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도 꺾지 못한 농민들의 통일쌀 모내기

  • 입력 2020.06.05 15:55
  • 기자명 한승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못줄을 튕기는 못줄잡이의 신호에 일제히 허리를 숙인 농민들이 민간인통제구역 내 통일쌀 경작지에서 손 모내기를 하고 있다.
못줄을 튕기는 못줄잡이의 신호에 일제히 허리를 숙인 농민들이 민간인통제구역 내 통일쌀 경작지에서 손 모내기를 하고 있다.
농민들이 전국 팔도에서 가져온 물을 논에 붓는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농민들이 전국 팔도에서 가져온 물을 논에 붓는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모내기가 절반 정도 끝나자 농민들이 허리를 펴며 환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모내기가 절반 정도 끝나자 농민들이 허리를 펴며 환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어이~” “넘어가요~!” 못줄잡이의 우렁찬 목소리에 일렬로 줄지어 선 30여명의 농민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인다. 손마다 한 움큼씩 쥔 모에서 3~4가닥을 떼 내 논에 모를 심는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사이 누군가가 행여 어깃장을 부리며 모내기를 지체할라치면 사방에서 훈계조의 지청구가 날라든다. 그러나 훈계조를 늘어놓는 이도, 또 이를 받아내는 이도 모두 땀으로 범벅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지난달 30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내포리 통일쌀 경작지에서 ‘2020 통일쌀 모내기’ 행사가 열렸다. 행사를 앞두고 철원 군부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모내기 취소까지 고려됐으나 ‘민통선 평화의 논에 통일을 심자’는 농민들의 굳은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3번 국도가 지나는 민간인통제구역에 통일쌀 경작지를 만들고 통일쌀 모내기를 이어온 김용빈 전농 철원군농민회 회장은 “먹거리를 나누면 평화가 온다고 했다. 북녘의 물을 머금고 남녘의 논에서 자란 쌀을 북측 동포와 나눌 수 있게 올 가을엔 개성공단 문도 열리고 금강산 길도 열리기를 소원한다”며 “농민들이 씨 뿌리고 가꾸는 마음으로 통일세상을 준비하자”는 바람을 전했다.

통일쌀 모내기가 열리기 전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진행하며 통일부 후원 약속까지 이끌어냈던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오늘 모내기를 시작으로 남과 북이 함께 할 수 있는 통일경작지를 만들어내고 남북공동경작 실현으로 식량자급을 이뤄내는 등 우리 농민들이 앞장서서 통일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에 나서자”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본격적인 모내기 전 남북이 하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북녘의 산하에서 내려온 논물에 전국 팔도에서 가져온 물을 부어 합치는 합수식을 진행한 농민들은 누구라도 할 것 없이 바지춤을 걷어 올리고 논으로 들어섰다.

논둑 곳곳에서 한반도기가 바람에 흩날리고 ‘쌀을 나누면 평화가 옵니다’, ‘민족에게 평화를 농민에게 희망을’, ‘우리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 등의 현수막이 펼쳐진 논에서 농민들은 오랜만에 손 모내기를 하며 통일세상을 열어갈 일꾼으로서의 소임을 다했다.

두어 시간의 신명나는 노동 끝에 700평 남짓한 통일쌀 경작지에 파릇파릇한 모가 가득 들어찼다. 신성재 전농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통일부, 강원도와 함께 모내기를 준비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부득이하게 행사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올 가을엔 민과 관이 함께 모여 추수한 쌀을 북측의 동포와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성사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 움큼 쥔 모에서 3~4가닥을 떼 내 모를 심는 농부의 손이 바쁘다.
한 움큼 쥔 모에서 3~4가닥을 떼 내 모를 심는 농부의 손이 바쁘다.
통일쌀 경작지에 모를 심는 농부 옆으로 '다시 가자 금강산! 다시 열자 개성공단!'이 적힌 현수막이 세워져 있다.
통일쌀 경작지에 모를 심는 농부 옆으로 '다시 가자 금강산! 다시 열자 개성공단!'이 적힌 현수막이 세워져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