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매번 씁쓸한 우리네 농업·농정의 단상을 밝히던 칙칙한 기자수첩에서 벗어나, 다소 밝고 희망찬 내용을 담아볼까 한다.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8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콜롬비아 보고타서 열린 비아캄페시나 8차 총회에 다녀온 일종의 소회다.국제농민연대체인 비아캄페시나는 현재 전 세계 81개국의 182개 농민단체로 구성돼 있다. 이번 총회에선 호주 식량주권연대와 팔레스타인 농민연합 등 새로운 농민단체가 정회원으로 결합했고, 이에 비아캄페시나는 중동·북아프리카까지 포함한 10개 지역으로 그 구성이 확대됐다.워낙 다
우리는 발효과정 대신 염산으로 단백질을 분해한 ‘아미노산액’을 간장으로 부른지 오래다. 여기에 미량의 양조간장만 섞으면 제품명에 ‘진간장’을 붙일 수 있고, ‘발효명가’와 같이 혼란을 부를만한 브랜드 표어를 공통으로 덧입히는 데도 전혀 제약이 없다. 혼합간장이라는 대분류 아래 적시하는 성분표에서도 산분해 ‘간장’으로 표기된다.우리 콩으로 제대로 만든 발효간장도 수입 콩 아미노산 분해액도 잘 모르는 소비자가 보기에는 그저 똑같은 간장이다. 차이는 성분표에 적힌 매우 작은 글씨로나 확인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어떤 이유로 ‘혼합간장’,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119대29. 지난달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 엑스포(등록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 결과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는 투표 참가국 165개국 중 3분의 2 이상인 119개국의 표를 얻음으로써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결정됐다. 이에 맞섰던 부산광역시는 29개국의 표를 얻는 데 그치는 참패를 기록했다.윤석열정부와 대다수 언론은 부산과 리야드 간 판세가 ‘박빙’이라는 예측을 수도 없이 내놨다. 박빙이란 ‘얇게 살짝 언 얼음’이란 뜻으로, 백지장 한 장 두께 수준의 아주 미세한 차이를 표현하는 단
기자는 올해 정부 ‘농업인의 날 기념식’을 취재하지 못했다. 대통령실과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전문지를 일괄 배제한 채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의 취재만 허용했기 때문이다. 럼피스킨 확산에도 불구하고 1,700명의 농업 관계자들을 불러 모았지만 유독 농업전문지 기자 20~30명의 입장만은 허락하지 않았다. 농민들을 위한 행사임에도 정작 농민들을 고정독자로 둔 농업전문지들엔 생생한 기사가 실릴 수 없게 됐다.화면을 통해 접한 대통령의 기념사는 최근의 처참한 농업 현장 상황을 전혀 보듬지 못했다. “쌀값을 20만원 수준으로 회복시켰다”, “집중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온 한 아이가 본인 키 만한 현수막 뒤에 서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스트로보 빛이 반사된 까닭에 아이의 까만 눈동자가 더욱 선명하다. 현수막엔 ‘충청북도 농정예산 삭감 규탄 기자회견’이라고 적혀 있다.정치인들의 공약 이행과 정책 실현의 진정성을 판단하려면 예산의 반영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실로 돈이 향하는 곳에 정책이 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농업분야 대표 공약은 농민수당 100만원 지급이었다. 농민들은 이 약속을 믿었다. 그러나 올해 농민수당은 60만원이었다.매년 11월과 1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지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발언대에 특별한 참고인이 섰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와 수년간 농장에서 일한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다. 그는 6년 동안 비닐하우스에서 살며 하루 11시간씩 일했지만, 임금은 8시간 치밖에 못 받았고 천만원에 달하는 체불임금은 고용노동부에 진정한 지 2년이 됐지만 여전히 미지급 상태라고 전했다.그간 농업계가 한번도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엄존해 온 사안이 농촌 외국인노동자 처우와 인권 문제다. 당사자들의 발언 기회마저 거의 없던 터라 이날 국감은 더 의미 있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저율관세할당(TRQ) 콩 수입물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을 질타했다.윤 의원은 “TRQ 수입 콩은 국내 시장에 들어온 뒤 한국연식품조합연합회와 한국장류협동조합 등 수요자단체를 통해 소속 회원사에게 다시 배분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수요자단체가 CJ제일제당 및 대상, 남양유업 등 대기업 또는 대기업계열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라며 “막대한 자금력을 동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다소 황당한 지적이 나왔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소속 주요 농민단체(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정권 퇴진운동에 참여하는 등 ‘좌편향’된 움직임을 보여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단 얘기였다.우선 시민단체의 정권퇴진 운동 참여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가삼권과 언론을 감시하며 필요한 경우 자율적으로 국민의 권리를 위해 운동하고 행동하는 건 민주주의 국가 속 시민단체 어느 곳이든 수행해 마땅한 본분이다.더욱이 ‘편향’을 가르는 기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서아시아의 화약고인 팔레스타인 일대에서 전면전이 발발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로켓 공격 및 대규모 침투 작전을 개시하자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공습을 가하는 등, 전쟁의 불길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일견 하마스가 난데없이 선제공격을 가하며 평화를 깬 것처럼 보인다. 전후 정황 확인이 필요하긴 하나,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행위인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 및 민중 탄압·학살로 인한 팔레스타인 민중의 분노가
이제는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법’으로 더 유명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본지는 이 법안의 문제점을 최초로 보도한 매체며 이후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 농해수위 전체회의, 법사위 전체회의 등 국회 내 모든 회의를 밀착 취재하고 있다.농해수위가 이 법안을 의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자는 아연실색했다. 법안은 명백히 비상식적이었고, 몇몇 의원들의 법안 반대 의견은 매우 논리정연했으며, 이에 대한 반론조차 개진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원안 가결. 위원장·간사와 여당 의원들은 하다못해 법안 통과를 위한 ‘억지논리’를 만들어내려는 노력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논콩 심은 들녘마다 트랙터 소리가 요란하다. 푹푹 찌는 날씨에 ‘논콩 수해피해 전액보상!’ 농민들 이마에 두른 붉은 머리띠는 땀에 젖어 흥건하다. 장맛비에 이은 수해로 황톳물에 완전히 잠겼던 논콩, 침수 피해가 없었다면 논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해야 할 콩잎은 오간 데 없이 키만 웃자라 손 한 뼘 크기에 머물러 있다.두 필지 가득 듬성듬성한 논콩을 바라보니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 가는 농민들은 애꿎은 담배만 연신 찾는다. 속이 시끄러운 만큼 들판 여기저기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른다. 본디 논에는 벼,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둘러봐도 골치 아프고 한숨 나오는 기사들만 가득하다. 그러다 눈이 번쩍하는 기사를 만났다. 최신이거나 단독, 심층기사여서가 아니었다. 그 기사로 무뎌진 마음의 회로가 켜지고 용기를 새로이 얻어서다. 사연은 이렇다. 7월 9일 자로 5년을 꽉 채운 기자 생활. 제대로 하고 싶었던 것만큼 헤맸던 시간으로 일은 좀 익숙해졌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점점 쪼그라들고 있었다.이때 취재차 제주에서 만난 한 농민은 기자의 질문에 “인터뷰가 탐탁지 않다. 이미 지면에 수십 번도 더 깔렸다. 그런데도 깡그리 무시하고 가잖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