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멸구 피해 농업재해 인정, 농민들 ‘늦었지만 환영’

기상과의 연관성 놓고 ‘검토 중’에서 국감 시작되자 급선회

수확 시작된 뒤에야 인정…피해규모 누락되지 않는 게 관건

  • 입력 2024.10.07 14:20
  • 수정 2024.10.07 21:13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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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쌀생산자협회 대표들과 전종덕 진보당 의원, 박형대 전남도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벼멸구 피해 재해 인정 발언에 대해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쌀생산자협회 대표들과 전종덕 진보당 의원, 박형대 전남도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벼멸구 피해 재해 인정 발언에 대해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벼멸구를 자연재해성 농업재해로 인정하라는 현장의 요구가 빗발친 지 약 20일 만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가 벼멸구 피해를 재해로 인정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7일 오전, 8일까지 농업재해대책 심의위원회에서 재해 인정 여부를 확정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송미령 장관이 이날 국감 자리에서 재해로 인정하고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오는 21일까지 국가재난안전시스템(NDMS)에 피해 규모를 입력하고 11월에 실제적인 지원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약속대로라면 통상 100일 이상 걸리는 재난지원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불과 3일 전인 지난 4일까지만 해도 농식품부는 벼멸구가 기상을 직접적 원인으로 한 것인지 검토해야 하고, 검토 완료 시점도 특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양옥희, 전여농), (사)전국쌀생산자협회(회장 김명기), 전종덕 국회의원(진보당), 박형대 전남도의원(진보당)은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벼멸구 피해 농업재해 인정과 늑장 대응에 대한 송미령 장관의 사과를 촉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송 장관의 발표가 전해지면서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재난 지원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먼저 권혁주 전농 사무총장은 농식품부의 이번 발표가 ‘늑장 대응’인 이유부터 설명했다. 권 총장은 “벼멸구는 8월말 9월초부터 진행됐고 추석 무렵 급속히 확산했다. 그때부터 재해 인정을 거듭 요청했다”라며 “그러나 농식품부 최초 대답은 4일 금요일 밤 설명자료를 내고 농업재해로 인정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 게 전부다. 이미 한 달 이상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 같은 늑장 대응에 심히 유감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양옥희 전여농 회장은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이다. 지금 지역의 논에 가보면 농민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절박해한다. 장관에게 여러 번 촉구했고, 현장까지 방문해 눈으로 직접 봤음에도 인정하지 않아, 오늘 작심 발언을 하고자 했으나 그나마 이제라도 인정하겠다고 하니 감사하다”라며 “이후 농식품부가 어떤 수준으로 대응하는지에 달렸다. 그 결과까지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종덕 의원은 “현장을 모르는 농식품부의 늑장 대처로 농민들이 그간 많은 고통을 겪었다. 늦었지만 농업재해 인정을 환영한다.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는지 계속 점검하겠다”라며 “아울러 현재 병충해의 경우 농어업재해대책법 시행령상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극히 일부만 인정한다. 앞으로도 병충해로 인한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기후위기 시대에 맞지 않는 재해 관련 법령을 개정해 나가겠다”라고 약속했다

박형대 전남도의원은 “벼멸구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현장에선 이미 수확이 시작됐다. 이에 조사에서 피해 상황이 누락되지 않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며 “그간 정부는 해충으로 인한 재해는 자연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나 '검토'로 진전했다 오늘에서야 '인정'됐다. 추후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와야 하고, 피해 벼가 헐값에 매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까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벼멸구 피해 벼를 매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매입가 등 구체적 내용은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송 장관은 이날 “벼멸구 피해가 농업재해로 인정되면 피해 규모에 따라 농약대, 대파대, 생계비, 농업정책자금 상환연기 및 이자감면을 지원하겠다”라며 “농가경영을 위해 추가 자금이 필요한 경우 금리 1.8%의 재해대책경영자금 융자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벼멸구 피해 면적은 지난달 27일 기준, 전국에서 약 3만4000㏊에 이른다. 규모는 전남도(약 2만㏊), 전북특별자치도(약 7100㏊), 충남도(약 1700㏊), 경남도(4200㏊), 기타 지역(1500㏊) 순이다.

한편 기상을 원인으로 한 병충해 자연재해 인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9년 전남 해남의 목도열병 피해는 시기상 절차 문제로 자연재해로 처리되진 않았으나 보상은 재해인정에 준하는 것으로 처리된 바 있다. 지난 2014년 나주‧영암에서 발생한 벼 이삭도열병도 기상여건을 원인으로 한 농업재해로 인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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