L 가득 주유 시 금액은 11만1,600원 수준이다.

트랙터·이앙기·콤바인 등에 소요되는 기름 값만 단순히 따져도 지난해 대비 생산비가 50% 이상 올랐다는 계산이 가능한데, 문제는 인건비와 농약·비료값, 농작업 대행비 등과 농사용 전기요금까지 생산비 중 안 오른 품목이 없다는 데 있다. 농민들은 급격히 오른 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걱정까지 떠안고 있다.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일찍 쌀값 하락을 예견한 농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줄곧 투쟁에 전념하고 있다. 때를 놓친 시장격리와 최저가 입찰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격리 방식은 쌀값 하락을 부추긴 가장 큰 원인이고, 이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아울러 국내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한 와중에도 정부는 수입쌀을 기어코 들여온 바 있다. 전국 각지에서 연일 쌀을 싣고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 국민의힘 당사 앞을 찾은 농민들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기세로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이유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농민들은 잠시 아스팔트 농사를 멈췄지만, 다시 트럭에 톤백을 싣고 서울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유례없는 쌀값 하락, 이제는 특단의 대책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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