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형 성평등 전문강사 자조모임 이야기

결성 1주년 앞두고 “여성농민에게 힘이 되는 모임으로”

성평등 강사로서의 정체성·활동 고민 위상 재정립 모색

  • 입력 2023.05.28 18:00
  • 수정 2023.05.29 07:05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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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눈코 뜰 새 없는 농번기에도 일요일 밤(지난 21일)을 틈타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농촌성평등강사) 자조모임이 온라인으로 열렸다(사진). 바쁜 철이라 모인 인원은 평소의 절반 정도(10명)였지만, 최근 공모를 신청한 농촌 성평등 교육사업, 충남 여성농민 행복바우처 폐지, 여성농업인센터 등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쉼 없이 펼쳐졌다. 성 평등한 농촌 실현이란 이들의 열의는 하루의 고단함도 지그시 눌러버렸다.

지난해 6월 뜻있는 강사 7명이 처음 시작한 이 모임은 매달 진행되고 있다. 농촌성평등강사로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각자의 활동과 고민, 관련 사업을 전망하고 논의하는 자리다. 농촌성평등강사로 활동하려면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데, 현재 활동 중인 42명 가운데 자조모임에 참여 의사를 밝힌 이들은 29명이다.

농촌성평등강사는 지난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전문 과정을 개설하면서 양성되기 시작했다. 이들이 각 지역에서 진행하는 농촌 성평등 교육은 여성 대부분이 고령이고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한 농촌사회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어 강사단은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를 필수로 갖춰야 한다.

하지만 첫해 전문 강사로 배출된 이들은 “막상 강사가 됐지만 광야에 뚝 떨어진 막막함”을 크게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고민은 자조모임 결성으로 이어졌다. 농촌성평등강사라는 같은 이름으로 활동하지만, 경험도 살아온 이력도 다 달라 전문 강사로서의 정체성과 강의에 대한 고민이 컸기 때문이다.

자조모임 참여 강사들은 이 모임에서 강의하면서 느낀 점, 강의 노하우, 성 불평등 사례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 등을 공유함은 물론 강의안 개발과 피드백도 주고받길 원했다. 이렇게 자조모임을 통해 서로를 돕고 함께 만들어가며 이들은 농촌성평등강사로서의 성장과 농촌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발걸음을 1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 자조모임이 지난 21일 밤 온라인으로 열렸다.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 자조모임이 지난 21일 밤 온라인으로 열렸다.

이날 각지에서 모인 강사들은 “여기(자조모임) 들어오면 내가 참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 같고, 여성의 대표성을 갖고 뭔가 해보는 일은 투쟁이면서 거룩하단 생각이 들어 좋다”, “(강의하느라) 헤매고 돌아다녔는데 그래도 매달 모이면서 연대하고 서로 얼기설기 틀을 짜나가니 참 뿌듯하다”는 개인적 소회부터 성평등에 관한 지역 분위기까지 나눴다.

“전 같으면 재산 분배할 때 아들 준다는 어른들이 많았는데, 요샌 아들딸 구분 안 하고 똑같이 물려준다는 이야기가 공통으로 나온다”는 강의 현장(마을) 분위기와 “지역에선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아이들이 예상보다 너무 줄어드는데, 출생 장려 정책을 펼친다는 정부가 하는 게 오히려 출생률을 줄이는 것 같다”, “여성농민바우처를 폐지한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여성농민바우처가 여성 농민을 직업으로서 인정하고 여성농민의 존재를 이제야 가시화한 제도를 뒤엎은 것”이란 논평까지 이어졌다.

‘거리 모금에 넣을 3,000~4,000원도 아저씨(남편) 눈치 보느라 자기 마음 가는 데로 쓰지 못하는 아주머니’를 보며 속상했던 경험을 나누며 “불평등한 삶에 그동안 묵묵히 살아온 이들이 더 아파지는 일 없이 평등하게 살기 위한 농촌의 첫걸음은 성평등”이란 목소리도 이어졌다.

자조모임 참여 강사들의 현재 고민은 ‘전국 여성농민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 자조모임의 위상을 새롭게 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사업자등록이나 조합형 등 제도적 꼴을 갖추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금보다 더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모색 중이다. 주어진 것이 아닌 하나하나 함께 만들어 가면서 나아가는 이들의 앞날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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