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멸구 자연재해 인정 촉구에도 꿈쩍 않는 농식품부에 ‘장관 사퇴’ 일성까지

박형대 전남도의원과 농민들, 농식품부 앞 1인시위와 선전전

농식품부, 벼멸구 재해인정은 폭염과의 인과관계 검토돼야

  • 입력 2024.10.04 20:05
  • 수정 2024.10.05 11:00
  • 기자명 김수나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벼멸구 피해가 극심한 전라남북도와 충남의 농민은 물론 지자체와 지방의회까지 나서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에 벼멸구 피해 농업재해 인정을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농식품부의 반응은 현재까지 요지부동이다.

벼멸구 확산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달 추석 명절 이후 약 보름이 지난 가운데, 현장 농가들은 더 이상의 벼멸구 확산과 피해를 막기 위해 때 이른 수확에 돌입한 상태다. 수확이 끝나면 추후 정확한 피해 조사의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에, 현장의 재해 인정 요구는 절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박형대 전남도의원(진보당)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의장 윤일권, 전농 광전연맹), 전농 충남도연맹은 4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에서 하루 종일 1인시위와 선전전을 이어갔다.

출근길 1인시위로 이날 하루를 시작한 박형대 의원은 지난 1일 전북 임실의 피해 현장을 찾아간 송미령 장관에게 신속한 재해 인정을 촉구했다면서, 당시 송 장관이 보여준 현실 인식과 대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농민들이 수확을 시작했으니 빨리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장관은 이 뜻을 전혀 몰랐다. 당시 장관이 ‘벼멸구 피해를 도복‧수해 피해로 보고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즉 가짜로 피해를 입력하라는 소리인데 이게 장관으로서 할 말인가. 벼멸구보다 더한 재난은 바로 정부와 농식품부 장관의 무능력이다. 농민들이 기대고 있는 농식품부의 자세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 매우 원통하다.” 박 의원의 목소리가 청사 건물이 들어선 도로를 채웠다.

이어 박 의원은 “벼멸구 피해를 즉시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라는 요구는 전남도지사와 61명의 전남도의원, 전남 시장군수협의회 모두의 뜻이다. 15일간 검토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 적어도 다음 주 월요일까지 농업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농민들은 송미령 장관 퇴진을 요구할 것이다. 장관의 역할을 못 하고 있고 농업과 농민을 모르는데 어찌 장관이라 할 수 있나”라고 일갈했다.

박형대 의원에 따르면, 농식품부가 조속히 벼멸구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오는 7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비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왼쪽) 박형대 전남도의원(진보당)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전농 충남도연맹이 4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에서 하루 종일 1인시위와 선전전을 이어갔다.
(왼쪽) 박형대 전남도의원(진보당)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전농 충남도연맹이 4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에서 하루 종일 1인시위와 선전전을 이어갔다.
(왼쪽부터) 임선택 전농 충남도연맹 사무국장, 윤병구 (사)전국쌀생산자협회 광주전남본부 사무처장, 박형대 전남도의원. 
(왼쪽부터) 임선택 전농 충남도연맹 사무국장, 윤병구 (사)전국쌀생산자협회 광주전남본부 사무처장, 박형대 전남도의원. 

현재 농식품부는 벼멸구 피해를 자연재해로 인정하는 것을 두고 검토 중이며, 검토 시한은 특정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농식품부는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자연재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서, 이번 벼멸구 피해가 실제로 기상 상태와 얼마나 직접적, 객관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추석 연휴를 전후로 벼멸구 피해가 급증할 당시, 지자체 관계자들은 올여름 계속된 이상폭염을 주원인으로 꼽았는데, 이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형대 의원은 ‘전혀 검토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본적으로 농민들은 7~8월에 벼멸구 종합 방제를 실시하는데, 올해는 이상 고온이 지속돼 9월까지도 벼멸구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벼멸구 한 마리당 대략 300~400개의 알을 낳는데, 3세대까지 이르면서 벼멸구가 폭증해 방제도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명백한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다”라며 “추석 때 확인해 농식품에 재해 인정을 건의했음에도 처음엔 벼멸구는 해충이라 자연재해가 아니라더니, 문제가 심각해지자 검토 중이라고 한다. 검토하는 것 빼곤 정부가 한 게 하나도 없는데 이게 정부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사)전국쌀생산자협회가 연명한 현수막이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 걸렸다.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사)전국쌀생산자협회가 연명한 현수막이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 걸렸다. 

이날 윤일권 전농 광전연맹 의장은 <한국농정>에 정부의 재해 인정이 늦어지는 데 대해 큰 우려를 밝혔다.

윤 의장은 “날씨가 서늘해지긴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피해가 확산하고 있어 피해 농가들은 멸구 먹은 벼부터 먼저 수확하고 있다. 아마 이번 주 지나면 대부분 수확을 마칠 것 같다”라며 “이미 수확이 끝나버리면 피해를 정확하게 입증할 수가 없게 된다. 재해 인정 시점이 중요해 지난 주부터 계속 요구했던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의장은 “그럼에도 계속 ‘검토 중’이다, ‘도복 피해랑 같이 신청하라’고만 하는데, 전북도에서도 그건 불가능하다고 한 상태다. 아예 재해로 인정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결국 정부가 시간 끌기로 상황을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벼멸구 피해에 대한 재해인정은 피해 농가들로선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재해인정으로 지원되는 농약대, 대파대 등이 실질적 보상액으로선 미미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음에도 피해가 극심한 만큼 피해 농가들로선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전남북 지역에선 시중 농약상은 물론 지역농협에서도 농약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동이 나기도 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방제를 지원하기 이전부터 추가로 자체 방제를 3~4번씩 진행하면서 농가들의 농약값 부담액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윤 의장은 기상 상태와 벼멸구 확산의 인과관계를 검토 중이라는 농식품부를 향해 “이런 상황이 그렇게 자주 발생하진 않는다. 자구책으로 약을 치면 사실 거의 다 잡힌다. 그러나 약을 몇 번씩 치고 대응했는데도 안 잡혔기 때문에 우리가 자연재해로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농식품부 담당자는 재해가 인정되더라도 수확이 끝난 상태에선 현장 조사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에 대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지자체에서 피해 면적 대부분을 파악해 놓은 상태라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필요시 추가 조사를 실시해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