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양력), 전봉준이 이끄는 농민군 본대가 후퇴를 거듭하여 전주에 이르렀다. 청주성 전투에서 패한 김개남은 논산에서 전봉준과 합류하여 함께 전주로 들어왔으나 곧 다시 헤어졌다. 손화중과 최경선은 나주를, 순천의 김인배는 전라좌수영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 이들에게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전봉준은 12월 21일과 23일 원평과 태인에서 마지막 전투를 치른 후 부대를 해산하고 잠행에 들어갔으나 28일 순창 피노리에서 피체되었다. 하루 앞선 27일 손화중과 최경선이 부대를 해산했다. 이날 태인에서 피체된 김
사흘 후 뭍으로 가는 배가 뜬다 하여 필상은 선두포에 나왔다. 배는 군선인데 전투를 기록하고 장졸들의 공적을 기재한 장계를 전하기 위해 양헌수가 띄운 것이었다. 집에서 인사를 나누었건만 다금발이가 나올 것 같아 필상이 뒤를 돌아보자 녀석이 인파를 뚫고 나타났다.“선비님 이거요.”그가 보자기에 싸인 수발총을 내밀었다.“나중에 작은 서방님께는 선비님이 훔쳐갔다고 할게요. 이건 선비님 물건이에요.”필상이 총을 건네받았다.“돌아가거든 꿩 사냥이나 다녀야겠다.”“전라도 금구라고 하였지요?”“수류면 거야마을이다.”곧 배가 출발한다 하여 한 번
서기 2001년 4월 어느 날, 강화도의 서쪽 끝에 위치한 외포리 포구에서 관광객들에 섞여 석모도 가는 카페리 여객선을 탔다. ‘배를 타고 여행했다’라고 말하기엔 좀 낯간지러운 거리였다. 금방 올라탔는가 싶었는데 20여 분만에 석모도 선창에 닿아버렸으니.그 섬의 남쪽 해안선을 따라 보문사 방향으로 달려가다 보니, 왼편에 경지 정리가 아주 잘 된 듯 보이는 들판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곳은 농작물을 가꾸는 전답이 아니라 소금을 일궈내는 소금밭이었다. ‘고기가 떼를 지어 노니는 어촌’이라 하여 어유정(魚遊亭)이라는 이름을 얻은 그 마을은
지난 6일 거창에서도 손모내기 행사가 있었다. 벼농사의 소중함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소원하는 손모내기 행사는 거창 아림고 행복학교 프로젝트 ‘노니(논이) 뭐하겠노’와 공동체지원농업의 일환으로 농가와 토종벼 활동가들이 함께하는 통일쌀공동체와 연계해 진행됐다. 무더위가 시작돼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구름이 끼고 손모내기 하기 좋은 날씨였다.손모내기에는 아림고 학생, 교직원 및 통일쌀공동체 회원가족 70여명이 참석해 요즘은 보기 드문 풍경을 만들어냈다. 대부분 서툰 몸짓이었지만 진지하면서도 성실하게 모를 심으며 논을 채웠다. 낯설고 호기
하늘을 알아야 합니다. 풍백우사 급은 아닐지라도 비 오시고 바람 불고 눈 오시고 서리 내리는 것쯤은 파종 때부터 추수에 이르기까지 일기예보 수준 이상을 터득해야 합니다.땅도 알아야 합니다. 무르고 찰진 흙의 성질과 마르고 질은 땅의 습성은 물론이요, 물이 고픈지 빛이 많은지 부처님 손바닥에 노니는 손오공이 어디로 도망치는지 알아채듯 꿰차야 합니다.생태를 익혀야 합니다. 온갖 벌레들의 생리와 방제, 숱한 양분들의 조화와 배합, 각종 작물들의 성장과 결실에 대한 깊은 성찰과 터득이 없이는 어디 가서 농사의 농 자도 말하지 마세요.경제도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노니제품에서 기준치의 최대 56배에 이르는 쇳가루가 검출됐다. 한두 제품이 아니라 조사대상의 33%에 해당하는 무더기 검출이다.노니는 열대지역에서 재배되는 열매다. 항암과 면역력 증강 등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최근 베트남·인도·미국·페루 등지로부터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서울시(시장 박원순)는 지난달 23~30일 시중에 유통되는 노니제품 27건을 수거해 금속성 이물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9개 제품이 금속성 이물 기준치(10mg/kg)를 초과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부적합 제
지금은 정치시즌.정치라고 말을 하니 어떤 이는 살림이라 쓰고, 어떤 이는 안정이라 쓰고, 어떤 이는 개혁이라고 쓴다. 나는 ‘오늘’이란 정책을 정치인들이 사 갔으면 한다. 오늘 같은, 오늘 같지 않은, 오늘 아닌 내일이기에. 다른 거 필요 없이 이거 한마디만 하고 싶다. 기본소득제 실시하라!그 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단위가 농민 단위이다. 농민들에겐 기본소득이 절실하다. 임금은 최저임금제라도 있지, 농업은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농산물 값이 보장되지 않는 게 어디 농민들 탓인가? 농업은 이래도 저래도 모두 농민들 책임으로 떠넘긴다. 자동차, 휴대폰 값 등이 올라도 그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농산물이 날씨에 의해 수확량에 문제가 생겨 그 조금, 아주 잠깐 올라도 물가인상
[한국농정신문_ 김홍우 (사)한국전통주진흥협회 회장]사자성어 중에 가계야치(家鷄野雉)라는 말이 있다. ‘집안에서 기르는 닭은 미워하고, 들에서 노니는 꿩만 좋아한다’는 뜻으로, 바로 곁에 있는 것들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멀리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는 세태를 점잖게 꼬집는 말이다.전통주가 그렇다. 전통주는 역사적으로 생활문화의 상징이었으며, 현대 농업의 고부가가치화와 관련해 많이 언급되고 있는 농업의 6차산업화를 대표할 수 있는 동량(棟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인 일반 국민이 우리술인 전통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먹을거리와 관련한 사건이 빈번하
편편황조(翩翩黃鳥) / 자웅상의(雌雄相依)…이렇게 시작되는 는 고구려의 제2대 유리왕이 지었다고 전해오는, 비교적 널리 알려진 고대시가이다. 유리왕의 후실 중에 고구려 토착세력 출신의 화희(禾姬)와 한족 출신의 치희(雉姬)가 있었는데 유리왕이 사냥을 떠났다가 돌아와 보니 두 여인네가 싸움질을 해서 결국 치희가 도망을 쳐버렸다. 부랴부랴 치희를 뒤쫓아 갔던 유리왕, 허탈한 마음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데 나무에서 꾀꼬리 한 쌍이 노니는지라 ‘훨훨 나는 저 꾀꼬리 / 암수 서로 정겹구나…’, 이렇게 읊었다는 것이다.이 시를 두고 다양한 분석과 비평이 있지만 모두 각설하고, 「‘벼 화(禾)’자를 쓰는 화희가 ‘꿩 치(雉)’자를 쓰는 치희를 내친 것은 이 시기의 고구려에서 농경세력이 수렵세력을 구
최근 투자의 귀재라는 짐 로저스가 서울대 MBA 강연에서 ‘농업이 미래 유망한 산업이 되리라’ 고 했다 하여 농업계에서는 무척 고무되어 있는 모양이다. 모 군수는 공감 콘서트까지 열었다고 한다. 농정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업계 언론들은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급기야 우리의 농식품부 마저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말을 인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농식품부 홈페이지 금년도 업무계획 첫머리에 아직도 이 말을 올려놓고 있다.그런데 과연 그가 한 말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평생을 돈으로 돈 먹기만을 잘하여 돈을 번 자의 말 한마디가 한 나라 정부의 농업정책방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평생을 농업·농촌·농민을 위하여 헌신한 인사들의 애정 어린 충고나 권고는 한마디도 귀담아 듣지 않으면서 돈
도대체 웬일인지 알 수가 없다. 어쩌자고 이토록 비를 퍼붓는지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다. 작년에는 장마철 지나 팔월 한 달 내내 비가 오더니 올해는 아예 작심한 듯 유월부터 내리 물폭탄이다. 밤낮으로 강에다 삽질을 해대는 자들을 심판하려는 모양인데, 그 와중에 죽어나는 건 농사 망치는 농민이다가 기어이 이번에는 대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백성들이 무슨 죄인지, 하늘은 선악을 구별하지 않는다더니 과연 그런가보다. 한 달 내내 물속에 들어앉아 있다시피 한 과수원도 그예 시난고난 시들어간다. 복숭아는 크지도 못한 채 떨어져버리고 사과나무는 뿌리가 활동을 못해 낙엽이 지듯 잎을 떨군다. 목숨을 잃은 사람도 숱한 판에 엄살 부리는 격이지만 불길한 징조가 자꾸 느껴진다. 예전에도 여름이면 폭우가 내리곤 했지만 이런
옛날 가을 풍경 하나 어제는 오랜만에 관광버스를 타고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경남 양산엘 갔다 왔습니다. 살다보니 별 희한한 명칭의 데모도 있습니다. ‘경상도 농민대회.’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뭔 생뚱맞은 소리냐고 이맛살을 구겼지만, 그 말을 몇 번 입안에서 궁굴려보았더니 그런대로 감칠맛이 나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경상도 농민들이 모여서 잘못된 정부정책을 비판하며 대통령에게 호통을 치고 각성제를 좀 먹이는 그런 자리였습니다. 여름 내 복숭아밭에서만 박혀 사느라 들판에는 거의 눈길을 주지 않았는데 영천을 출발해서 양산까지 가는 동안 내내 차창으로 펼쳐지는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들판에서 이제 막 제 몸의 색깔을 바꾸어가는 나락을 보면서 문득 한 작가를 떠올렸습니다. 1920년대와 30년대를 짧고
차계기환(借鷄騎還), 말 그대로 닭을 빌려 타고 돌아간다는 말로, 조선 성종 때 서거정이 쓴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骨稽傳)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어느 날 김 선생이란 자가 오랜만에 멀리 떨어진 친구 집을 방문하였다. 오랜만에 만나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겠는가. 그런데 박주에 소채안주로 인색함을 떠는 친구를 보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마침 마당에는 닭들이 노닐고 있었다. 김 선생은 짐짓 안주가 박해 술이 넘어가지 않으니 자신이 타고 온 말을 잡아서 안주로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자 친구는 무엇을 타고 돌아갈 것인지를 묻는다. 김 선생은 마당에 노니는 닭을 빌려 타고 가겠노라고 대답했다. 물론 친구는 자신의 인색함을 김 선생에게 사과하고 닭 한 마리를 잡아 안주로 대접했다고 한다. 한미FTA ‘불
쌀직불금 부정 수령자 명단이 밝혀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는 부정수령 혐의가 있는 자들의 명단을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다. 민주당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감사원에서 제출한 28만3천47명의 명단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제출한 관외경작자 명단을 대조한 결과 본인이 직불금을 수령했지만 쌀 수매실적과 비료 구매실적이 없는 국회의원이 4명, 기초단체장이 2명, 광역의원은 24명으로 조사됐다”며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17명, 민주당 6명, 자유선진당 3명이다.”라고 말했다. 또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통보받은 무직자 중 ‘관외거주자’로서 직불금을 수령한 경우 7천257명으로 나타났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가족수령자 가운데 8천865명이 관외 경작자로 파악됐다. 이들은 특히 부동산 투기 의혹이