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DMZ 평화농장’ 구상 구체화해야

  • 입력 2020.05.24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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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길이 238km, 넓이 903k㎡의 비무장지대(DMZ).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막고 있는 이곳은 군사적 충돌을 막고자 ‘비무장의무’로 규정된 구역이다. 하지만 DMZ의 현실은 여전히 ‘중무장대결’에 가깝다. 전쟁과 분단 이후 70년 가까이 DMZ는 그 자체로 이데올로기였다.

다행히 이번 정부 들어 남북 간 군사적 합의를 통해 최전방 감시초소(GP)를 단계적으로 철거키로 하면서 이곳은 새로운 출발선으로 주목받고 있다. DMZ에는 전쟁과 평화, 분단과 통일, 그리고 개발과 보존이라는 특유의 역설이 얽혀 있었다. 이제 이를 넘어선 논의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하겠다. DMZ를 독일의 ‘그뤼네스반트’처럼 평화와 생태, 생명의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DMZ에 관한 구상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거론된 적 있다. 지난 1971년 UN군 측 수석대표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제안을 시작으로 1982년 당시 국토통일원장관 경기장 건설 및 생태조사, 군사시설 철거 등에 관한 제안, 그리고 노태우정부의 ‘평화통일시’ 제안이 이어졌다. 김영삼정부는 ‘세계평화구역 및 환경보호구역’이라는 구상을 밝힌 적이 있다. 박근혜정부의 세계평화공원과 생태통로에 관한 구상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학자들의 선행연구는 대체로 생태보전지역과 완충지역, 긴급복구지역으로 공간을 나눠 접근하려는 방식이다. 한편에서는 온전한 보존지역으로 묶어 일체의 개발행위를 차단하려는 주장도 있다. 남북 접경지역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구상은 생태보존권역과 이를 연결하는 생태연결구간, 그리고 평화적 이용을 하려는 생태완충 지대 등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지자체의 평화적 이용 계획에는 철원군의 남북영농교류단지, 양구군의 남북수자원공동개발 그리고 인제군의 백두대간 공동관리 및 DMZ평화농장, 고성군의 남북공동어장개발 등에 관한 구상이 담겨 있다. 경기도와 인천광역시의 경우 파주·연천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및 남북평화농장 등을 구상해 왔다.

이와 같은 DMZ 구상은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에 관한 남북협력이 전격 추진되면서 후순위 협력으로 조정됐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향후에는 DMZ 구상 없이 ‘신한반도체제’를 본격화하기 어렵다는 게 현실적인 진단이다. 대륙으로 연결되는 대규모 SOC협력은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구상과 맞닿아 있다. 적어도 동부와 중부, 서부 지역에 DMZ를 관통하는 연결통로가 크게 확충돼야 하기 때문이다.

DMZ에서 단절된 남북의 간선도로망은 6개 국도로 ‘목포-신의주(1번)’, ‘남해-초산(3번)’, ‘마산-중강진(5번)’, ‘부산-온성(7번)’, ‘울산-신고산(31번)’, ‘발안-고성(43번)’ 등이 있다. 또 이곳에는 경의선(서울-신의주), 경원선(서울-원산), 금강산선(철원-금강산), 동해북부선(양양-원산) 등 4개의 철도망이 단절돼 있다.

나아가 DMZ 구상에는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DMZ는 6개의 강을 건너고 1개의 평야지, 2개의 산맥에 걸쳐 있으며, 이곳에 70여개 마을을 가두고 있다. 또 현재「접경지역지원특별법」시행령에 따르면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강원도의 접경지역으로 돼 있는 곳은 98개 읍·면에 달한다. 해당면적은 8,097k㎡. 이 중 임야면적은 약 75%, 초지 20%, 농경지 3% 순이다.

DMZ 구상은 ‘비무장의무’를 넘어 평화와 생명, 번영이어야 한다. 안보불안을 조장하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할 일이다. 남북이 공동경작하고 기술과 정책을 교류하는 평화농장이 좋은 대안이다. 생태완충 지역에는 생태농업단지를 조성할 일이다.

 

※ 알립니다 ※

<한국농정>은 남북 통일농업의 시대를 기다리며 이번호부터 매주 북한 관련 칼럼 ‘지금 북녘은’을 게재합니다. 이태헌 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김이경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상임이사, 김진향 개성공단지원재단관리위원회 이사장, 최재영 재미목사가 필진으로 참여해 가깝고도 먼 북한의 생생한 소식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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