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이다. 우리 동네 방앗간 주변에는, 1톤 트럭이 톤백에 담긴 나락을 한두 개씩 싣고 길 양옆으로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태양초 만드느라 빨간 고추들이 널려 있고, 고추밭에서는 끝물로 열려 있는 푸른 고추들을 따는 손길도 분주하다. 벌써 들깨 터는 분들도 계셔서 온 골짜기에 고소한 들깨 향이 가득하기 시작했다.용케도 몇개 남아 있는 만생종 후지 사과는 아직도 나무에 매달려 그런대로 익어가고 있고, 긴 장마에도 떨어지지 않고 버틴 동철·대봉 같은 감들도 제법 예쁘게 물들고 있다. 최근 1~2년 동안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이 한미워킹그룹 해체 전국 동시다발 시민 선전전을 지난 5일과 12일 실시했다.전농 충남도연맹 산하 5개 시·군농민회 회원들은 지역별 거점에서 ‘내정간섭 한미워킹그룹 해체, 전쟁연습 한미군사훈련 중단, 남북합의 즉각 이행’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전전에 나섰다.최용혁 전농 충남도연맹 사무처장은 “외세의 부당한 개입 없이 남북이 자주적으로 앞날을 결정해야 하는데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등의 재개에 대해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미국이 통제해 왔다. 이런 한미관계에서 가장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1990년 전농이 창립되던 해에는 제1차 범국민대회가 예정돼 있었다. 남·북 그리고 해외에 있는 동포까지 민간 주도로 통일운동 기틀을 다지기 위해 8월 15일 판문점에서 범국민대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남한 정부는 이를 ‘반정부’ 행사로 규정해 결국 남·북 따로 행사를 치르게 됐다.전농은 그해 4월 창립했고, 이어 7월 27일 열린 제2차 중앙위원회에서 ‘조국통일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전농 중앙위원들은 제1차 범국민대회 참여도 결의했다. 그러나 전농 조직 내 통일운동에 대한
[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북녘으로 가는 통문, 굳게 닫힌 철문 앞에 경상북도 여성농민들이 모였다. 지난 22~23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북연합(회장 김애자) 자주통일위원회 ‘통일실천단’ 회원들이 철원을 방문했다. 김애자 회장은 “해마다 여성농민한마당을 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행사 진행을 못 했다. 대신 남북관계가 우리 힘으로 풀리길 바라며 순례를 온 것”이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회원들은 금강산 가던 철교-남방한계선-노동당사-소이산-백마고지-승일교 등 분단과 전쟁의 아픔이 서린 곳을 순례하며 자주통일 의지를 다졌다.순례 후, 회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강원지역본부, 강원주권연대 등 강원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15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청 앞 계단에서 ‘남북관계 회복, 남북합의 국회비준, 대북제재 해제,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는 강원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전흥준 전농 강원도연맹 의장은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를 피부로 느끼는 이가 바로 접경지역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이라며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공조의 정신으로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길을 우리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접경지역 논밭에선 농사일이 한창이다. 접경지역 농민들은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통일쌀 모내기로 평화를 들판에 심고 있다.정건택 연천군농민회 왕징면지회장은 30여년 넘게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너머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민통선 너머 마련한 농지의 절반은 논이고 나머지 절반엔 감자, 양파, 마늘, 콩 등을 심는다. 이 중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물량은 무농약 등 친환경농사로 짓는다.품목이 많다보니 딱히 농번기랄 게 없다. 눈 내리는 겨울 빼고는 매일 민통선을 넘나들
[한국농정신문 김현주 기자]최근 남북관계가 4·27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 전농)은 지난 16일 연락사무소 폭파의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평화통일의 관점에서 우리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농민의 역할을 묻고자 지난 23일, 강원도 홍천에서 신성재 전농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만났다.김현주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최근 남북갈등의 책임, 문재인정부에 있다고 보는가.대북전단 살포는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간의 상호비방 금지 원칙을 정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어이~” “넘어가요~!” 못줄잡이의 우렁찬 목소리에 일렬로 줄지어 선 30여명의 농민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인다. 손마다 한 움큼씩 쥔 모에서 3~4가닥을 떼 내 논에 모를 심는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사이 누군가가 행여 어깃장을 부리며 모내기를 지체할라치면 사방에서 훈계조의 지청구가 날라든다. 그러나 훈계조를 늘어놓는 이도, 또 이를 받아내는 이도 모두 땀으로 범벅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지난달 30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내포리 통일쌀 경작지에서 ‘2020 통일쌀 모내기’ 행사가 열렸다. 행사를 앞
길이 238km, 넓이 903k㎡의 비무장지대(DMZ).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막고 있는 이곳은 군사적 충돌을 막고자 ‘비무장의무’로 규정된 구역이다. 하지만 DMZ의 현실은 여전히 ‘중무장대결’에 가깝다. 전쟁과 분단 이후 70년 가까이 DMZ는 그 자체로 이데올로기였다.다행히 이번 정부 들어 남북 간 군사적 합의를 통해 최전방 감시초소(GP)를 단계적으로 철거키로 하면서 이곳은 새로운 출발선으로 주목받고 있다. DMZ에는 전쟁과 평화, 분단과 통일, 그리고 개발과 보존이라는 특유의 역설이 얽혀 있었다. 이제 이를 넘어선 논의와 국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 전농)과 통일부(장관 김연철)가 남북농업교류 활성화 행보에 함께 나선다.전농은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면담하고 남북 공동농업사업 관련 추진계획을 논의했다.이날 박흥식 전농 의장은 “불확실성이 큰 남북관계지만 통일을 위한 농민들의 열망은 한결 같다”면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를 맞아 평화와 자주적인 통일에 의미 있는 진전을 통일부와 함께 만들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구체적인 농업분야 사업계획은 신성재 전농 조국평화통일위원장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 전농) 통일일꾼들이 올해 통일사업을 확정지으며 더 많은 연대와 알찬 실천을 결의했다.전농 조국평화통일위원회(위원장 신성재, 조통위)는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6.15남측위원회 교육장에서 ‘전농 통일일꾼 워크숍’을 열고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지었다. 4.27 판문점선언 2주년에 열려 더 의미가 깊었던 이날 워크숍은 제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조통위 담당자와 시·군의 통일경작사업 주체 등 20여명이 함께 했다.조통위는 오는 30일 강원도 철원 민간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 전농) 통일일꾼들이 올해 통일사업을 확정지으며 더 많은 연대와 알찬 실천을 결의했다. 전농 조국평화통일위원회(위원장 신성재, 조통위)는 지난 27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6.15남측위원회 교육장에서 ‘전농 통일일꾼 워크숍’을 열고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지었다. 4.27 판문점선언 2주년에 열려 더 의미가 깊었던 이날 워크숍은 제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조통위 담당자와 시·군의 통일경작사업 주체 등 20여 명이 함께 했다.조통위는 오는 5월 30일 강원도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중학교 때부터 농사짓기로 결심을 했어요. 그래서 농고에 들어갔죠. 고등학교 졸업 후 군복무까지 마친 뒤 이곳 철원에 와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철원에서 32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용빈 철원군농민회장 이야기이다. 김용빈 회장이 나고 자란 곳은 경기도 남양주 마석이다. “마석은 개발 붐이 일기 시작해서 장기적으로 농사를 짓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농사지을 만한 곳을 찾아 이사를 하기로 했죠.”김씨가 군에 있는 동안 김씨의 아버지가 여기저기 농사지을 곳을 물색했다고 한다. “아버지 고향이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2000년 11월 창간호부터 2001년 12월까지 본지의 지면을 돌아보고자 한다. 20년 동안 450만명에 달하던 농민의 숫자는 300만명도 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시의 농업계 현안이 오늘날까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것도 많았다. 이에 본지는 20년 전 농업계를 조명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한반도의 다른 구성원들과 마찬가지로, 남북 농민들도 2000년 6.15 공동선언을 환희 속에서 맞이했다. 6.15 공동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1985년, 전두환 동생 전경환의 대대적인 호주 소 수입으로 농민들이 분노해 투쟁하던 상황에서, 전북 부안군의 한 농민이 투신하려다 저지된 일이 있었다. 그를 저지하던 농민 중 박흥식 신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이 있었다. 박 의장은 그 과정에서 ‘우리 농업 현실이 왜 이럴까?’란 의문을 가졌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농민운동을 시작했다.어느새 박 의장이 농민운동을 시작한 지 35년. 그는 서른 살을 맞이한 전농의 새 지도자가 됐다. 박 의장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전농의 미래상은 무엇
새해 들어 북은 세계적 이목이 쏠린 가운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정서를 발표했다. 이례적으로 신년사를 대체하는 형식을 취했다. 북은 이번 발표를 통해 ‘자력갱생’과 ‘정면돌파전’을 거듭 강조했다. 그렇지만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긴장국면을 유예하는 입장도 함께 내비쳤다.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북은 절제된 표현과 전략적 유연성을 택했다.반면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빈 칸’으로 남겨진 것이다. 지난 2018년 북은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를 제안했고, 지난해에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조건 없
또 한 해가 시작됐다. 어제의 태양과 오늘의 태양이 다를 리 없건만 새해에는 뭔가 새롭고 다른 태양이 떠오르기를 누구나 고대한다. 지난해 아쉬웠던 일들이 새해에는 좀 더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특히 정초엔 더욱 그렇다.귀농·귀촌 5년차를 맞이한 금년에는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미니사과 ‘알프스 오토메’ 대신 조금 큰 사과 ‘돌체’나 ‘시나노 골드’를 시도해 보려 한다. 친환경 사과 재배방법을 조금은 터득했으니 이번에는 시행착오를 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친환경 유기농 사과 농사를 잘 지어 열매를 많이 딸 자신은 없다.
2020년을 연다.새해는 변화의 해다. 새로운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는가? 보통 사람들의 자각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북미회담을 지켜보며 희망을 가졌다. 변화의 싹을 봤다.우리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자각이 분명하다.유엔과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금 할 수 있는 남북농업협력을 주저하지 말고 결단해야 한다. 농업 협력을 위해 종자와 묘목을 보내고, 농기계를 보내는 일은 대북 제재 속에서도 가능하다. 이른바 대북 면제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담하게 농업을 시작으로 전면적 협력을 진행해야 한다.이미 지난
[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강원도(도지사 최문순)는 지난 16일 철원문화복지센터에서 5개 접경지역(철원·화천·인제·양구·고성)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됐음을 알리는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은 정만호 행정부지사, 한금석 도의장, 조도순 MAB한국위원회 위원장, 5개군 군수와 해당지역주민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다.강원도는 생물권보전지역 등재를 남북간 대화 재개와 협력의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식전행사로 진행한 ‘금강산관광재개 촉구서명’은 이와 같은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도는 5개군 접경지역을 한반도의 중심
[대담 심증식 편집국장, 정리 강선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촛불혁명 직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3대 과제 중 하나로 ‘풍요로운 농촌 건설’을 강조한 이유가 궁금하다.농촌문제를 해결해야 남북화해와 경제민주화 문제 해결로 나아갈 수 있다. 농촌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없고 가장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곳인 양 인식된다. 농촌은 국가의 기본이자 존재 자체가 국민의 권리이며 식량 공급의 장일 뿐 아니라, 국토를 보전하기 위한 우리 민족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그럼에도 (집권자들 입장에서 농민이) 힘없고 맥아리 없다 여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